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레밍효과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살고 있는 작은 설치류인 레밍쥐는 3~4년마다 한 번씩 수천마리씩 떼를 지어 바닷물이나 높은 벼랑으로 뛰어 내려 자살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명 나그네쥐라고도 불리는 레밍쥐는 번식이 빨라 한해 2-3번정도 번식을 하며 한배에 5-6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일반에서는 그들의 이상한 행동을 들어 종족을 보전하기 위한 아름다운 희생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한정된 땅 안에 개체수가 너무 많이 불어나 먹을거리가 부족해지면 종족의 보전을 위해 늙은 쥐들을 선두로 떼를 지어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년 중 추운 날씨가 대부분인 북유럽의 기후 특성상 자신들의 영역을 더 이상 넓힐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큰 포식자가 없는 지역이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개체 수는 지나치게 불어나게 된다.

 제일 가운데 사는 늙은 쥐들은 실시간 조여 오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봄이나 가을 밤 집단으로 이동을 감행하다가 바닷가 막다른 벼랑에 이르러 바다에 빠져 죽는다는 얘기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집 주변에 숨어살며 귀중한 식량을 축내는 쥐를 없애기 위해 한 소년이 피리를 불어 쥐들을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게 했다는 동화 속 한 대목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다.

 과장된 레밍의 전설

 하지만 레밍쥐의 이상한 행동을 수년간 관찰을 해왔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생물학과 데니스 치티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1996년 발간한 “레밍은 자살하는가?”라는 저서에서 그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레밍쥐의 아름다운 가설과는 다르게 군중심리에 따른 부화뇌동의 결과라고 주장을 했다.

 부족한 먹이를 찾아 우왕좌왕하던 레밍 집단이 벼랑에 다다랐을 때 어느 한 마리가 그만 미끄러지는 바람에 나머지 쥐들도 뒤따라 미끄러지며 떼죽음을 당한다는 것이 그의 연구결과였다.

 어느 동물이든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려는 욕구가 강한 것이 본능인데 이를 포기하면서까지 집단을 위해 감행하는 자살행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공공건물에 불이 났을 때 어느 한사람이 한 방향으로 뛰어가게 되면 나머지 사람들은 탈출구가 아닌데도 그 쪽으로 모두 몰리게 되어 참담한 결과를 빚는 경우와 같다는 것이다.

 쌍끌이어선 금양98호

 사람의 본성도 때론 레밍쥐와 같을 수 있단다면 무리한 억측이라 비난을 받게 될까?

 일부 학자들은 나그네쥐처럼 소신없이 무분별하게 남을 따라 부화뇌동하는 것을 ‘레밍효과(lemming effect)’라고 이름 하기도 한다.

 옆집에서 멋진 곳으로 여행을 갔다 왔다거나 친구가 좋은 물건을 샀다고 하면 그걸 따라 하지 못해 안달이 나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되는 것일까?

 내가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나 시기심으로 인해 느끼는 욕구나 충동은 그래도 봐줄만한 일이다.

 연평도 근해에서 침몰한 천안함 사건으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있다.

 온갖 억측과 괴소문이 난무한 가운데 실종된 승조원들을 찾겠다며 험한 파도길을 나섰던 쌍끌이 어선 금양 98호 선원들마저 귀항도중 안타깝게 사망하거나 실종되었다.

 9명의 실종자 중 36세의 인도네시아 인을 비롯하여 2명의 시신이 발견되었으나 나머지 7명은 여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체 차가운 바다 한 가운데를 떠돌고 있다.

 천안함 승조원들을 구하기 위해 바닷속에 뛰어들었다 운명을 달리한 어느 대원은 국민적 영웅으로 부각되어 성대한 장례식과 함께 교과서에까지 실리게 되었지만 같은 이유로 구조작업에 참여를 했으나 여론과 국민들의 외면 속에 차가운 바다를 헤매야 하는 서글픈 원혼들인 것이다.

 천안함 침몰사건이 국가적인 대 사건인 탓도 있겠지만 매일 특집으로 방영되는 방송보도의 위력 앞에 자신도 모르게 레밍쥐 효과에 빠져들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금양호 선원들과 그 유가족들은 얼마나 야속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눈물의 연평도를 떠도는 금양98호 선원들의 희생정신도 결코 외면되어서는 아니 될 우리의 소중한 유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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