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에 이어 ‘한국병’까지 ‘병’이 판치는 나라가 됐다. 손학규 대표의 ‘한국병’ 관련 주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동반성장’과 손 대표의 ‘함께 잘사는 나라’는 일맥상통 한다. ‘한국병’을 고쳐야 선진국이 되고 국격도 상승된다”

 구제역에 이어 조류 인플루엔자 까지 번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입 축산물 때문에 기죽은 축산업이 ‘설상가상’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재앙’ 이다. 일부에서는 수입 축산물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일부러 구제역을 퍼뜨리고 있다는 루머 까지 나돌고 있다. 국내 축산업이 막장에 몰려 있음이 분명한 상황이다.

 소· 돼지와 닭· 오리 등 가축의 질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판에 ‘한국병’ 때문에 국민들이 꿈과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대한민국은 ‘병’이 판치는 나라가 돼버렸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양극화· 빈부격차· 반칙과 특권을 ‘한국병’ 이라 규정하고 이의 해소가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한데 따른 것이다.

 정당 대표들의 신년 기자회견은 관례다. 대개 잇슈화 되지 못하고 정치권에서만 비난성 비판을 하는 것으로 잊혀진다. 헌데 이번 손 대표가 제기한 ‘한국병’은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손 대표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선 새로운 나라에 대한 꿈은 공동체 회복으로 다함께 잘사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빨갱이’ 라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 정도면 손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은 일단 ‘성공작’인 셈이다. 관례적 행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 자체가 정치인 손학규가 점수를 딴 것으로 볼 수 있다. 손 대표의 ‘한국병’ 관련 주장을 ‘야당의 정치 공세’ 정도로 인식하는 국민들은 아마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로 ‘재앙’의 위기를 맞고 있는 축산 농가의 타들어가는 심정을 모르는 사람들일 것이다. 또 배추가 한 폭에 얼마건, 물가가 뛰건 말건 큰 관심을 갖지 않고도 잘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중에 ‘빨갱이’ 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한국병’은 배금주의· 부정· 부패 등이었다. 표현만 다르지 손 대표가 말한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12대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다지만 공공근로 일자리를 못얻어 애타는 사람들이 숱하다.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강자 독식의 반칙과 특권은 국민들이 보기 싫어도 매일 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반복되고 있다.

 독재를 종식 시키고 문민 정부를 세웠다고 자부하는 김영삼 정권과 민주화 투사로서 노벨 평화상 까지 받은 김대중 정권은 어느날 갑자기 특권층이 된 아들들의 비리와 각종 ‘게이트’로 얼룩졌다. ‘국민이 대통령’이라던 노무현 정권도 권력형 비리가 이전 정권에 비해 만만치 않았다. 오늘도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 총수 였던 사람의 뇌물 사건을 보고 듣지 않을 수 없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이 정도면 강자독식에 의한 반칙과 특권, 그리고 그에따른 양극화는 분명 ‘한국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에 들고 나선 ‘동반성장’과 손 대표의 ‘한국병’ 관련 주장은 ‘함께 잘사는 나라’를 추구 한다는 점에서 일맥 상통한다. 서로 비난하고 콧방귀를 뀔 ‘말씀’ 들이 아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모두 ‘함께 잘사는 나라’를 신년 화두로 꺼내 들었으니 오랜만에 여야의 ‘코드’ 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산업화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룩한 영국은 지나친 노동운동과 복지라는 ‘영국병’에 의해 종이 호랑이로 전락 했다. 가스 유전이 발견됐다고 돈을 펑펑 써 댄 네델란드도 노사대립과 실업· 재정적자라는 ‘네델란드 병’으로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 ‘한국병’을 고치지 않고서도 선진국이 되고 국격이 상승될 수 있을까. ‘함께 잘사는 나라’는 커녕 공동체 파괴로 인한 경제적 추락을 면치 못할 것이 우려된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