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국/ 영광신문 논설위원

  지난 1월 8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는 한 젊은이가 연방 하원의원인 기퍼츠40세)와 그의 지지자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6명의 사망자와 13명의 부상자를 낸 엄청난 참사였다.

  범인은 1차 총기 난사 후 총알이 떨어지자 난사를 계속하려고 주머니에서 새로운 탄창을 꺼내 들었다. 그 때 마침 기퍼츠의원 앞에 서 있었던 74세의 퇴역 육군 대령 빌-베이져는 범인의 왼손을 꺾어 탄창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그 옆에 서 있던 중년 남성 로져-슐츠게이버도 범인의 오른팔을 낚아챘다. 범인은 넘어졌다. 총소리가 나자 무서워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61세의 여성, 퍼드리셔-마이시는 엉겁결에 자기 옆으로 넘어진 범인의 허리를 덮쳤다. 양손으로는 그의 다리를 힘껏 눌렀다. 저만치서 이 광경을 목격한 또다른 중년 남성 조셉-지부디는 뛰어가 범의 손에 들린 권총을 걷어차고 양팔로 그의 목을 감았다. 네 사람의 합동작전으로 범인은 완전히 제압되었다.

  또한 20세의 여대생 대니얼-에르난데스는 총을 맞고 쓰러져 있는 기퍼츠 의원을 끌어안고 응급조치를 했다. 출혈을 막기 위해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총상 부위인 관자놀이를 압박하면서 정신을 잃지 않도록 계속 흔들어 깨웠다. 간호학과생인 그녀의 적절하고 신속한 응급조치는 기퍼츠의 생명을 구해냈다.

  언론들은 시민들의 영웅적 행동이 더 큰 참사를 막았다고 찬양했다. 그러나 그들은 한사코 “영웅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며 서로 공을 돌려 미국사회를 더욱 감동시켰다. 그들은 범인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피해를 줄인 것이었다.

  미국 정부는 이 엄청난 사건을 차분하게 처리해 나갔다. 하원은 12일로 예정된 「건강보험법 폐지」 투표를 연기하고 희생자의 가족과 국민들에게 정중한 추모와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여·야 정치권은 곧 이어서 자성론을 내놓았다. “정치인들의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은 자칫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해도 된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며 정치 폭언과 위협, 무분별한 폭로와 선동을 동원하여 정쟁을 계속하면 제2, 제3의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 놓았다. 진보· 보수 모두 국민 앞에 반성한다는 고백을 했다.

 「아리조나 카우보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용감한 시민정신, 국민 앞에 솔직하게 잘못을 빌 줄 아는 민주적 리더쉽은 작금의 우리 현실에 비추어 ‘타산지석(他山之石)’이 아니 될 수 없다. 천안함 격침사건· 연평도 포격사건은 말할 것도 없고, 134만 마리의 소· 돼지가 매몰 처분되고 1조4천억원의 손실이 났다는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어도 도대체 겁이 나는지 안 나는지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은 극단적인 막말을 되풀이 하면서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곳은 삼류 액션영화 촬영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4.12보선과 총선· 대선에서 표를 얻어 보겠다는 계산인지는 몰라도 도저히 상호 타협점이 없을 것 같은 이슈들만 연일 만들어 내고 있다. 타협의 여지가 없는 정책이나 이슈는 막말이나 다름없다. “정치인에 의한, 정치인을 위한, 정치인의 정치”를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이미 국민들은 그 속셈을 꿰뚫어 보고 있다. 소독약으로 목욕· 양치를 하고서라도 구제역 현장으로 달려가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 농·축산업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할 수 있는 감성을 가진 지도자가 아직 한사람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지역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이슈를 만들어 성명· 광고전으로 대립하고 있으니 주민들은 피곤하고 짜증이 난다. 어떻게 결론이 날른지 불안하다. 누구를 위한 이권이란 말인가? 그 식구가 그 식구인데. 농업인이 축산인이고 축산인이 농업입인데.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이제는 손을 잡고 ‘구제역 청정구역 영광’ 고수를 위해 나서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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