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인사 청문회에서 여당의원들은 자신들의 본분을 착각하고 있다. 이런 비경제적 제도는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한다. 돈 들여서 국민에게 스트레스만 안겨주는 꼴이다. 청문회 효과를 내지 못하는 여당의원들은 청문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세상을 요령껏 사는 데 능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청문 요청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라도 만들자”

현 정권의 임기 말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대한 국회 청문회. 여야 의원들이 나서 후보자를 상대로 질문과 답변을 한다. TV 화면을 지켜본지 한참 지나도 도무지 국회의원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청문회에 나선 국회의원 이라는 본분을 잊은 것 같다. 야당 의원들의 날선 공세도 없다.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청문회의 모습은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국민들은 박수를 보내고 대상자는 진땀을 흘리며 사죄 하는 모습이다. 국민들이 처음으로 접한 청문회는 ‘5공 청문회’다. 젊은 의원들이 나섰다. 논리적인데다 충분한 증거자료까지 들이대며 집요하게 파고들자 의연하고 도도한 자세를 유지하던 군사정권의 핵심인물들은 차례로 무너졌다.

노무현과 이해찬, 이인제 등 ‘새파란’ 의원들은 국민들의 속을 후련하게 해줬다. 역사는 그들을 ‘청문회 스타’로 기록하고 있다. 비사(秘史)지만 그들이 ‘스타’가 된 데는 5․18 주역으로 국회에 진출한 정상용 의원의 역할이 컸다. 본인이 5․18 주역이었다는 사실이 청문회의 객관성을 훼손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직접 나서지 않았을 뿐이다. 본인이 수집, 정리한 자료들을 이해찬 등에게 제공함으로써 ‘성공한 청문회’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사육신에 김문기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처럼 정상용도 ‘청문회 스타’로 기록해야 할 것이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김대중 정권에서 시작 됐다. 첫 희생자는 장상 총리후보다. 연이어 장대환 총리후보도 낙마 했다. 모두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 때문이었다. 노무현 정권 들어서는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가 청문회 후 국회 부결로, 김병준 부총리가 논문표절 시비로 낙마 했다. 현 정권 들어서는 부동산 투기, 자녀 2중국적, 스폰서 의혹과 뇌물수수 등으로 7명의 후보가 쓴잔을 들어야 했다. 전 정권에 비해 훨씬 많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부동산 투기, 자녀 군대문제, 위장전입 등을 ‘이행’하지 않은 인사를 찾기 어렵다. 여당 의원들의 ‘제식구 감싸기’ 행태는 보기 역겹다. 청문에 나선 국회의원이 아니라 ‘변호사’의 모습만 보여주려거든 차라리 여당의원은 인사청문회에 나서지 않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통령의 철저한 사전 검증은 필수적 요건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상을 요령껏 살아가며 부와 권력을 누리는 능력이 탁월한 인사들을 선호하고 있다.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고, 자신과 아들은 현역 입대 대상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 내고, 주민등록법 정도는 법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국민과 언론의 거듭되는 비판은 보지도 듣지도 않는다. 아니 보고 들을 필요도 없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서거 2주년을 맞은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에 현정권을 “민주주의를 후퇴 시킨 정권”이라고 질타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행태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대통령이 주인인 비민주적 행태다.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통찰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가신 님이 그립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