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중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동국의대 교수

한국의 원자력族, '과학적 상식'으로 말하라

 

1. 한국형 원자로는 더 안전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정부와 한수원은 한국형 원자로는 후쿠시마 원자로보다 더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원자로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니 한국형 경수로는 물을 끓이는 방식에 있어서 간접방식이고 후쿠시마는 직접방식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핵연료봉에서 발생하는 열을 가지고 물을 직접 끓이는 방식이 후쿠시마의 방식이고, 연료봉의 열을 이용하여 물을 데운 후 이것이 바로 증기를 발생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다른 물로 열을 전달하여 증기를 발생시키는 방식이 이른바 한국형 가압 경수로라는 것이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이번에 원자로의 구조에 관해서 좀 알아보자. 원자로는 핵반응으로 열을 발생시키고 그 열을 이용해서 물을 끓여 그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화력발전소와 같은 이치인데 그 연료가 다를 뿐이다. 직접방식인 후쿠시마 방식은 아무래도 열효율이 더 좋을 것이고 한국형의 간접방식에서는 열효율은 떨어지지만 수증기에 있는 삼중수소 등의 발생이 더 적을 것이다. 간접방식은 핵반응으로 얻은 열이 직접 물을 끓이지 않고 가압된 고온의 물을 만든 후 이 고온의 물을 이용하여 다른 물을 끓이므로 고장이 없는 평소에는 중수나 삼중수소 등의 동위원소가 적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그 원인이 핵연료의 온도를 식히지 못해서 일어난 사고이다. 물 끓이는 방식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일어난 사고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정부의 주장은 마치 엔진과열로 폭파된 자동차를 보면서 "내 차는 브레이크가 더 안전하게 설계되어있어."라고 자랑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것이다. 조금 생뚱맞지 않는가? 이번 상황에 맞게 안전성을 선전하고 싶다면 냉각시스템과 보조전력 공급체계에서 일본보다 더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교과부의 제2차관은 최근 MBN과의 대담에서 "한국의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며, 이는 다른 나라들이 인정하고 있다"고 발언하였다. 나는 이 발언을 사고 이전의 일본 동경전력 임원과 일본의 정부요원이 들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지 궁금하다. 사실 일본은 이번 후쿠시마 원전의 안전성을 위해서 우리보다 더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며칠간은 네모난 원전건물을 보면서 우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우리 원전은 외벽이 돔형으로 만들고 그곳에 물을 채워놓고 있으므로 이런 사고를 당했을 때 덜 위험하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며칠 후 후쿠시마 원전의 건물구조가 드러나면서 이런 발언이 쏙 들어갔다. 일본은 돔형의 격납고로 만족하지 못하고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 바깥쪽에 네모난 외벽을 한 번 더 쌓았던 것이다. 아마도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고 안전성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한 결과였을 것이다.

또한 우리 원전 전문가는 1호기가 폭발하고 3호기는 아직 폭발하기 이전에 3호기의 외벽은 더 두껍게 설치되었으므로 1호기처럼 폭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외벽이 더 단단하다보니 압력이 더 커졌고, 폭발의 크기도 훨씬 더 컸었던 것이다. 1호기보다 더 두꺼운 철판이 둘러쳐있어서 절대로 터지지 않을 것이라던 3호기의 폭발은 아마 이번 폭발의 대표적인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원전의 안전성은 사실 상당한 수준이다. 우리가 자동차를 사용하면서 고장 나는 횟수에 비하면 고장의 빈도는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21개에서 기껏 1년에 10회 정도의 작은 사고가 발생할 뿐이니까. 그러나 원전 사고 중에는 이번 후쿠시마처럼 대형 사고도 발생한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폭발의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는 모르지만 이번 사고의 영향은 일본의 운명을 크게 바꾸어놓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2. 원전사고의 원인은 너무나 다양하다.

그간 세계적은 원전사고는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사고와 미국의 스리마일 섬 사고가 유명하다. 그 외에도 이보다 작은 사고들이 있었는데, 중요한 점은 이런 사고들의 원인이 너무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는 사고 원인의 다양성이 원자력 전문가들의 상상력 한도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사고 직후 미국의 CNN 방송에 나온 한 미국 원자력 전문가는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미국의 원전은 지진에 대해서 충분히 예측하고 대비하였다. 또한 쓰나미에 대해서도 충분히 예측하고 대비하였다. 그러나 이 두 가지가 한꺼번에 오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비가 되어있지 않다."

이런 것을 등잔 밑이 어둡다고 말하는 것일까? 의사 가족이 암을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이것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우리 일반인들은 지진이 오면 쓰나미를 당연하게 걱정하는데 소위 원자력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다니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원전의 사고에는 너무나 많은 원인들이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사고들은 모두 다른 원인들에 의해서 촉발되었다. 이번일로 지진과 해일에 대한 대비는 더욱 철저해 지겠지만 이 두 가지는 전체 위험요소 중 극히 일부 요인일 뿐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상상력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포괄할 수 없다. 그들의 상상력은 유한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는 상황은 무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가들이 상상했다 하더라도 제정문제 등의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대비하지 못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아마도 다음의 대형 사고는 그들이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이유로 촉발될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의 사고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경지라는 것을 우리는 이번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건에서 배운다.

 

3. 왜 나이순으로 폭발했을까?

이번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를 들여다보면 이른바 "경년열화" 현상을 볼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10개의 원전이 있으나 이번에 문제된 것은 1호기-4호기이다. 아직 5-6호기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는 그렇다. 또한 폭발한 순서도 1-3-2-4호기 순으로 폭발하였다. 이로써 바로 원전의 "나이 순"으로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후쿠시마 1호기는 1971년에 운전을 시작했다. 2호기는 74년, 3호기는 76년, 4호기는 78년 등 순서대로 시작했고, 5호기 이후 6개 원자로는 80년대에 운전을 시작한 것들이다. 왜 같은 지진과 해일을 겪으면서도 이렇게 "나이 순"으로 문제가 발생했을까?

적어도 과학적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사건을 보고 오래된 원전일수록 위험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가장 먼저 폭발했던 후쿠시마 1호기는 작년에 설계수명이 다되어가자 수명연장을 단행했던 원자로이다. 원자로의 설계수명이 무엇인가? 처음 원자로를 설계하면서 재질과 크기, 물리적 성질 등을 고려해서 정해진 사용기간이다. 이것이 다했는데도 더 많은 이익을 위해서 연장하여 사용하다가 이번 대형참사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 일본정부와 동경전력은 이러한 위험을 안고 수명 연장을 단행한 것이다. 일본 정부도 우리 정부와 한수원처럼 "수명을 연장해도 처음 지을 당시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통과했으므로 안전하다"라고 국민들에게 설명했을 것이다.

고리1호기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운전을 시작한 원자로이다. 3년 전에 수명연장을 단행하였다. 국내 두 번째 원전인 월성1호기는 현재 수명연장을 검토하는 과정에 있다. 별 일 없으면 수명연장이 될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이런 수명연장의 위험성을 과학적이고도 명확하게 입증하고 있다.

 

4. 한국에서 5등급 이상의 대형사고 날 확률은 약 24%이다

잘 알려진 바대로 원전사고 중 5등급 이상의 대형 사고는 미국의 스리마일 섬 원전사고와 체르노빌 원전사고, 그리고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있다. 그 외에도 5등급 이상의 사고들이 있었지만 나머지는 연구소나 재처리시설 등에서 발생한 사고들이다. 전 세계에 있는 450 여개의 원전 중에서 6개의 원전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원전사고의 확률은 1.33%라고 계산된다. 원전 1기 당 대형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1.33%인 것이다. 이를 조건으로 하여 한국에 있는 21개의 원전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할 확률을 계산해보면 약 24%가 나온다. 이 확률 계산법은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배운 것이므로 그 설명을 생략하기로 한다. 그간 한수원과 정부 관계자들은 원전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100만 분의 1이라고 선전해왔다. 마치 사고확률이 0에 한없이 가까운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인하여 원전의 사고확률은 크게 늘어났다. 설사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1개의 사고로 계산한다 해도 한국에서의 대형사고 확률은 10%를 상회한다. 여기에다 현재 건설 중인 7개를 더하면 그 확률은 30%를 훨씬 상회하게 된다. 새로운 부지를 찾고 있는 정부의 계획대로 원전의 숫자를 늘리면 사고확률은 더욱 더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원전의 안전성은 그야말로 신화이다. 대형사고의 확률이 1%가 넘는 원전을 안전하다고 과대광고를 해온 정부와 한수원은 이번 기회에 그 태도를 바꾸어 원전사고의 위험도를 정확하게 인식해야한다. <본 글은 김익중 교수의 프레시안 사회칼럼을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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