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프리랜서

독재정권과 야합한 대한민국

 “튀니지 발 시민혁명 바이러스의 위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권을 강조하고 독재를 비난하면서도 ‘돈벌이’를 위해 인권을 억압하고 독재를 휘두른 정권과 야합한 과거가 부끄럽다. 과감히 반성을 표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지난 연말 튀니지의 노점상 청년이 분신 자살 했다. 철권 통치와 부정부패에 대한 항의였다. 청년의 분신 자살은 시민혁명으로 이어져 23년 독재정권을 무너 뜨렸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이다. 재스민 혁명의 불꽃은 이웃 이집트로 옮겨 붙었다. 타흐리르 광장에서 죽음을 불사한 18일간의 시위는 결국 30년 독재자 무바라크 대통령을 하야 시켰다. 시민 혁명은 이집트를 넘어 아랍 세계 전체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예멘과 리비아에 시민혁명의 소용돌이가 일고 있고 오만과 모로코․ 아랍 에미리트 등에도 금명간 번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의 독재와 부정부패에도 침묵해온 아랍인들에게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은 “우리 힘으로 우리 나라를 바꿀 수 있다” 는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튀니지 발 시민혁명 ‘바이러스’ 의 위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랍 세계의 시민 혁명은 아직 ‘과정’이지만 장기간 독재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세계 최장기 집권(42년) 기록을 갖고 있는 리비아의 가다피 정권이 전투기로 시위 군중에게 폭격까지 가하며 정권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금명간 무너질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김일성의 집권과 역사를 같이 하고 있는 가다피의 몰락과 함께 북한 정권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랍세계의 시민 혁명은 우리의 민주화 과정과 닮은꼴이어서 남의일 같지가 않다. 그들의 혁명이 민주화로 이어지는 성공을 가져오길 빌어마지 않는다. 나아가 아랍인들이 “우리 힘으로 우리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자각을 한 것처럼 북한 동포들에게도 이같은 의식이 싹트고 결국 3대에 걸친 독재정권이 무너지길 기대한다. 부정부패와 독재가 지구촌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것이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앓았던 민주화 몸살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독재에 신음해온 나라의 국민들은 염두에 두지 않고 독재 정권의 입맛을 맞춰가며 ‘돈벌이’에 급급 했다. 이익을 위해서는 악마와의 거래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시민들에게 전투기를 동원, 수백명을 사살한 가다피에게 사과하고 굽신거린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인권’을 강조하고 독재를 비난하면서도 ‘돈벌이’를 위해 인권을 억압하고 독재를 휘두른 정권과 야합한 과거가 부끄럽다.

 북한 동포를 독재정권으로부터 해방시키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부끄러운 ‘돈벌이’ 행각에 대해 국제사회에 사과하고 억압 받는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특정한 나라의 ‘인권’을 문제 삼으면서 뒤로는 국익을 위해 독재자들을 비호해온 강대국들도 비판을 면키 어렵다. 지구촌에서 독재 정권의 ‘도미노’와 함께 소위 경제대국들의 비판과 반성도 이어질 것이다.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히 반성을 표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세계의 언론은 피를 동반하지 않을 수 없는 시민혁명에 지역을 상징하는 꽃이나 나무· 색상과 연관지어 혁명의 이름을 붙이고 있다. 2004년 우크라이나의 시민 혁명에는 야당의 상징 색인 오렌지를 붙여 ‘오렌지 혁명’ 이라 불렀다. 이듬해 키르기스탄의 부정선거에 항의 한 민주화 운동에는 이 지역 산악지대에 자생하는 ‘튤립 혁명’ 혹은 '레몬 혁명‘으로 이름 지었다. 튀니지 혁명에 붙인 ’재스민‘은 튀니지의 국화다.

 이처럼 죽음을 동반한 혁명에 아름다운 이름을 붙이는 것은 그 혁명의 결과가 아름답길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시민혁명 ‘바이러스’가 독재국가에는 민주화를, 민주주의 국가에는 더욱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꽃이 피길 간절히 바란다. 남북 통일도 헛된 꿈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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