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에 새긴 이름

조웅현/ 낙월면

 

호랑이 죽어 거죽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 남긴다던

양나라 장수 왕선장은

당나라 포로가 되어서도

죽음을 택하여 이름 떨쳤다

 

하늘 같이 높고 큰 산

무등의 서석대 규봉

죽순처럼 솟은 거대한 주상절리(柱狀節理)

천하절경 흠집 내어 남긴 이름들

 

정사품 군수로부터 정이품 관찰사

감히 우러러보는 높은 벼슬들

임금의 밀령을 받아 은밀히 다녀야 할

암행어사까지

 

이마를 조아 이름을 새겨도 끔쩍 않고

오직 천명 따라 제자리 지키는

그들이 예 와서 무얼 하고 갔는지

다문입 열지 않는 바위

 

바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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