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검찰을 견제할 기관이 없다. 오직 법원만이 검찰의 과속을 억제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견제장치 마련등 대책이 절실하다. 더욱 필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검찰의 노력이다. 국회가 나서고 특검도 실시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있는 조직은? 누구에게 물어도 “검찰”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승만 정권의 경찰,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는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힘을 갖고 있었다. 정보부의 ‘조정관’들은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조정’하는 초법적 존재로 군림 했다. 오늘날 가장 힘있는 조직으로 꼽는 검찰도 정보부가 ‘조정’ 했다. 정보부 직원들은 무소불위의 ‘끗발’을 날렸다. 정보부 직원들의 행태가 공개된 적은 거의 없고 조직 내부의 ‘숙청’ 만이 있었다. 지역을 담당하는 정보부 요원이 지역에 뜨면 지역의 출입께나 하는 사람들은 그와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해 안달이 날 정도였다. 지역에서 정보부 요원의 정보원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호가호위’ 했다. 선량한 국민들은 “벌벌 떨었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보부도 김재규의 박 대통령 시해사건으로 힘을 잃었다. 전두환 정권은 국군 보안사령부를 이용했다.
5공과 6공을 거치면서 국가안전기획부로 명칭을 바꾼 과거의 정보부가 다시 힘을 얻었지만 김영삼 정권 들어서부터는 안기부장등 안기부 직원들도 검찰의 수사를 받는 변화를 가져왔다. 독재정권의 정보정치가 막을 내린 ‘민주화’의 상징적 변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은 어느 기관도 견제할 수 없는 막강한 조직으로 떠올랐다. 민주화의 가장 큰 덕을 본 검찰은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이 “막 가자는 것이냐”며 핏대를 올릴 정도까지 됐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무소불위’ 였던 경찰은 박정희 대통령 시대 이후 정보부나 검찰의 ‘보조’ 역할 정도로 위상이 추락했다. 독자적 수사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검찰에 의해 반복적으로 묵살됐다. 국가정보원으로 명칭이 바뀐 정보기관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돼버렸고 경찰은 검찰의 수사 보조 기관이 돼버렸으니 검찰을 견제할 기관은 없다. 오직 법원만이 검찰의 ‘과속’을 억제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검찰이 ‘힘’을 갖다보니 좋게 표현하면 ‘잘해주는’, 나쁘게 표현하면 ‘아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찌 생각하면 사람 사는 세상에서 당연한 이치인 듯 하다. 하지만 검찰이 ‘권력에 취해’ 썩어버지나 않았는지 걱정된다. 부산과 광주에서 “검찰의 스폰서 노릇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서다. 그들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던 검찰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어 더욱 걱정이다.
부패와 비리, 범죄를 척결해야하는 사명을 가진 검찰이 썩었다면 나라가 썩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검찰에 술 접대하고 촌지를 준 사람들은 이번에 ‘터뜨린’ 사람들 말고도 많이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사례도 있으니 곳곳에 수없이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검찰의 부패 정도가 상상보다 심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동서고금의 역사에 썩지 않는 권력은 없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번 검찰 스폰서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는 것이 ‘스폰서’ 사건의 진상 조사보다 중요하다. 검찰 견제 장치 마련등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욱 필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검찰의 노력이다.
국민들에게 이처럼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준 사건에 국회가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국정조사든 특별위원회 구성이든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국민에 대한 의무다. 특검도 필요하다 국민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 정파의 이해를 따질 사안이 아니다. 국회마저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