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뱀처럼 큰 지렁나 개처럼 큰 쥐 등에 관한 뉴스들이 나오고 있다. 언젠가 내 가족을 낚아채 가는 괴물의 출현에 대한 상상을 낳기에 충분 하다. 영광 앞바다의 황페화 현상이 가속되도 있다는 징후들이 보인다. 원자력 발전소에 환경 변화와 이에따른 황페화의 ‘주범’이라는 ‘혐의’를 씌울 수 밖에 없다. 원전 온배수에 관한 당국의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

몇 년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 흥행 몰이에 성공 했다. 한강에 생전 보지 못한 괴물이 나타났다. 괴물은 둔치에 올라 사람들을 깔아 뭉개고 물어뜯기 시작 했다. 평화로운 한강은 순간에 공포의 도가니로 변한다. 한강은 폐쇄되고 도시 전체가 마비 된다. 괴물이 낚아채 간 딸을 찾기 위한 가족들의 사투가 시작 된다. 돈도 빽도 없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지만 딸을 찾기 위해 위험 구역으로 선포된 한강 일대를 뒤지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긴장감 넘치는 강렬한 화면과 한 가족의 변화돼 가는 모습을 연기파 배우 변희봉과 송강호등이 잘 표현해 성공을 이끌었다.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는 자극과 흥분이 넘쳐나지 않으면 안되는 장르다. 실감나는 괴물의 등장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성공이 단순히 이같은 괴물 영화가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충분히 갖추고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 만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을까.

지구의 환경 오염으로 나타나는 잦은 이상 현상과 관련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같은 괴물의 출현으로 인류가 고통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대중들의 생각과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방사능 재해를 계기로 ‘괴물’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들에 관한 뉴스들이 많다. 뱀처럼 큰 지렁이․ 개처럼 큰 쥐․ 10배나 큰 금붕어 등이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이같은 ‘괴물’들의 출현은 언젠가 내 가족을 낚아채 가는 괴물의 출현에 대한 상상을 낳기에 충분 하다.

전설 처럼 내려오는 ‘네스호의 괴물’이 전설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금껏 지구상에서 보지 못하던 ‘괴물’들이 수시로 출몰 하는 것이 이같은 주장의 근거다. 최근 이름 자체가 공포라 할 수 있는 토네이도 조차도 ‘괴물 토네이도’라 부를 정도로 규모가 ‘큰 놈’이 발생 했다. 유명한 영화 ‘킹콩’에 나오는 것 같은 거대한 침팬지나 심형래의 ‘디워’에 출현하는 이무기 같은 괴물들이 우리 앞에 나타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 하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아무래도 이같은 상상이 결코 상상으로 끝나지만 않을 것 같다. 최근 영광 앞바다에서 나타나는 이상 현상들이 더욱 발전(?)한다면 ‘괴물’들은 도처에 출몰해 우리의 삶을 위협할 것이다. 민꽃게에 학자들이 듣도 보도 못한 ‘괴물체’가 덕지덕지 붙어 나오는 현상은 우리를 공포로 몰아 넣기에 충분 하다. 새우젓으로 유명하던 영광 낙월도 어민들에게 새우는 옛날 얘기가 돼 버렸다. 앞바다의 새우들이 거의 사라진 때문이다.

봄철에 재미를 보던 민꽃게에서는 ‘괴물체’가 덕지덕지 붙어 나오는 바람에 큰 피해를 입었다. 재미가 짭짤하던 병어는 한 마리에 2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흉어다. 어민들의 형편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것이다. 영광 앞바다에서는 이밖에도 해파리떼의 습격이나 김 갈변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마디로 바다의 황폐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은 환경의 변화 때문이라는 설명만이 가능 하다.

영광 앞바다의 환경 변화라고 하면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원전을 가동하면서 배출되는 온배수로 인해 수온이 올라간 것 보다 더 큰 환경의 변화는 찾을 수 없다. 확실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원자력 발전소의 온배수를 환경 변화와 이에 따른 바다의 황폐화의 ‘주범’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밖에 다른 원인은 보이지 않으니 ‘주범’이라는 ‘혐의’를 씌울 수 밖에 없다.

원전의 온배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어느날 영화 ‘괴물’에 서 처럼 어민들을 낚아채 가는 괴물이 출현할지도 모른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원전 온배수 저감 대책에 관한 당국의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