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한 농산물 유통업자는 반년전 이미 채소대란을 예견 했다. 유통업체도 예견하고 대책을 세웠다. 정부만 몰랐다는 결론이다. ‘농정’이 있기나 한 것인지 한심하다. 이제 농업이 희생만 강요당하는 만만한 분야가 아니다. 말로만 ‘식량안보’를 되뇌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건국이념이며 현재도 우리나라 정치․ 교육․ 문화의 최고 이념은 ‘홍익인간’이다. 고려시대 일연이 쓴 삼국유사 속 단군신화에서 비롯됐다.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뜻이니 얼마나 좋은 이념인가. 내가 ‘홍익인간’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친구가 있다. 그는 ‘본래의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긴다. 예를 들어 풍수지리도 현재 널리 알려진 내용은 본래의 우리 것과 다르다며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본래’의 학설을 설파한다.
그의 주장을 들어보면 일관성도 있고 ‘우리 것’ 에 대한 자긍심도 생겨 아무리 오래 듣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그래 별명을 ‘홍익인간’이라 부른다. 풍수지리는 물론 기상 예측에도 일가견이 있다. 기상청보다 믿을만 할 정도다. 당일이나 며칠 후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먼 훗날의 기상도 예측 하는 데 지금껏 이 친구의 예측이 틀린 적이 없다. 슈퍼 컴퓨터 보다 이 친구의 예측이 정확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예부터 내려오는 날씨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전해 내려오는 말이 그의 기상 예측 자료다. 예를 들면 ‘겨울이 따뜻하고 봄이 추우면 흉년이 든다’ 는 등의 속담을 통해 기상을 예측하고 농산물의 작황을 내다 본다. 직업도 이같은 ‘우리 것’에 대한 믿음을 밑천으로 농산물 유통업을 하고 있다. 작황 예측이 정확하니 사업도 순조로울 밖에 없다. 농산물에 관한 그의 예상에 공감, ‘농업 르네상스가 온다’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본란 2010년4월10일)
지난 4월 배추 값이 폭등했을 때다. 그는 배추 값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 했다. 일기불순으로 인한 흉작과 중국산의 유입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채소대란을 그는 반년전에 이미 내다 본 것이다. 중국이 잘 살게 되면서 기아 수출을 중단할 뿐 아니라 오히려 질 좋은 채소를 수입해 갈 것으로 내다 봤다. 자연히 세계적으로 질이 좋은 우리 채소의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의 주장에 공감, 우리 농산물이 높은 가격을 받게 되는 ‘농업 르네상스’가 올 것을 믿고 있다. 농민들이 질 좋은 농작물만 생산한다면 어느 산업에 못지 않은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중국이 수출을 중단하고 수입하는 단계에 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그의 예측대로 채소 값은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민들의 살림을 생각하면 그의 예측이 틀려 채소 값이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 헌데 맞아가고 있는 것을 어쩌랴.
그의 예측대로라면 채소 값은 상당한 선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농․공산품에 비해 쌌던 농산품이 이제 만만찮은 가격을 유지할 경우 서민 생활은 팍팍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김치 없이는 밥 한 숟갈도 안 넘어간다. 먹지 않으면 안되는 채소 값이 올라가니 서민들은 고통 받을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공업의 진흥을 위해 희생을 강요 당해 온 농업이 이제 대접을 받게 됐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희비 쌍곡선 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채소의 ‘대란’이 대다수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는 사실이다. 식량과 안보는 국가에 그 책임이 있다. 먹거리로 국민이 큰 고통을 받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다. 즉, 채소 대란의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
오늘의 채소 대란을 한 개인이 어느정도 내다보고 있었다. 유통업체도 예측하고 있었다고 한다. 정부만 몰랐다는 결론이다. ‘농정’이 있기는 한 것인지 한심하다. 이제 농업은 FTA 협상에서 희생을 강요 당할 수 밖에 없는 만만한 분야가 아니다. 어느 산업 보다 중시해야 한다. 말로만의 ‘식량안보’를 되뇌어서는 안된다. 홀대 받던 농업의 위상제고는 ‘홍익인간’이란 건국이념과도 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