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의 60년 전쟁은 그 성격이 변하고 있다. 이데올로기가 아닌 권력세습 때문이다. 북한 형제들의 배고픈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되는 것이 우리의 도리다. 쌀이 남아 골치를 썩이면서 북 동포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우리의 도리가 아니다”
인류는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상대를 죽여야 살아남는 전쟁의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크게 3가지가 주 원인이다. 식량· 종교· 인종이다. 아직도 세계는 이 3가지 원인으로 인한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으로 대표되는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구의 화약고다. 물론 원인은 종교다. 한반도는 아시아의 화약고로 불린다. 원인은 무엇일까. 식량 때문도 아니고 종교가 달라서도 아니다. 인종이 다르기 때문은 더욱 아니다.
우리는 인류의 전쟁사에서 보기 드문 이유로 남북으로 갈라져 60년간 전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표면상은 휴전 상태지만 그간 끊임없이 서로를 죽이고 죽는 작은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양측의 살상행위도 수없이 많다고 한다. 순수한 혈통을 보존하고 있는 단일민족이 식량이나 종교적 갈등이 없는 데도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동족을 죽이고 동족의 손에 죽어가는 전쟁을 벌이고 있으니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경제 발전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냉정히 생각하면 참담하기 그지없는 현실이다. 남북으로 갈라져 싸우기 시작한 원인은 이데올로기 였지만 60년이 흐른 지금 남북간의 ‘전쟁’은 그 성격이 점차 변하고 있다. 이데올로기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는 갔다. 이제 경제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상호간에 체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이제 그 체제는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제 총성이 그치지 않는 60년 전쟁의 이유도 ‘경제’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권력 유지에 급급한 북측의 우리 형제들은 배고픔의 고통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 정권은 권력 유지 수단으로 인민의 눈과 귀를 가릴 수 밖에 없었다. 개혁· 개방으로 경제를 살려야 인민이 배부르게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는 없다. 개혁· 개방을 할 경우 인민들은 권력 세습의 폐해를 알게 된다.
개혁· 개방으로 눈과 귀가 열린 인민의 불만은 고조되고 붕괴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아는 세습 권력은 인민의 배고픈 고통을 외면했다. 북에 사는 형제들은 권력 세습의 대가로 배를 곯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눈과 귀를 가려도 배가 고픈 인민의 불만은 고조될 수 밖에 없다. 벼랑끝 외교로 남한과 국제사회에 식량원조를 구하는 이유다. 남한과 국제사회는 인도적 차원에서 북에 식량을 원조하고 있다.
우리가 배부르다고 북에 있는 동포들의 고통을 잊고 살아서는 안된다. 우리의 형제가 추위와 배고픔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데 우리가 마음 편하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북한 동포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어야 한다. 남아도는 쌀을 인도적 차원에서 보내줘야 할 당위성이다.
물론 보내준 쌀이 인민 구호가 아닌 군사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거나 틈만 나면 도발하는 북측에 왜 쌀을 보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지지만 어쩌겠는가. 형제의 굶주림을 외면 해서는 안되는 것이 우리의 도리다. 쌀 지원을 중단해야 할 어떠한 논리보다 ‘도리’를 앞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사람답지 않는가. 남아도는 쌀 처리 문제로 골치를 썩히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쌀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배고픈 형제들에게 도리가 아니다.
김정일 북측 국방위원장은 아들 김정은에게 권력을 세습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은 이런 북한을 인정하고 협조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한 경제력과 외교력 만이 중국을 설득하고 북측 정권을 설득해 북에 있는 형제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