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윤/ 서울 영등포구/영광읍 남천리

“정치가 망하면 언론도 망한다. 역으로 언론이 망하면 정치도 망한다."

언론은 정치과정에서 관찰자이자 비판자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보다 엄격히 이야기하면 언론은 정치행위자이다. 언론과 정치는 분리할 수 없는 결합체로서 상호 공생한다.

현대의 대의제 민주주의는 대중 언론매체를 근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늘날 대의제 민주주의가 그 작동방식이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은 오랫동안 있어 왔다.

미국의 정치학자 퍼트남(Putnam, 1996)은 미국시민들의 공공생활에 대한 참여가 줄고 정치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원인을 신문과 텔레비전 등 매스 미디어에서 찾고 있다.

그는 이들 언론매체가 시민들에게 정치적 무력감과 무관심을 갖게 함으로써 이들을 방관자로 내몰았다고 비판한다.

퍼트남의 이런 지적은 과거 선거보도나 정치보도를 돌이켜 보면 이해가 간다.

선거과정에서 우리 신문과 방송은 많은 양의 기사가 공중의 삶과는 무관한 이슈들로 지면을 채우고 있다. 부정적인 메시지들, 정치문제를 마치 스포츠 경기처럼 다루는 '경마식 보도', 정치전략에만 몰두하는 보도, 그리고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가에만 몰두하는 게임식 보도로 가득 차 있다.

정작 중요하게 다루어야할 공공정책은 뒷전으로 남겨져 있다. 이러한 언론의 보도 행태는 오늘날시민들이 왜 정치에서 멀어지고 있는가를 설명해준다.

일직이 패터슨(Patterson)은 선거보도의 51-58%가 게임식 보도이고 단지 28-32%의 보도만이 실질적으로 선거와 관련된 보도라고 지적한 바 있다(Alger, 1990). 패터슨의 연구 이후 국내외의 많은 선거보도에 관한 연구들은 이러한 패턴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누구의 책임인가? 언론매체의 책임인가 아니면 정치의 책임인가? 만약 매체의 책임이라면 새로운 매체의 등장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정치의 책임이라면 정치제도의 개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순적인 질문 앞에서 대다수의 언론인들은 이것이 후진적인 정치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반면, 정치인들은 언론이 사회적으로 자기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대한 답변은 "'커뮤니케이션 기술결정론'이나 '정치결정론' 모두가 부적합하며 오히려 언론매체와 정치의 상호의존과 결합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는 애브람슨(Abranmson, 1990)의 설명이 보다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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