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삼국지의 영웅 조조

 중국의 후한(後漢) 말기, 황건적(黃巾賊)의 난(亂)을 필두로 나라가 어지러워진 틈을 이용하여 각지의 제후들이 봉기를 하면서 군웅할거 시대가 전개 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비상한 재능과 지략으로 중원(中原)의 대부분을 차지함으로써 위(魏)나라 건국의 기틀을 다졌던 조조(曹操)가 하루는 흉노족의 사신을 맞게 되었다.

 평소 왜소한 체구에다 날카로운 외모를 못마땅해왔던 조조는 오랑캐인 흉노족 사신의 기를 단번에 꺾어 놓겠다는 생각으로 용모가 수려하고 건장한 체구를 가진 호위대장 최염(崔琰)에게 자신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했다.

 그리고 호위대장의 칼을 허리춤에 찬 체 최염의 곁을 지키고 서서 흉노족의 사신을 맞았다.

 얼마 후 공물을 가지고 왔던 사신이 물러가자 조조는 흉노의 사신이 위왕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가 무척 궁금해서 사람을 붙여 마음을 떠보도록 했다,

 그러나 흉노의 사신은 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 주었다.

 “위왕은 건장하고 수려한 풍체를 가진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 옆에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호위대장이 난세를 평정할 만한 영웅호걸인 듯 합니다.”

 후한 말, 중국대륙을 무대로 펼쳐지는 영웅호걸들의 전쟁사를 다룬 삼국지의 한 내용으로 언변이나 외모만으로는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는 뜻 깊은 교훈을 담고 있다.

 

뚜껑없는 게바구니

 어부들이 바다가로 게(바닷게)를 잡으러 갈 때는 뚜껑이 없는 바구니를 가지고 간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어서 도망갈 염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게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어부들은 굳이 뚜껑달린 바구니를 고집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게를 잡아넣을 때마다 매번 뚜껑을 여닫는 불편함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게 무리의 시기와 질투심을 이용한 전통적 어구라는 것이다.

 어부는 게를 잡아 바구니에 넣기만 하면 될 뿐 게가 바구니 밖으로 나와 탈출할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용감한 게 한 마리가 탈출을 감행하여 주둥이로 올라가더라도 곧 바로 다른 한 마리가 먼저 올라간 게의 다리를 물고 늘어짐으로써 탈출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들끼리 물고 물리는 질투극이 이어지면서 결국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처음 게가 손을 놓아버리면 모두가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기 마련이다.

 바구니 안의 게들이 살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지만 자신들끼리의 시기심(또는 질투심)으로 인해 탈출에 성공하는 녀석은 한 마리도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물고 물리는 게들의 시기심을 이용할 줄 알았던 어부들은 게를 쫓아 바쁘게 뛰어다니는 와중에도 뚜껑을 여닫거나 게를 밀어 넣는 수고로움 없이 더 많은 게를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대표를 알아보는 혜안

 게의 행동을 들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짓’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만이라도 우리 스스로를 뒤돌아본다면 게를 욕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까닭없이 남을 욕하고 비방하며 남 잘되는 것을 보지 못해 배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바구니 안에서 물고 물리다가 결국 다 같이 죽음을 맞게 되는 게들의 행동보다 더 낳다고 할 수는 결코 없기 때문이다.

 오는 6월 2일 치러질 지방선거가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군수후보의 일방독주로 인해 타 지역에 비해 차분한 선거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과열양상에 따른 바람 선거 보다는 인물 본위의 투표가 이어짐으로써 진정한 대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긍정적인 낙관론을 가져본다.

 하지만 선거일이 가까워 오면서 후보간에 물고 물리는 난투극이 재연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떨쳐 버릴 수는 없다.

 일부에서는 상대후보를 깎아내리는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으며 인신공격성 헛소문이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나돌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선거일이 다가오면 올수록 그 도는 더 했으면 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그렇지만 그런 네거티브 선거방법에 의존하려는 후보들을 퇴출시키고 진정한 대표자를 선택하는 일은 우리 유권자들의 몫이다.

 영웅을 알아봤던 흉노족 사신의 혜안으로 물고 물리는 게의 습성을 지닌 후보자들을 퇴출시킴로써 우리 지역의 발전을 이끌고 민의를 대변해줄 진정한 대표를 뽑는 일에 우리가 적극 나서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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