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 영광세무회계사무소장

 장기간동안의 설 연휴가 끝나고 본래의 생활로 돌아오는데 한참 후유증을 앓 무렵, 깜빡 잊었던 선배가 생각났다. ‘아차, 매번 신세를 지는데 전화통화로도 안부인사를 못 드렸네.’ 무릎을 탁 치는 순간 이제라도 연락을 해보고자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미안한 마음 가득 전화를 걸었지만 목소리를 듣는 순간 죄송함보다는 반가움이 더 앞서 늦은 새해인사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좋은 일이 있어도, 그렇지 않은 일이 있어도 언제나 우리들 마음속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선배’라는 이름. 항상 그 자리를 지켜준 선배를 다시금 떠올려본다.

 사회에서 아주 많이 듣는 단어,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단어, 끈끈한 그 무언가가 느껴지는 단어가 바로 선배 그리고 후배이다. 선배들은 어렵고 힘든 시절을 먼저 헤쳐 나가며 경륜과 지혜를 쌓아왔고, 후배들은 선배들이 장기간 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을 그들과의 인간관계를 통하여 직․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시행착오를 줄여나가고 있다. 후배들의 마음 한편에 항상 자리 잡고 있는 존경받는 좋은 선배들의 특성을 생각해보니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첫째, 선배들은 솔선수범하였다. 선배와 함께 한 단체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팀이 구성되고 팀원 사이에서 각각 팀장을 선출해야 했다. 팀장이 되면 물론 혜택도 있었으나, 그로인한 물적, 심적 부담이 훨씬 더 큰 상황이었다. 선배는 자신이 팀장이 되어 온갖 궂은일을 다하면서, 후배들을 이끌었다. 평소 야구를 즐겨봤던 선배는 주자가 1루에 있으면 무조건 밀어치고, 안타보다는 희생플라이에 집중하여 자신보다는 팀을 중시한 결과 기아타이거즈를 2009년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도록 이끌어낸 이종범 선수를 좋아하였다. 개인보다는 전체를 중시하고,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설령 본인은 빛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하여 희생하는 정신을 가진 선배들이 본인들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그 모습을 후배들은 항상 떠올리는 것이다. 자발적이고 희생하는 모습들을 보고자란 후배들은 그 모습을 대내이게 되고,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져 나가게 되고, 그 행동이 계속된 결과 습관이 되어 우리사회는 멋지게 만들어지고 있다.

 둘째, 선배들은 좋은 후배를 육성하고자 노력하였다. 내가 처음 들어간 직장은. 1년 이상 버티면 5년 이상의 노하우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선호 반, 기피 반의 회사였다. 나의 바로 윗 선배는 5년 먼저 그곳에 들어와 갖은 고생 다하며 그 업계에서 튼튼한 기본 실력을 갖춘 사람으로 평판이 나있었다. 실무를 익히고자 들어간 회사에서 당연 살아남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될 수 없는 법. 선배의 가르침과 지도가 필요했다. 그 선배는 나의 부탁을 흔쾌히 승낙하고 본인의 일이 없는 때에도 저녁 늦게까지 장기간동안 자신이 힘들게 얻은 노하우를 나에게 전수해 주었다. 선배가 가진 지혜와 경험들을 마냥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에서, 또 상호간에 경쟁관계에 놓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이 가진 지혜와 경륜을 후배들에게 전수할 때에는 대단한 결심과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혜와 경륜을 권력화 하여 후배 앞에 군림하려는 것이 아니라, 살을 붙여 전수함으로써 존경의 대상이 되온 선배들 덕분에 후배들은 자신이 진 빚은 자신들의 후배들을 위하여 다시 과감하게 베풀고 그 덕에 우리사회는 더 멋있어 진 것이다.

 셋째,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어느 겨울 대학시절 모임이 있어 아침 일찍 지하에 있는 동아리방을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엄청 추울 것으로 생각했던 동아리방은 아무도 없는데도 아주 따뜻했다. 이유인즉슨 고시공부를 하는 선배가 모임에 오지 못하여 도서관에 가는 길에 동아리 방에 들러 난로를 켜주고 갔던 것이다. 시험이 불과 얼마 남지 않아 시간과 마음이 그 누구보다 촉박할 것인데도, 후배들을 위하여 난로 불을 켠 선배. 그 덕에 모임은 한층 훈훈해 지고 더욱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음은 물론이다. 사랑은 다시 더 큰 사랑을 낳는다. 선배로부터 받은 사랑은 후배들이 더 크게 널리 퍼뜨려 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급격한 사회의 변화로 후배들은 선배들이 접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새로운 상황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해결방법도 다양하게 생겨났다. 후배들은 본인들이 가진 정보 활용 능력 등을 통해 때로는 선배들에 비하여 더욱 빠른 해결책을 찾고, 또 다른 문제제기를 하기도 한다. 가끔은 이런 이유로 사회 안에서, 조직 내에서 선배의 입지가 조금 좁아지게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선배는 분명한 선배의 역할이 있기에 그들의 자리는 언제나 굳건하다. 좋은 선배는 권위적인 존재로 상징되는 것이 아닌, 이 사회의 원동력으로서 존경받아야 할 보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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