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화순사평 기정떡’

영광의 대표적인 특산품은 단연 굴비이다. 그러나 최근 제2의 특산품으로 자리 잡은 모싯잎 송편이 지역경제에 상당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모싯잎 떡을 만들어 파는 업체 수는 대략 120여개에 이른다. 굴비업체의 400여개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나, 모싯잎 송편집이 영광에 이렇게 많은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모싯잎 송편의 미래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 굴비에 이어 또 하나의 특산품으로 후손들을 먹여 살려줄 수 있는 지역자원으로 자리를 잡을 것인지, 아니면 한 시대를 반짝이고 만 일개 식품으로 추락할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 본지는 8회에 걸쳐 모싯잎 송편을 중심으로 한국의 떡 산업과 영광 특산품의 재발견을 조명하고자 한다. 이번 회는 ‘기정떡’의 본산지 화순 사평을 찾아나서 기정떡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해보고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화순 기정떡은 ?
기정떡은 여름에 더욱 맛있고 빛을 보는 전통 절식(節食)인 ‘술떡’ ‘증(蒸)편’의 전라도 방언이다. 지방에 따라 기증떡·기주떡·기지떡·벙거지떡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떡은 옛날 조상들이 여름철에 빨리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누룩을 넣어 빚은 데서 시작했다. 멥쌀가루를 막걸리를 섞은 뜨거운 물로 반죽, 시간을 두고 부풀린 다음 틀에 넣고 찐다.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아 쌀가루처럼 하얗다. 웃고명으로 대추를 썬 것이나 건포도 등을 간단히 얹기도 한다. 카스텔라 빵처럼 부드럽고 푹신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난다. 요즘은 효모를 함께 쓰는 방식으로 막걸리의 양을 줄여 술 맛이 강하게 났던 단점이 거의 사라졌다.
기정떡은 밀가루가 아니라 쌀가루로 빚고 발효시킨 것이라 한여름에도 잘 쉬지 않을 뿐 아니라 소화가 잘 된다. 또 칼로리가 낮고 속을 든든하게 해줘 여성들의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새로운 디자인과 포장으로 ‘명성 승계’
3대 이어온 기술, 위생 환경으로 업그레이드
전남 화순군 남면 사평리에서 3대째 '기정떡'을 만들고 있는 '사평기정떡집'은 외할머니 때부터 모계(母系)전승 방식을 통해 기정떡 전통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사평기정떡집의 입지를 세운 구경숙 대표의 외조모인 박길순씨는 충주박씨 대종가의 여름 대소사가 많아 기정떡을 자주 만들면서 제조기술을 익혔다.
박길순씨가 화순 사평으로 시집와서 기정떡 제조기술을 딸들은 물론 동네 부녀자들에게 전수하였고, 딸들 중 솜씨가 좋았던 장녀 이재덕씨(구경숙대표의 母)가 친정어머니로부터 기정떡 솜씨를 이어받아 1982년 고향인 화순 사평에 '장등떡방앗간'을 차렸다.
현재 사평기정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구경숙(1958∼현재) 대표는 이재덕씨의 장녀로서 떡 방앗간을 하는 친정어머니로부터 자연스럽게 기정떡에 관한 기법과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1990년에 가업(家業)을 물려받은 구 대표는 기정떡만을 전문적으로 만들면서 상호를 '사평기정떡집'으로 변경하고, 5년전 깨끗하고 위생적인 제조환경을 갖춘 한옥식 공장과 사무실에서 기정떡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사평기정떡의 맛의 비결은 우수한 품질의 국산쌀과 황토발효실이라고 말한. 기정떡은 주재료인 쌀의 품질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전국에서 엄선된 우수한 품질의 쌀만을 사용한다. 또한 특별 제작된 황토발효실에서 하루 정도 발효과정을 거치는데, 온도와 시간에 따라서 맛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사평기정떡의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비법은 바로 이 발효과정에 있다고 자랑한다.
기존 포장방식 버리고, 낱개포장 개발
기존 기정떡은 밀폐되지 않은 낱개포장으로 위생이 취약하고 실온에서 쉽게 딱딱해져서 버리는 경우가 많았으며, 또한 낱개 크기가 너무 커서 먹기 불편하고 한꺼번에 전량을 소비하기에는 한상자내 수량이 너무 많아, 보관할 경우 맛과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의 모든 상품이 다 그랬겠지만 이 때문에 싸구려 떡이라는 분위기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새롭게 변한 기정떡은 일반 빵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낱개포장에 기존 흰색떡에서 울금(노랑)과 자색고구마(보라) 뽕잎(진녹색) 색깔을 입혀 이미지를 변신했다.
전남농업기술원이 나서 전남 특산물인 기정떡 포장의 문제점을 개선한 것이다.
떡의 포장상자 크기를 소형화하고 밀폐형 낱개포장지를 개발하여 상온에서 유통기간을 2일에서 5일로 3일 연장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 맞춤형 포장재 디자인 3종과 남도 떡의 전통성을 상징하는 한옥 문양 로고을 개발해 소비자들로부터 “매우 위생적이고 용도에 따라 적합한 크기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편리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기정떡을 이용한 기정떡샌드위치는 샐러드와 과일·햄·치즈·잼 등을 이용해 아이들 영양간식은 물론 젊은 층에서도 웰빙 샌드위치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처럼 사평기정떡은 옛날에 얽메이지 않고 조상의 유산을 현재의 트랜드에 맞추어 진화시키고 있다.
기정떡 명인 구경숙 대표
“떡은 빵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경쟁 식품”
구경숙(53)대표는 기정떡 명인이다. 2010년 7월 사단법인 대한명인회로부터 기정떡 분야의 대한명인으로 지정 받았다.
오래전부터 각종 음식경연대회를 통해 사평기정떡의 맛을 전국 구석구석 알리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해외 수출을 시작해, 캐나다, 미국, 호주, 중국 등으로 기정떡 맛을 수출하고 있다.
“기정떡을 만들면서 조상들의 지혜로움에 감탄 한다”는 구경숙 대표는 "기정떡을 만드는데 있어 한결같은 맛과 품질을 유지하여 우리 고유의 전통 발효 떡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 한다
이어 "외할머님에서 시작해 외손녀인 제가 그 뒤를 이어 3대에 걸쳐 기정떡을 만들어 온지도 어느덧 50여년이 넘었다"며 "오랜 세월이 흐른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그 대를 이어 30대·40대까지 이어간다면 천년의 시간도 거뜬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한다"고 말했다.
구씨는 국내 떡 시장에 대해 낙관하면서 “쌀을 원료로 쓰는 떡은 소화가 잘 되고 살이 별로 찌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 사람들이 건강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떡의 경쟁력이 그만큼 커진다”면서 “빵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경쟁 식품이 떡으로서 제빵·제과 시장의 10% 규모만 새로 개척해도 떡 시장의 규모가 현재의 갑절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기정떡의 크기와 포장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도시인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새로운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웃음진다.
광주시의 떡산업 성공 공동브랜드 ‘예담은’
광주시가 지역 내 약 650여개의 떡 가공업체가 있으나 대부분 가족 단위로 운영돼 생산 환경이 열악하고 연간 매출액도 2천만원 이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떡의 산업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떡산업 육성에 나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광주시는 김치에 이은 대표적 지역 식품산업으로 꼽히고 있는 떡 산업 육성에 2006년에 착수해 3년 동안 상당한 결과를 창출했다.
시는 향토자원특화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받은 국비 5억원 등 총10억원을 투입해, 떡 산업 육성에 나서 광주의 전통 민속떡 브랜드인 '예담은'이 성공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광주떡산업육성단도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해 공동브랜드 개발 및 마케팅 활동 증대와 산학 연관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떡의 대중화와 판매 경로의 다양화는 물론 떡의 고급 이미지화를 통한 부가가치를 높여 떡의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들은 웰빙 추세를 반영시킨 복분자나 구기자 등을 활용한 영양떡을 개발하고 마케팅 지원, 보존기간을 늘릴 수 있는 용기 및 포장기술 개발 등을 위한 향토자원 육성시스템을 갖추었다.
특히 광주디자인센터와 떡 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해, 국제식품산업전에서 '예담은' 제품 디자인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디자인센터는 산업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떡 신상품 디자인을 본격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떡 브랜드 ‘예담은’의 브랜드 마케팅은 ‘코리아푸드 2008’ 행사를 비롯해 서울·부산 등에서 개최된 국제식품전과 박람회 등에 참여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
판매마케팅도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 군부대와 학교 등을 대상으로 품평회와 시식회를 열어 월 3천만 원어치의 납품계약을 진행하였고,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도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