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미/ 영광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또 한명의 이주여성이 남편에 의해 무참한 흉기로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2011년 5월 24일 새벽, 경북 청도에서 베트남 여성 황티남(Hoang Thi Nam, 23세)씨가 칼로 수 십 차례 난자를 당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에 의해 죽어야 합니까?

우리는 이렇게 무참히 가정폭력에 스러져 가는 이주여성들의 죽음을 보면서 후안 마이 사건 때 한 판사의 판결문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판사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면서 이러한 결과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미숙함의 발로”라고 보고 “우리보다 경제적 여건이 높지 않을 수도 있는 타국 여성들을 마치 물건 수입하듯이 취급하고 있는 인성의 메마름. 언어문제로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하는 남녀를 그저 한 집에 같이 살게 하는 것으로 결혼의 모든 과제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 무모함. 이러한 우리의 어리석음은 이 사건과 같은 비정한 파국의 씨앗을 필연적으로 품고 있는 것이라고, 21세기 경제대국, 문명국의 허울 속에 갇혀 있는 우리 내면의 야만성을 가슴 아프게 고백해야 한다”고 통렬히 비판하였습니다.

가정폭력으로 살해당한 故황티남씨 사건을 보면서 우리 한국사회의 야만성과 미성숙성을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故황티남씨는 아이를 낳은지 19일이 된 산모의 몸으로 몸조리를 해야 할 때 그 어린 아들을 곁에 둔 채 남편의 흉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고 말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행복한 한국생활을 꿈꾸며 열심히 다문화가족센터의 한국어 교실에도 나가면서 열심히 한글도 배웠지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한구의 시신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한국사회 구성원으로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부끄러움과 함께 책임감을, 동시에 무력감을 느낍니다. 계속되는 이주여성의 죽음의 행렬에 도대체 어찌해야 할까요? ‘죽거나 죽이거나’로 끝나야 하는 한국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가정폭력의 실상 앞에서 이주여성들은 얼마나 불안할까요? 가정폭력을 개인사로 치부해버리고 폭력의 문제에 둔감한 한국사회가 변화하지 않는 한, 한국사회가 이주여성을 인격적인 존재로 존중하지 않는 한, 오늘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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