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지 말고 접속하라

사회복지학박사 김 철 진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을 읽고,     


    


  풍성한 혜안과 인사이트가 있는 책이다. 그 이유는 제러머 리프킨(Jeremy Rifkin)의 열성과 부지런함 때문이다. 나도 학생을 가르키는 사람이지만, 사실 리프킨 만큼의 철저한 준비를 가지고 가르키지 못한다. 이 한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 350권의 책과 1천여권의 논문, 5만장의 색인 카드와 2천개의 주석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그 연구의 엑기스가 이 책에 배어있다. 미래 변화에 대한 영감을 얻고 싶은가? 무조건 이 책을 읽으라.


 


  이 책의 원제목은 '접속의 시대'(The Age of Access)이다. 그런데 번역은 '소유의 종말'로 되었다. '번역은 반역'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소유의 종말이 오고, 접속의 시대가 된다는 의미로 보면 같은 말이겠다. 그러나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 '소유의 종말'이라는 접근은 과거지향적이다. 우리 민족의 과거를 즐기는 모습이 배어있어서 별로 유쾌하지 않다. 반면에 '접속의 시대'는 미래지향적이다. 관심의 초점이 미래에 있다. 마케팅적인 입장에서는 독자의 구미에 맞아야겠지만, 제목에서부터 일종의 왜곡이 나타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면 정의부터 살펴보자. 도대체 '접속'과 '소유'는 무슨 뜻인가? '접속'은 '일시적인 사용'을 의미하고, '소유'는 '영구적인 사용'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소유를 통해서 오랜 기간 물건을 사용하는 접근을 했다. 그러나 미래는 일시적인 사용에만 매달리게 된다. 왜?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변화의 양이 거의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이다. '무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8개월마다 컴퓨터의 용량은 두 배가 되고, 가격은 멈추거나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1년만 지나면 컴퓨터는 구형이 되어버린다. 컴퓨터는 사용개념이지, 소유개념이 아니다. 이것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것이 신문이다. 신문은 하루만 지나면 쓰레기이다. 신문을 소유하려는 사람이 있겠는가? 신문은 누구나 접속하려고 한다. 왜? 한 번 읽으면 더 이상의 가치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감에 따라 점점 '아웃 소싱'(out sourcing)이 많아질 것이다. 왜? 첫째, 기업이 사명에만 충실할 수 있고, 조직을 유지하는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해당 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가진 사람을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설비비와 같은 고정비가 필요없다. 넷째, 변화에 대해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아웃 소싱은 접속의 시대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징후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시대는 '개념'을 파는 시대이다. 나이키는 공장시설도 판매망도 없다. 본사는 디자인과 개념만을 가지고, 공장에 생산을 의뢰하고, 매장에 판매를 의뢰하고, 광고회사에 광고를 의뢰한다. 몇 사람이 본사에 앉아서 개념만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미래는 개념이 곧 재산이다. 맥도널드는 프랜차이즈로 성장하고 있다. 햄버거를 파는 것보다 매장을 파는 것이 더 이익이 많이 남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맥도널드는 햄버거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개념을 파는 회사이다. 미래는 아이디어, 개념, 문화가 곧 생산의 중추를 이루게 된다.


 


  미래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접속할 수 있는가'가 그 사람의 능력을 표시하는 기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앙리 베르그송은 이렇게 말했다. '하나의 음은 순간의 차원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하나의 음이 어엿한 음으로서 존립하기 위해서는 선행음과 후속음이 필요하다. 즉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다는 말이다. 근대에는 개인의 능력으로 목적을 이루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접속의 시대에는 많은 사람과 접속하여 네트워크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미래의 교육은 달라져야 한다. 목적 지향적 인간이 아니라 접속이 용이하고, 접속이 강력한 관계 중심적인 인간으로서의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


 


  이 책은 단 한 장도 영감의 파문을 일으키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영감의 보고이다. 미래를 무게를 갖고 준비하려고 하는가? 제러미 리프킨을 사라.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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