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윤/ 서울 영등포구 영광읍 남천리 출신

 연중 가장 더운 시기다. 대서부터 20일간이 가장 덥다고 했으니 앞으로 2주간 정도는 더위와 싸워야 한다. 세계 각국이 폭염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데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줄줄이 죽어가는 더위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갈수록 여름은 더워지고 겨울은 추워지고 있다. 환경 오염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인류가 스스로 기후 변화에 의한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갈수록 기후가 예전 같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여름엔 더운 것이 당연하고 겨울엔 추운 것이 당연하다. 헌데 갈수록 ‘도깨비’ 같은 기후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국지성 호우· 폭설· 폭염 등이 최근 부쩍 늘었다. 지구의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할 것이라는 경고가 갈수록 실감난다.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화장실만 가려해도 자동차를 타고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등의 생활 습관을 바꿔야 지구를 구할 수 있단다. 지구를 구하기가 참 쉽다. 그런데 밥께나 먹게 되면서 밴 못된 습관을 고치기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특별히 관심을 갖고 의도적으로 바꿔나가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못된 습관이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오염 시키는 나쁜 버릇이 들기 전의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

 더우면 찬물로 등목하고 부채질 했다. 추우면 양지 밝은 곳에서 친구들과 몸을 부비고 뛰어놀았다. 어지간한 거리는 휘적휘적 걸어 다녔다. 자전거라도 타면 그렇게 빠르고 편할 수가 없었다. 음식물 쓰레기는 거의 없었다. 환경 오염을 우려하기는 커녕 ‘환경 오염’ 이란 단어조차 입에 올릴 일이 없었다. 지금은 에어컨과 히터가 없으면 못살 것 같다. 걸어서 5분 거리도 자동차를 탄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몸은 허약해질 수 밖에 없는 습관에 더해 자연의 모습마저 바꿔 버렸다. 산을 깎고 굴을 뚫었다. 물이 주인이던 개천은 콘크리트로 덮어 자동차에 내주었다. 영광읍만해도 물무산에서 시작, 도동리와 남천리 두갈래로 흐르던 물길은 사라진지 오래다. 물가에 모여 수다를 떨며 정을 나누고 소통했던 아름다운 모습 대신 자동차가 버티고 있는 회색의 삭막함으로 바뀌었다.

 인류가, 아니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는 생활 습관을 고치고 훼손한 자연도 가능한한 원상을 회복 시켜야 한다. 내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해서는 안된다. 습관을 고치는 것은 개개인의 일이지만 자치단체나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자동차에 제공했던 만큼의 공간과 시설을 제공해야 한다. 냇물을 덮고 있는 콘크리트를 벗겨 내고 자연이 숨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자치단체마다 ‘녹색도시’를 표방하는 것이 유행이다. 좋다. 하지만 정작 들여다 보면 알맹이 없는 구호 뿐이다. 탄소 배출, 즉 환경을 오염시키려면 돈을 내야 하는 시대다.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한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하지 않으면 엄청난 돈을 내야 할 것이다. 구호만의 녹색도시가 아닌 진정한 녹색도시가 아니면 지자체의 살림은 물론, 주민들의 살림도 어려워질 것이 예고되고 있다.

 지자체들이 인기와 실적에 연연한 사업에 열중이다. 단체장의 능력을 과시하는 전시적이고 정치적인 사업들이다. 물론 지역에 도움은 되겠지만 진정한 녹색도시를 이루는 것보다 급하고 중요한 사업은 없다고 본다. 지금은 약간의 경제적 발전보다 자연을 구하는 일에 나서야 할 때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보다 큰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영광군에 제안 한다. 녹색도시 사업을 경제 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들보다 우선해줄 것을. 녹색도시가 이뤄지면 그렇게 애를 쓰고 있는 인구 증가는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것이다. 환경이 좋아지면 기업은 유치 하지 않아도 찾아올 것이다. 경제 활성화와 주민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감히 장담한다. 녹색도시 사업을 어렵게 생각할 것이 없다. 차가 아닌 보행자와 자전거가 도로의 주인이 되도록 만들면 된다.

 길가에 즐비한 자동차는 어떻게 할것이냐고? 대부분 꼭 도로를 차지하고 있지 않아도 될 차들일 것이다. 점포 앞 차들은 고객보다 점포 주인의 출퇴근 용이다. 하루 종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집에서 자기 점포나 직장까지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돈도 적게 들고 건강에도 좋다.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아 지구를 구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긍지도 가질 수 있다.

 영광의 도로가 보행자와 자전거· 전기 자동차의 천국이 될 날을 상상하며 짜증나는 무더위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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