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영광신문편집위원/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굳은 일에 동원되는 공무원.

 구제역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설 연휴까지 반납을 해야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고향을 찾아오는 귀성객들을 상대로 구제역 방역소독을 해야 했던 공무원들이다.

 서해안고속도로 영광 IC에서는 지난 설을 전후해 영광군청 공무원과 주민 자원봉사자들이 구제역 청정지역이라는 마지막 보루를 지키기 위해 귀성차량을 대상으로 한 방역소독에 안간 힘을 쓰고 있었다.

 IC를 빠져 나오는 전 차량에 양해를 구해 차 문을 열고 신발에서부터 바닥시트까지 손으로 직접 소독약을 분사하는 고된 작업이었다.

 구제역이 확산되자 방역을 위해 전국의 공무원들이 동원되면서 누적된 피로로 인해 빈발하는 사고는 물론 과로사로까지 이어질 만큼 심각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황금같은 설 연휴도 반납을 해야 했다.

 한 직원은 지난 밤새 근무를 하다가 아침에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나왔다며 연신 충혈된 눈을 비벼대고 있었다.

 며칠 전에는 우리 단체의 임원들이 위문 차 관내 방역초소를 순회했었다.

 영광군에서는 우리 군으로 통하는 외곽 길목 열 두 곳에 간이 초소를 만들고 오가는 차량을 향해 24시간 순번제로 소독약 분사작업을 하는데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방문을 했던 것이다.

 올해 따라 유난히 심했던 혹한 속에서 방역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공무원과 일반 고용인들이 팀을 이루고 있었으며 여직원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한 여직원은 밤새워 방역작업에 동원되었다고 해서 일반 행정 업무를 줄여주는 것도 아닌데 방역이 끝나면 일은 일대로 처지면서 또 산불방지에까지 동원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지난 폭설 때에는 영광읍내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군청 공무원들이 동원되기도 했었다.

 

 공무원에겐 딸 시집 안 보낸다.

 IC 방역 자원봉사활동에 나왔던 한 단체의 회원이 내 뱉은 말이다.

 수 십대 일의 경쟁을 뚫고 들어온 고급 엘리트 그룹으로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상위 직업중 하나라는 공무원들의 자부심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고생하는 공무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반어법을 사용한 농담일 수도 있겠으나 요즈음의 공무원 세계를 되짚어보노라면 그냥 웃고 넘어갈 일만은 아니 것 같기도 하다.

 인권이 강조되면서 사람들의 발언권이 높아지고 더구나 지방자치제도에 따른 사회복지의 욕구가 한없이 늘어나면서 공무원들이 동네북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공무원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 또는 지방 공공 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이다.

 말 그대로 행정 사무처리를 하는 사람들이라지만 눈 치우는 마당쇠 일에서부터 방역과 산불방지는 물론 도로보수, 쓰레기 처리는 물론 사적인 다툼에까지 온갖 굳은 일에 다 동원되어야 하는 것이 공무원들의 현주소인 것이다.

 "요즘 민원인들 살벌합니다. 저희가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아주 고약하게 덤벼요. 하소연할 데도 없고, 해봤자 민원인이 문제를 제기하면 대부분 내 책임으로 돌아오니 그냥 쉬쉬하고 맙니다."

 "요즘 민원인들은 조금만 자기 마음에 안 들어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겠다는 식으로 공무원들을 협박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항의를 하고 싶어도 조직 내에서 조차 '네가 잘 응대하지 못해서 그런 일이 생겼다'는 식으로 책망하는 분위기여서 꾹 참고 살아야 합니다.“ 일선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진정한 공무원이란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작업복 차림으로 온 군내를 발로 뛰어 다니는 군수와 직접 방역작업에 뛰어 든 군의회 의장도 지켜보았다.

 군수는 구제역과 AI 방역작업이 시작되면서 단 하루도 발 뻗고 편히 잠을 자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을 타는 사람들이기에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고 치부해버리기에는 그들의 수고가 너무 큰 것은 아닐까?

 그들의 고단함을 담보로 우리가 편히 잠을 잘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몇 년 전 새해 첫날, 영광군청에 근무하는 한 지인과 함께 무등산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 해에도 눈이 많이 내려 하우스 등의 피해가 늘어날 때였는데 정월 초하룻날엔 갑자기 폭설경보가 내리면서 전 공무원들이 소집되었다.

 무등산 정상을 얼마 안 남겨놓고 비상연락을 받은 그가 부랴부랴 하산을 서둘렀으며 우리 일행들도 어쩔 수 없이 새해 첫 산행을 포기하고 영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공무원으로써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려는 그의 모습에 감화를 받았기에 정상을 바로 눈 앞에 두고도 같이 산행을 포기했던 것이었다.

 구제역과 AI 광풍이 어서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제역과 AI가 잡힌다 할지라도 또 다시 이어질 산불감시를 위해 휴일을 반납해야할 공무원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영광군청 공무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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