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숙희/ 칠산문학회원

서해안 끝자락
음력 칠월 보름
백중사리 달빛에
그리움이 제방(堤防)을 넘습니다.

학교로 오르는 고삿길엔
민춤해진, 바람결 서걱이는 수수밭,
희나리 고추밭 사이로 여뀌가 이웃하여 살고
무밑이 옹골진 채마밭엔
한때 마늘이, 양파가
흙바람에 코밑이 까맸더랬습니다.

교정 너머
뻘밭엔
비로소 선홍빛 칠면초들 세상입니다.

아마도 평생을 못보고 살아도
그 마음은 적요한, 반야의 세상 살아가는
불갑산 상사화들이
우르르 산을 내려와선
예까지 한 시간 남짓 달려와
꽃등 들고
안부를 묻습니다.

소쿠리에 담긴 국수말이
뭉긋한 멸칫국물에 우려내면
입안 가득 국수 한 가닥 한 가닥에
입맛 살아오던 토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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