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 언론인, 프리랜서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의 시에 홍난파 선생이 곡을 붙인 ‘고향의 봄’ 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애국가는 몰라도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노랫말이 아름답고 부르기 쉬워서 일게다. 고향· 추억· 친구가 그리울 때 즐겨 부른다. 이원수 선생의 문단 데뷔작으로 당선돼 1925년 어린이 4월호에 발표됐다. 선생의 나이 열네살에 발표된 동요지만 전국민이 애창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가곡으로 자리 잡았다.

장편 동화와 어린이 소설 장르를 개척한 선생은 1971년 아동문학가 협회를 창립, 회장을 역임하고 1981년 1월 24일 60년의 생을 마감했다. 2010년 1월 24일 문득 이원수 선생과 ‘고향의 봄’ 생각이 간절해진다. 추위가 매서운 일요일이어서 인가보다. 아니 고향에서 살고파진 나이가 되어서인가 보다. 고향의 모습을 그려본다. 고개가 저어진다. 읍 단위 시골이지만 도시보다 더 차가 사람보다 ‘우대’ 받는 것 같은 모습 때문이다.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독일의 ‘보망’시 처럼 차 없는 고향을 꿈꾼다. 내 고향을 차가 다니지 않아 행복하고 안전하며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보망’ 처럼 가꿀 방법이 없을까 궁리 해본다. 작고 큰 물길은 모두 회색 콘크리트로 덮히고 큰길 작은길 모두 차들이 차지하고 사람들은 알아서 피해 다니는 그곳은 결코 ‘나의 살던 고향’이 아니다. 지금도 길바닥에 선을 그어놓고 ‘38선’ 놀이를 하는 꿈을 꾸는데….

차들이 많아지고 길거리가 혼잡하다고 해서 인구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 한때 10만명에 가까웠던 인구가 6만명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줄었다. 군청에서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문화 시설도 확충해 인구를 1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글쎄다. 저 혼잡한 회색 길을 그대로 놔두는 한 인구가 줄었으면 줄었지 늘어날 것 같지 않다. 광주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도 다시 돌아가 살 것 같지 않다.

계획대로 인구를 늘이려면 ‘살고 싶은 고장’을 만들어야 한다. 아슬아슬하고 치열하며 눈치보지 않아도 안전하고 할 일 다하며 살 수 있는 고장, 즉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야 한다. 한꺼번에 많은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경제적 부담도 크지만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우선 차들이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다니는 길거리부터 만들었으면 한다.

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저탄소 녹색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세계적 추세다.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고장,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겠는 것이다. 이들 도시들이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차보다는 사람과 자전거를 우선시하는 교통정책 이다. 자전거의 교통 분담율이 높을 수록 ‘저탄소 녹색도시’로 평가 받는다. ‘저탄소 녹색도시’로서 완성도가 높아지면 인구는 자연스럽게 늘 수 밖에 없다.

국토해양부는 앞으로 조성되는 신도시들은 저탄소 녹색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백화점과 쇼핑센터가 밀집한 지역의 승용차 접근을 최대한 억제하고 자전거의 교통 분담율을 10%까지 끌어 올린다. 어떤 지점에서건 걸어서 500m 이내에 공원이 만들어진다. 신재생 에너지원 설치· 생활폐기물 자동 집하시설 도입 의무화등이 골자다. 현재의 관점에서는 이정도를 저탄소 녹색도시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에는 ‘그저 그런 도시’밖에 안될 것이다.

내고향은 과감히 자동차들을 외곽으로 몰아낸 ‘보망’과 같은 고장으로 개조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좋은 학교들을 만들면 기업을 유치하지 않아도, 인구 늘리기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전국 각지에서 이사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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