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 영광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뭐하고 사냐?” 길거리에서 만난 친구를 보자마자 서로 내뱉은 한마디다. 연락도 안하는 못된 버릇은 언제부터 생겼냐고 죽이네 살리네 마구 구박하면서도, 반가운 마음에 목소리도, 얼굴도 우린 서로 밝아진다. 조그만 성과로 기고만장할 때는 거침없이 내리눌러주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겸손함을 가르쳐 주고, 실패로 인하여 힘들 때는 진부한 동정보다는 일어설 수 있는 강한투지와 오기를 불러일으켜준 나의 소중한 친구. 나는 그에게 이런 친구로 남고 싶다.
첫째, ‘오랜 친구’로 남고 싶다. 오래된 친구를 만드는 것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참으로 어렵다. 시간은 그냥 내버려둬도 계속하여 흐르지만 그 시간이 흘러도 친구로 남아있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다니던 회사에서 동료로 지냈던 한 친구,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은. 그렇게 보냈던 시간은 다 어디 갔는지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설령 그와 연락이 다시 될 지라도 서로 오랜 친구가 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지속적인 연락이 친구관계를 유지시켜줄 수는 있으나, 마음을 함께 열지 못한 소통은 껍데기만 있는 인간관계일 뿐이다.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사회생활 속에서 일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오래된 친구와 함께 쌓아가는 진솔하고 편한 관계가 되기는 쉽지 않다. 대등한 관계가 아닌 갑과 을의 관계 속에서는 갑의 노력만으로, 또, 을의 노력만으로 수평적 관계로 변화되기란 꽤 힘들기 때문이다.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끔찍이 싫어하는지 알리는 것, 그리고 그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참으로 힘이 들기 마련이다. 반면, 눈빛만 봐도 무엇을 생각하는지 대충 짐작하는 오래된 친구. 설령 그 짐작이 틀렸더라도 내 마음은 어떤지 곧이곧대로 말할 수 있는 친구. 긴 시간동안 온갖 감정을 진솔하게 전달하고 전달받을 수 있는 그런 오랜 친구가 되고 싶다.
둘째, ‘같은 편인 친구’가 되고 싶다. 언젠가 나와 같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친구가 고객과의 상담 후 울화통이 터져 나에게 전화를 했다. 듣고 보니 나도 겪었던 일, 엄청나게 공감이 갔지만 그 정도는 참을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그의 분노가 이해는 갔다. 친구가 나에게 원하는 것은 바로 이것. 같이 욕은 안 해주더라도 ‘네가 참아야지’라는 식상한 말로 화를 돋우지 않고 들어주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같은 편인 친구란, 항상 그의 의견이나 행동에 동조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의 판단과 행동이 명확히 틀렸을 때는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으며 그가 바른길을 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그의 편이 아닐까? 삶을 살면서 가장 큰 설움을 느낄 때는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일 것이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친구에게 확인시켜줌으로써 그가 가고 있는 길, 그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하여 확신을 심어주어 앞으로의 삶에서 정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같은 편인 친구로 남고 싶다.
셋째, ‘본보기가 되는 친구’가 되고 싶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재수, 삼수 끝에 대학에 가지 못하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이렇다 할 직장을 잡지 못한 체 여러 가지 일을 벌려놓고 하고 있다. 남들이 외형만 봤을 때, 그는 나에 비하여 안정적이지 못하고 미진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앞일을 봤을 때 누가 더 잘날 것도 못날 것도 없는 발전성을 띠고 있다. 과거에 부족한 나는 그의 멋진 모습을 보면서, 삶의 목표를 하나하나 세웠고, 그와 대등하게 달리기 시작 했으며, 그는 열심히 사는 지금의 나를 보며 내가 그랬듯, 멋진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반드시 친구보다 잘나서가 아니라 서로의 부족한 모습을 보며 보완해 나가고, 서로의 강점을 보며 길러나가는 본보기가 되는 친구. 너도 나처럼 부지런함으로 부족함을 채우라는 신호를 우린 서로 보내고 있다. 앞으로도 나는 친구의 부족한 점은 과감히 지적해주고, 나의 강점은 더욱 발전시킴으로써 본보기가 되는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
사실, ‘나는 누구에게 어떤 친구가 되고 싶다.’ 라는 문장이 주어진다면, 그 어떤 이라는 조건에 대해 대뜸 입을 떼기는 힘들다. 그만큼 친구를 설명할 때는 꼭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가 아니라 그저 친구라는 존재자체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서로에게 더 좋은 친구는 개개인별로 다를지라도 답은 있을 수 있다. 나에게 참 좋은 친구의 모습이란 내가 그에게 되고 싶은 위의 바람 같은 것이다. 친구야!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막역한 친구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