나의 불갑산(佛甲山) 즐기기 <불갑산 3.>

이형선/ 영광신문 편집위원

 불갑산이 명산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알아보자?  먼저, 불갑산은 숲과 바위가 알맞게 어우러진 산이다. 오래된 숲은 식생(植生)의 천이(遷移)과정에 의하여 불갑산처럼 다양한 활엽수로 이루어지며, 그 아래에는 덩굴과 지피(地皮)식물 등 종(種)의 다양성을 가진다. 그중 난대성상록활엽수인 참식나무는 불갑산이 자생북한지(自生北限地)여서 천연기념물112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그에 뒤지지 않은 많은 야생화를 간직하여 봄이 오면 많은 사진작가들이 즐겨찾으며, 초여름 분홍상사화를 시작으로 붉노랑 상사화를 거쳐 구수재 계곡가에 노랑상사화가 줄지어 피다가 가을이 되면 꽃무릇이 온 산기슭을 붉게 물들이며 한 해를 보낸다. 또한, 불갑산에는 알맞은 암봉(岩峰)과 빼어난 바위들을 품고 있다. 아쉬운 것은 그것들을 알아주고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것이다. 계곡은 두어 개 정도로 적은 편이지만 강우가 한 철에 집중되는 우리나라 기후특성과 산의 높이를 감안하면 썩 괜찮은 편이다.


 


 둘째, 불갑산은 그윽한 역사를 간직한 산이다. 백제 불교의 첫 절인 불갑사는 384년 백제 침류왕 원년에 창건되었으며, 보물830호 대웅전을 비롯한 많은 지방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일제에 의해 남한에서 멸종된 한국호랑이의 마지막 두 번째의 서식지임과 동시에, 그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박제표본의 산지로써 그 의미를 개발하는 일도 불갑산이 서둘러야할 과제이다.


 


 셋째, 불갑산은 우리가 쉽게 즐길 수 있는 산이다. 불갑산은 바다와 가까워 해발고도(516m)에 비해 산행높이는 그리 만만치 않은 산이다. 그래서 3시간 정도의 주 코스와 그보다 짧거나 긴 다양한 등산코스와 뛰어난 산책로를 가지고 있다. 영광읍에 사는 나는 매주 한 번씩 승용차로 20분정도를 달려와 산을 즐긴다. 다음은 주차장에서 곧바로 산에 올라 남쪽으로 칼바위를 거쳐 연실봉을 올라 구수재에서 서쪽으로 꺾어 불갑사와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홀로 즐기는 이름들을 덧붙여 간략히 소개하니, 이들을 찾아보는 재미로 산행을 함께하자.


 


 주차장에서 곧바로 산길에 들어 오르내리다 보면 정자가 나타나는데 그곳이 ‘덫고개’이다. 등산로를 가로지르는 동쪽 길은 묘량을 거쳐 광주나 영광으로 나가는 옛길로 지금은 거의 폐쇄되었으나, 그 이름으로 보아 옛날에는 산짐승이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서쪽으로 난 길은 불갑사에서 곧바로 오르는 등산로로 여름철에는 불갑사 옆 마당에서 계곡 길로 퐁당 들어가 시원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길이다.


 


 다시 숨이 차오를 무렵 길을 막는 암봉 옆을 바짝 붙어 오르다 고개를 쳐들면, 그 사면(斜面)에 큰 바위가 위태하게 얹혀 있고 그 위에는 식물의 덩굴이 핏줄처럼 감겨있어 마치 짐승을 잡기 위한 도구가 연상된다. 나는 이 바위를 ‘덫바위’라 부르고, 그곳을 마저 올라 이어지는 평탄한 길 끝에 입을 벌린 동굴을 ‘호굴’이라 하여 이 일대를 ‘덫고개’와 연관지었다. 동굴 앞에는 올해부터 호랑이 모형이 앉아 지키고 있다.


 


 처음 맞이하는 봉우리가 노적봉으로 노송(老松)사이로 불갑사와 위쪽 호수를 조망(眺望)하기 좋은 곳이다. 다음 봉우리인 법성봉은 불갑사의 배산(背山)으로 이 봉우리를 기준으로 불갑사의 대웅전과 입구인 사천왕문이 일렬로 서있다. 불갑사와 그 아래 열린 벌판을 조망하기 좋은 곳으로 불갑사를 조감하는 사진들은 이 두 곳에서 찍힌다. 다음 봉우리인 투구봉과 장군봉을 지나면 내리막길 끝에 길이 걸쳐져 있는데 노루의 목을 닮았다하여 노루목이다.


 


 편한 마음으로 잠깐을 오르면 돌계단이 나오고 지하철의 개찰구처럼 낮고 좁은 바위틈새(북문바위)를 지나야 하는데 이곳이 ‘칼바위’ 입구이다. ‘칼바위’가 끝나고 내려가는 길에도 이와 비슷한 바위틈새(남문바위)가 있어 ‘칼바위’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데, 이 구간은 ‘문간바위’, 칼바위, ‘하늘창문’과 몸을 꺾어 옆으로만 가야하는 ‘림보바위’ 순으로 이어진다.


 


 남문을 나서 길을 재촉하다보면 암봉이 길을 막는다. 그 앞부분을 조망할 수 있는 한 지점에 서면 영락없는 사람얼굴을 하고 있는데 주변의 나뭇가지들이 어사화(御史花)를 연상하여 ‘선비바위’라고 부르고 그 머리 뒤에 있는 굴을 ‘책굴’, 다시 연실봉에 오르면 세로로 잘게 균열된 자연계단을 ‘책계단’이라고 하여 서로를 연관지었다. 이것은 나무계단 밑에도 이어지는데 그곳을 오르면 불갑산의 정상 ‘연실봉’이다.


 


 하산하는 길가에 누워있는 ‘힘바위’를 지나면 노송사이로 남쪽 계곡이 열리는데, 그 암반에서 정상 쪽을 쳐다보면 ‘사냥꾼과 여우바위’ ‘토끼와 거북이바위’가 있다. 그리고 나타나는 돌계단을 막 올라서 작년에 메워진 ‘폴짝바위’를 건너 ‘처마바위’를 지나면 정자가 나오는데 그곳이 ‘구수재’이다. 여기에서 곧장 가면 함평 용천사가 나오고, 그 오른쪽으로 꺾으면 ‘동백골’과 ‘불갑사’를 지나 주차장에 이르는 아름다운 산책길로 산행이 마감된다. 이처럼 불갑산은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이야기가 잇달아 산행하는 내내 행복한, 진짜 명산(名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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