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선거판에서 돈은 ‘공명’이 아니라 ‘애물’이다. 돈에 투표권을 파는 것은 순박한 것이 아니라 ‘무지’ 해서다. 적은 돈을 미끼로 자기 주머니에 들어 올 큰 돈을 훔쳐가려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죽은 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이겼다. 동남풍이 필요하자 하늘에 빌어 동남풍을 불게 했다. 삼국지에서 공명은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결하는 인재다. 요즘 세상에서도 ‘인재’는 귀히 여기고 후하게 대우한다.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은 ‘인재제일’을 내세우고 기업을 한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인이다. ‘인재’들을 앞세운 삼성은 나라안 제일은 물론이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최고’ 즉, '제일‘도 친다. 그런 사람들은 돈으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인재’가 필요해도 돈으로 사서 쓰면 되고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도 돈만 있으면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열심히 돈을 찾아 뛰어 다닌다. 돈을 많이 번 사람 일수록 성공한 사람으로 여긴다. 자기보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는 숙이고 적은 사람은 얕본다. 심지어 선거에서도 돈만 많으면 이길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돈이 공명’이란 말이 생겨난 까닭이다.

지방 선거 열기가 달아 오르고 있다. 돈을 공명으로 여기는 입지자들이 많은가 보다. ‘5당 3락’ 이란 말이 들리는 지역도 있다. 5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3억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누구는 땅을 팔아서 얼마를 써서 당선됐고 누구는 얼마 밖에 못써서 떨어졌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고 한다. 아무리 돈 못쓰는 선거가 되도록 법을 만들어도 ‘돈 선거’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이나 어떻게 봉사하겠다는 다짐, 살아온 인격이 그 다짐을 믿을 수 있는가가 당락을 가를 요소가 되어야 마땅한데 ‘5당 3락’ 이라니 어이가 없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돈이 공명’ 인 셈이다. 우리 모두는 사람을 보지 않고 돈을 보고 투표하는 사람이 돼버렸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지역의 일을 맡아서 한다니 지역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돈을 많이 쓰고 당선된 사람은 당연히 ‘본전’을 뽑으려 할 것이다. 틈만 보이면 부정· 부패와 결탁하려는 사람들을 ‘일꾼’으로 부리고 있는 집안이 잘 될 턱이 없다. 당선된 사람들중 상당수가 법망에 걸려 사퇴하고 패가망신하는 보도가 전국적으로 많은 것이 이같은 소문이 사실임을 증명하고 있다. 결국 선거판에서 돈은 공명과 같은 ‘해결사’가 아니고 개인과 집안· 지역은 물론 나라를 어지럽히는 ‘애물’ 이다.

돈을 쓰는 입후보자가 문제지만 돈을 받고 찍어주는 유권자가 더 큰 문제다. 돈을 쓰면 당선되고 안쓰면 떨어지니 입후보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아까운 돈을 뿌리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결론을 낼 수 없지만 ‘돈 선거’에서는 분명 돈 받고 찍어주는 유권자가 문제다. 돈을 받고도 안 찍어줄 수 있는데도 찍어 주기 때문이다. 자기가 받은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빼앗기는 결과가 올 수 밖에 없다.

“촌 사람들은 순박해서 돈을 받으면 반드시 찍는다”고 한다. 그래서 촌 선거가 도시 선거보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 선거의 ‘정설’이다. 신고를 하면 받은 돈의 10배를 받을 수 있는데도 신고하지 않는 것은 순박한 품성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부정· 부패와 타협한 것이며 순박한 것이 아니라 ‘무지’한 것이다.

돈이 인재를 만들기도 하지만 인재가 큰 돈을 벌 수 있다. 돈 몇푼에 소중한 투표권을 파는 사람이 자식을 인재로 키울 수 있겠는가. 인물을 보고 투표해야 지역이 발전한다. 지역이 발전해야 지역민들이 잘 살게 된다. 더 잘 살고 싶으면 돈을 주는 후보에게 투표해서는 안된다. 그 후보는 적은 돈을 미끼로 자기의 큰 돈을 훔쳐가려고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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