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일본의 거대 기업들이 왜 위기에 몰리게 됐으며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고 배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그들은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보다 더 많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20여년전 알래스카 공항에 기착했을 때 창밖에 비치는 모습은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분명 미국 땅인데 보이는 것은 온통 일본 JAL기 여서다. 미주 대륙으로 수출품을 실어나르는 비행기들이 알래스카 공항을 점령(?)하고 있는 모습에서 일본의 경제력과 세계속에서의 위상을 새삼 깨달았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갖춘 일본에 대해 싫지만 ‘대단한 나라’ 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에 의해 ‘2위’를 위협 받고 있지만 경제적 초강국임은 변함 없다. 하지만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일본의 경제가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경제에 이상이 발생하면 우리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이상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글로벌 경제 환경 때문에 몹시 신경이 쓰인다. 국가 신용도가 하락했다는 소식에 이어 국영 항공사인 JAL이 채산성 없는 노선을 운영하는등 방만한 경영으로 사실상 부도가 났다.

 일본의 대표적 기업이며 세계 제1의 자동차 기업으로 까지 올라간 도요타 자동차와 ‘엔진’의 혼다 자동차 ‘리콜’ 사태가 심상치 않다. 도요타의 경우 리콜 차량이 1천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니 많이도 팔았다. 문제는 일본 자동차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 일본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 회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높힐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우리 현대· 기아차도 도요타의 위기를 기회로 도약을 노릴 것이 틀림없다. 도요타와 혼다의 위기가 현대의 도약 기회가 된다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마냥 좋아 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을 세계2위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일본의 기업들이 위기 극복을 하지 못하고 무너질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 무너져서도 안된다. 급격한 일본 경제 여건의 변화는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본의 거대 기업들이 왜 위기에 몰리게 됐으며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기는지 잘 보고 배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몰락 위기에 몰린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도요타 리콜 사태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듯 희희낙락 하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 현대· 기아차에게도 기회임은 분명하다. 도요타가 터덕 거리는 사이에 그 격차를 최대한 좁히고 나아가 앞지를 수 있기를 바란다. 산요나 소니가 주춤거리는 사이 삼성이 앞지른 것처럼 말이다.

 이번 도요타 사태로 인해 일본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제적 기반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해도 산업 전반에 걸친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도요타의 위기 대처 방안 뿐 아니라 일본이라는 나라가 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도 눈여겨 보아 두어야 한다.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를 무난히 넘기기 위해 일본과 일본 기업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일본에게 이번 도요타 사태는 좋은 약이 될 수도 있다. 도요타를 비롯한 기업들은 도요타 사태의 발생 원인을 연구하고 위기 대처 방안을 지켜보며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그들은 겉으로는 덤덤한 듯 보여도 도요타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절치부심 하고 있을 것이다.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고 하지 않는가.

 남의 불행을 보며 좋다고 웃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나에게 불행이 덮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아직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한 나라다. 일련의 사태에 일본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일본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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