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자(栗子) 또는 황률(黃栗)이라 칭하는 밤은 참나무과의 갈잎 큰키나무인 밤나무의 열매이다. 개화기는 5~9월이며, 결실기는 9~10월이다. 나무껍질은 담갈색이고 오래되면 세로로 죽죽 갈라지며 잎은 마주나고 갸한 피침형이며 뾰족한 톱니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관혼상제에 필수적 과일인 한국 밤은 서양 밤에 비해 육질이 좋고 단맛이 유별나서 매우 우수한 종으로 손꼽힌다. 특히 다남(多男)의 상징으로 혼례시 시부모에게 폐백을 올릴 때 아들을 많이많이 쑥쑥 낳으라는 뜻에서 며느리에게 밤을 던져주는 풍습은 여전하다.


 가난하던 시절 식량 대용으로 요긴했던 밤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비타민이 풍부하고 칼슘, 철, 칼륨 등의 영양소 보고로서 허약 체질의 사람들에게 저비용 고효율의 으뜸 영양원이다. 생밤은 가공식품에서 약방의 감초 격으로 각종 과자류와 빵과 떡 등의 재료로 두루 쓰이는데, 유럽에서는 고급과자인 ‘마롱글라세’(marrons glaces)를 만드는 데 주연이다.


 


 수분이 13% 정도 되도록 말리면 당도가 급상승하는 밤! 이 밤이 노란색을 띄게 되는 것은 ‘카로티노이드’((carotinoid)라는 색소 때문인데, 이것이 체내에 흡수되면 비타민A로 전환되어 신진대사의 효율을 드높인다. 비타민B1이 쌀보다 4배나 많은 밤은 머리카락을 검게 하고 머릿결을 부드럽게 한다.


 


 한의학에서는 밤을 ‘신장의 과일’이라고도 한다. 이뇨작용에 효과적이어서 신장병을 신속히 호전시키기 때문이다. 옛 부터 일명 ‘양위건비(養胃健脾)’ 즉, 위장과 비장의 기능을 강화시켜 소화기능을 촉진시키는 밤을 동의보감’에서는 이렇게 적시한다. “밤은 기운을 돋우고 위장을 강하게 하며 정력을 보하고 사람의 식량이 된다.”


 


 민간요법에서 걸음이 느린 어린아이나 나이가 들어 하체에 힘이 빠진 노인들에게 껍질 벗긴 밤을 두충과 함께 달여 먹이면 다리에 쭈욱 힘이 생긴다는 것은 신빙성이 상당하다. 배탈이 나거나 설사가 심할 때 군밤을 씹어 먹으면 냉한 속이 따뜻해지면서 치료 효과가 괄목하다. 단 변비가 있거나 몸에 열이 과다한 사람은 섭취를 다소 자제해야 한다. 민간요법에서 껍질은 염색에 쓰고, 잎은 옻독(毒)이나 피부병으로 가려울 때 또는 습진으로 진물이 날 때에 ‘잎을 삶은 물’로 씻으면 잘 낫는다고 하였다. /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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