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영광문화원 부원장

 유영철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김길태’사건으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사건 발생 한 달이 가까워지도록 신문이나 방송에서 비쳐지는 범인 김길태는 과연 인간이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도 인간이었기에 살고 싶은 욕망 저버리지 못하고 사건이후 계속 법망을 피해 다니며 살았을 것이다. 붙잡히고 나서도 자기가 저지른 죄 값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며 온갖 거짓말과 변명으로 수사관들을 헷갈리게 하지 않았던가. 하기야 자기의 죄를 알 정도로 양심과 도덕이 있었다면 그런 끔찍한 일을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도심의 작은 골목에서 빵을 굽는 아주머니는 해가 질 무렵이면 하루 중 제일로 손님이 북적거려 손이 열 개여도 모자라는 시간대이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내 어린 자식들이 행여 어쩔까 염려하는 마음 때문에 장사도 그르칠 때가 많다고 한다. 남들처럼 넉넉하지 못해서 과외나 학원 등은 엄두도 못 내기에 학교가 끝나면 골목에서 운영하는 포장마차 주위로 와서 있어주기를 바랬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어서 여간 괴롭다고 하신다. 조금만 눈에 안 보여도 애들 걱정 때문에 굽던 빵이 시커멓게 타는 줄도 모르고 정신을 빼앗기거나 때로는 찾으러 나가기도 한다면서 울먹거리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여 가슴이 아팠다.

 그럴 만도 하시겠지 하고 넘기기엔 자식을 길러본 사람이거나 기르고 있는 사람이면 쉽게 지나칠 일은 아니었다. 옛날에는 이런 흉측스런 일이 없었을 때였는데도 우리 부모님들은 눈밖에서만 벗어나면 걱정으로 살으셨는데 하물며 이런 불안한 시대에서 부모들은 어쩌겠는가.

 1년 전쯤 부녀자 납치 그리고 성폭행 후 살인하며 암매장하는 일을 밥 먹듯 벌였던 경기도에서 일어났던 사건은 그 당시 우리 부모님들을 얼마나 소름끼치게 했었던가. 다시는 저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야단이었지만 그런 우리들의 바람은 물거품이 되고 또다시 경악스러움에 소름이 끼치니 이 일이 지나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하루하루가 불안스럽기만 한 나날들이다. 가장 나약한 미성년자들을 노려 저지르는 성범죄는 범죄 중 가장 악질적인 범죄인줄 다 알지만 인간이기를 스스로 거부하면서 이 땅에서 그 범죄가 끊이지를 않고 있으니 기성세대로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이런 일들로 죽어가는 경우가 너무도 빈번하여 어른들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국가에서도 이런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이런 대책 저런 대책 등 쏟아내지만 부모들이 받아들이기엔 만족하지 않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민주주의에선 법질서가 있어 제정하고 검토하여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여간 그 과정과 시간의 소요가 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런 일만큼은 조금 더 신속하게 대처했으면 하는 희망은 모두의 희망이 되지 않을까. 성범죄로 감옥에 갔다가 풀려나와 나라 안에서 활개치고 다니는 전과자가 200여명 넘게 그 행보마저 알 수 없게 되었다니 이런 와중에서 더욱 소름을 끼치게 한다.

 가뜩이나 저출산과 인구감소로 어린아이 한명이 너무도 소중한 현실이다. 어렵게 어렵게 태어나서 겨우 제 앞가림 할 수 있게 된 상황인데 하루 사이에 실종되고 유괴되어 최후에는 시신으로 발견된다면 당사자는 죽어서 말이 없지만 가족들의 슬픔은 상상이나 하겠는가.

 죽은 자식 가슴에다 묻고 평생을 살아가야하는 부모의 심정은 이제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내 가정, 내 가족, 내 자식의 일이 되어가고 있으니 한시라도 방관해서는 안 되겠다.

 인간도 아닌 그런 범죄자들만을 욕하고 탓하고 있다가는 당하는 사람들만 억울하고 분하게 되니 내 자식들 보호에 최선을 다하자고 말해두고 싶다. 그러면서 사회적인 대처와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대책도 늘 탄원하여 살기 좋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모두가 동참했으면 하는 생각 간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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