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만/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

 요즘 인사철과 함께 졸업·입학 시즌이 겹쳐 있어 선물 수요가 늘고 있는데 공직자들은 선물 수수와 관련해 몇 가지 유의할 게 있다. 자칫 과중한 선물로 인해 직무상 판단을 흐리게 하고 이권 개입이나 특혜 가능성을 증대시켜 공정한 업무 수행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부패유발 취약분야라고 일컬어지는 인ㆍ허가, 물품계약, 단속ㆍ점검 관련 업무에서 선물 수수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공직사회의 청렴성을 제고시키고 공정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8년 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공직자 행동강령’은 공직자가 직무관련자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직자는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공기업 공단 국책연구기관 등) 임직원이고, 직무관련자는 공직자의 소관업무와 관련해 직접 이익 또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선물은 난(蘭) 뿐만 아니라 케이크 책 화장품 등 일반적인 선물을 가리킨다.

 공직자는 직무관련 민간인으로부터는 선물을 받아서는 안 되지만 직무관련 공직자 간에는 통상적인 관례의 범위인 3만원 내에서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해당 공직자의 소속기관장이 사실 관계를 확인 후 징계 조치토록 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선물범위를 ‘3만원’으로 제한하는데 대해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어 부연설명한다. 3만원은 2003년 행동강령 제정 당시 절차에 따라 민간단체 관계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공청회와 법률검토 등을 거쳤고, 국제사회 기준, 사회통념 등을 반영해 정한 것이다. 3만원 짜리 화분이 얼마나 있느냐는 주장도 있지만 직무관련 공직자간에 허용되는 3만원은 아주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기준이므로 간소해야 할 필요성과 상징성이 있고 특정 품목을 겨냥하여 금액한도를 높이는 것은 청렴한 공직자상을 기대하는 국민정서에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고속도로에서 운전자들이 제한속도 100km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해서 140-150km로 상향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공사(公私) 구분이 엄격하고 청렴한 선진국들도 우리나라 선물 규정과 비슷하거나 더 강한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 선물 상한액은 20달러(2만 4천원 선)다. 아시아 청렴국가들인 싱가포르 홍콩 등은 어떤 금전이나 물품도 선물로 받지 못하며 영국은 소액(다이어리 펜 등)의 선물만 수령할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마침 지난 9일 신라호텔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를 포함 다국적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부패방지 정책에 관한 조찬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는데 이때 나온 선물제공에 대한 견해들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오랫동안 공직에 있었다는 한 대표는 미국은 공식 식사접대비가 20-25달러로 지난 20년간 줄곧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최고경영자들은 한국은 선물제공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처벌도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으며, 금품제공 및 특혜제공이 효율적인 기업경영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심각한 공정경쟁 저해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재차 강조컨대, 현행 규정대로 공직자는 직무관련성이 없는 상대방(친지 친구 등)과는 언제든지 선물(난 화분 등)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며, 직무관련 공직자간에는 통상적인 범위(3만원 이내)에서 선물을 수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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