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정치권이 대통령에 대해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는 것은 국민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것과 같다. 기업도 상생을 위해 소통하는 시대다. 소통하지 못하면 갈등이 빚어지고 갈등은 손해와 상처만 가져온다. 소통으로 상생을 이루어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데 2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소통’이 새해 벽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가 불을 지폈다. 청와대 참모들은 “집권 4년차인 올해 정무적으로 많은 난관이 예상되며 대선을 앞두고 예비후보들의 목청이 높아지면서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커지고 정책 수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 이라며 정치권과의 소통 강화 필요성을 제기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왜 정치권의 불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해 참모들이 나를 소통 안하는 대통령으로 만드나”며 참모들을 질타했다는 것이다.

  참모들의 표현도 아리송하고 대통령의 말씀도 앞뒤 아귀가 잘 들어맞지 않는다. 정무적 난관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구심력은 무엇이며 원심력은 또 무언가. ‘레임덕’이 우려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대통령도 그렇다. 정치권이 대통령의 ‘소통’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그것은 정치권의 일방적인 불만이라는 것이다. 정치권과 대통령 사이에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왜 나를 소통 안하는 대통령으로 만드냐”고 참모들을 질타하는 것은 분명 앞뒤가 맞지 않는다.

  ‘소통’은 대통령의 말대로 일방적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대통령으로서는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정치권은 국민의 의견을 반영한다. 정치권과 대통령의 소통은 국민과 대통령의 소통인 것이다. 정치권이 대통령에 대해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는 것은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해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소통’에 대한 인식을 이해하기 어렵다.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치닫는 것은 개인이나 조직에게 위험하기 짝이 없다. 남의 의견은 알 필요가 없다는 사고방식이다.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정치권은 대통령에 대해 소통이 안 된다고 하고 대통령은 소통을 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증거다. “당신들 뜻은 알겠는데 나는 내 방식대로 갈 테니 참견 말라” 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지극히 비민주적 사고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이명박 정권에 대해 ‘민주주의 의 후퇴’ 를 우려한 까닭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민주주의는 상생의 정신이고 상생을 위해서는 소통이 우선돼야 한다. 기업도 상생을 위해 소통하는 시대다. 소통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한다. 경쟁 관계인 삼성과 LG가 손을 잡고 삼성과 소니도 국경을 초월해 손을 잡았다. 상생을 위해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하지 못하면 갈등이 빚어지고 갈등은 모두에게 손해와 상처만 입힌다. 남북의 갈등이 결국 연평도 포격으로, 북에 대한 경제 제재로 이어졌다. 소통하지 않은 양측 모두 큰 상처와 피해를 입었다. 소통 부재가 부른 비극 이다.

  “레임덕은 없다” 고 아무리 부정해도 벌써 그 조짐이 보인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의 신년 대구 행보에서 200명의 기동대와 20명의 여경이 경호에 나선 모습에서 레임덕을 보았다. 잘 모르지만 그 정도면 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자에 준하는 어마어마한 경호가 아닌가. 박 전 대표를 벌써부터 차기 대통령으로 예우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민들의 눈에는 대통령보다 박 전대표의 ‘약발’이 더 세진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역사에 국격 상승과 선진국 진입 이라는 업적을 남기기를 바라지 않는 국민은 없다. 국민과 정치권의 의경을 듣기만 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소통이다. 상생을 이루어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데 2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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