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프리랜서

“‘사법부 색깔논’이 최대 이슈가 돼서는 안된다. 몇몇 판결을 빌미로 한 이념대결이 유감스럽다. 판결이 법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논리적으로 지적하면 된다. ‘인류애’ 가 이슈가 돼야 한다”


 


 아이티의 지진 참사가 국제적 이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나라들은 경쟁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지원 받는 나라에서 지원하는 나라로 승격(?)한 우리나라도 그 대열에 끼었다. 돈과 함께 구조대도 보냈다. 지원액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는 비판도 있다.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도 적잖은 돈을 지원하고 있다. 차인표 신애라 부부와 김연아 선수가 억대의 구호금을 내는 등 많은 국민들이 아이티 구호에 동참하고 있다. 아이티의 참상을 남의 일이라고 외면하지 않는 지구촌에 인류애가 넘치고 있다. 흐뭇한 일이다.


 


 세계적 이슈는 ‘아이티’ 인데 국내의 최대 이슈는 ‘세종시’에서 ‘사법부 색깔논’으로 옮겨지고 있다. 국회에서 기물을 부수고 폭력을 행사한 강기갑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이어서 광우병 보도로 물의를 일으킨 mbc PD 수첩에 대한 무죄 선고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소위 보수 진영이 이들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판사들에 대해 ‘좌편향’ 이란 색깔을 칠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이슈’로 부각 됐다.


 


 인종· 종교· 이념을 초월한 인류애가 세계적 관심사가 돼있는 마당에 국내에서는 사법부의 판결을 빌미로 한 이념 대결을 벌이고 있다.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냉전 체재도 깨지고 공산권 국가들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한 것이 언제인데 좌니 우니 하는 이념대결을 국가 최대 관심사로 만들어 가는 나라라는 점이 부끄럽다. 소위 메이저 언론을 자부하는 조중동과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이념대결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소위 보수 진영은 강기갑과 광우병 사건 외에도 용산 참사 사건 기록 공개· 미네르바 무죄· 정연주 전 kbs 사장 무죄· 전교조 시국 선언 무죄 판결까지 거론하며 사법부가 ‘좌편향’이라며 공격을 퍼붓고 있다. 그 책임이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있다는 논리를 펴며 사법부와 검찰의 갈등도 부추기고 있다. 잘못됐다고 판단되는 선고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보수단체가 판사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그 판사가 신변보호를 받아야 하는 정도라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법관의 판결은 법과 양심에 따른 것이라는 데 의심을 가져서는 안된다. 물론 ‘신의 저울’ 을 갖지 않은 이상 잘못된 판결도 있을 수 있다. 그런 판결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잘못된 점을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몇몇 민감한 특정 사건들에 대한 판결을 들어 사법부 전체에 대해 ‘좌편향’ 색깔을 칠하며 이념대결 양상으로 몰아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념대결은 우리 나라와 민족에게 커다란 아픔을 안겼다. 같은 민족끼리 죽이고 죽는 전쟁을 치렀다. 나라가 분단되는 비극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념대결이 가져온 결과다. ‘그놈의’ 이념대결이 지그지긋하지도 않는가. 언제까지 ‘그놈의’ 이념을 붙들고 있을 것인가. 권력과 이념에 따라 판결하던 시대는 흘러갔다. 화해와 소통을 외치면서 왜 틈만 보이면 이념대결로 몰아 나라를 분열시키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가.


 


 사법부의 판결은 ‘법대로’ 하면 된다. 판사가 ‘법대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면 검찰은 항고하면 되고 언론과 단체들은 판결이 ‘법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음을 논리적으로 지적하면 된다. 벌떼처럼 일어나 마녀사냥 하듯 판사를 공격하고 사법부 전체가 ‘좌편향’ 으로 흐르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자칫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 법을 불신하는 국가와 국민을 만들고 싶은가.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다. 정치를 비롯한 모든 분야의 안정 없이는 선진국 ‘컷트 라인’ 을 통과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사법부의 안정과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 이상 사법부를 흔들어서는 안된다. 사법부도 비판의 소리는 겸허하게 받아들여 부끄럽지 않은 사법부가 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사법부의 좌편향’이 아닌 ‘인류애’가 국민의 관심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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