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남의새끼를 죽이는 숫사자

  약육강식의 논리가 허용되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오직 강자만이 지배를 한다. 억센 발톱과 강한 이빨을 가진 동물과 그렇지 못한 동물과의 사이에서 뿐 아니라 동종(同種)간에도 적용이 되는 엄연한 자연의 섭리이다. 이 냉엄한 자연의 법칙은 동물의 제왕이라는 사자무리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사자는 한 마리의 숫사자를 우두머리로 일단의 암 사자와 새끼들이 무리를 이루는 집단생활을 영위한다. 우두머리인 숫사자는 비록 놀고먹는 백수에 불과하지만 무리의 보호는 물론 집단의 존폐가 걸려있는 개체수의 증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하지만 수컷 우두머리가 힘이 약해지면 힘 있는 젊은 수컷의 도전을 받게 되어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또한 법칙이다.

  암사자들을 독차지 하며 새로운 지배자로 떠오른 숫사자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전임자의 새끼를 물어 죽이는 일이다. 잔인하다고 치를 떠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 역시 생존본능에 따른 자연의 법칙이다. 새끼를 달고 있는 암컷은 새끼가 다 자랄 때 까지 발정을 늦추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새로운 지배자는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새끼를 만들 기회가 늦춰지거나 일이 잘못되었을 땐 영원히 기회를 잃을 수도 있는 일이기에 서둘러 암사자들의 발정을 유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새끼들을 물어 죽이는 것이다.

  강자만이 모든 걸 지배할 권리를 갖는 세상, 즉 수심(獸心)의 세계이다

이종(異種)간에도 모정이

  우리는 가끔 텔레비전을 통해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감동적인 프로그램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주인에게 목숨을 바치는 충견에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동물에 이르기까지 약육강식만이 판을 칠 것 같은 동물의 세계에도 종종 우리를 감동시키는 고귀한 사랑이 펼쳐지곤 한다.

  하지만 우리를 더욱 감격하게 하는 것은 동종(同種)이 아닌 이종(異種)간에도 이런 모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개가 어미 잃은 사자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거나 암탉 대신 병아리를 보호하는 고양이도 있었다. 뻐꾸기의 알을 정성껏 품어 부화 시킨 후 자신보다 더 크게 자라버린 새끼(뻐꾸기)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붉은머리 오목눈이새 역시 종을 뛰어 넘는 눈물겨운 자식사랑이 아닐까?

  이처럼 양육강식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일부 동물의 세계를 보면서 갑자기 동물을 비하하는 듯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는 표현을 수면인심(獸面)人心)이라는 말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되는 것은 어인일일까!

사람이기를 포기한 인면수심

  천인공노할 사건이 있었다. 지난 18일, 경북에 사는 30대의 한 주부가 입양한 유아를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 살해동기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서라니 이 엽기적인 사건을 접한 우리는 충격을 떠나 그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주부 최모씨는 지난 2008년 8월에 딸을 입양한 뒤 아이 이름으로 3건의 보험에 가입했는데 장염 등으로 입원해 치료받던 딸의 얼굴에 옷가지를 덮어씌워 숨지게 한 후 치료비 등 26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는 딸을 입원시키기 위해 소독하지 않은 우유병을 사용하고 끓이지 않은 물을 유아에게 먹여 장염 등이 발생하도록 해 병원에 입원시킨 것으로 드러나 우리를 놀라게 했다.

  더군다나 최씨는 2005년 5월경에도 생후 1개월 밖에 안된 여아를 입양하고 1년여 뒤 딸이 대구의 모 대학병원에 장염 등으로 입원치료 중 사망하자 보험사로부터 1500만원을 지급받았는데 이 역시 똑 같은 방법으로 살해를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최씨는 첫 번째 입양을 한 영아를 살해 하여 보험금을 타 낸 후 다시 입양기관을 찾아가 첫 번째 아이의 죽음을 몹시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참회나 슬픔으로 대변되는 눈물마저 믿을 수없는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생모에게 버림받은 아픈 상처를 치유해 줄 위대한 모정을 기다리다 탐욕에 눈이 먼 저승사자를 만나 결국 불귀의 원혼이 되어버린 이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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