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벼랑끝 전술이 실패로 돌아 갔다. 전면 무상급식 반대를 위해 대선 불출마라는 뜬금없는 카드를 꺼내 들더니 시장직 까지 거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 했다. 시민을 협박하는 벼랑끝 전술은 결국 그를 벼랑 아래로 떠밀었다. 벼랑끝 전술을 즐겨 쓰는 정치인들과 북한 정권의 반면교사다”

북한 정권은 소위 벼랑끝 전술로 위기를 돌파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다. “저런게 통할까” 싶은 데도 곧잘 통한다. 국내 경제 사정의 악화, 심지어 국민들이 굶어 죽어가는데도 한국과 국제사회의 압박에 굴하지 않는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할수록, 남측의 태도가 강경할수록 그들은 마치 전쟁이라도 일으킬 듯한 전술을 구사한다. 최근에는 핵과 미사일까지 앞세워 갈데까지 가보자는 듯 ‘뱃장’을 부린다. ‘말썽’이 성가신 국제사회가 화해 제스처를 보이면 못이기는 척 하며 식량 지원 등 이익을 챙긴다.

이같은 북의 태도를 우리는 ‘벼랑끝 전술’이라며 비난한다. 그러면서도 벼랑끝 전술이 횡행한다. 특히 정치판에서 벼랑끝 전술을 즐겨 쓴다. 대표적 벼랑끝 전술은 예산안 심의에서 보여주는 여야간의 싸움이다. 법정시한을 넘기도록 예산안을 통과 시키지 않으면서 자기 정파의 이익을 챙기려는 싸움은 연례행사가 됐다. 국회 기물을 부수고 주먹다짐 까지 하는 것도 벼랑끝 전술의 하나다. 결국 많건 적건 얻어지는 것이 있으니 벼랑끝 전술을 즐겨 쓰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벼랑끝 전술을 쓰는 대표적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전면 무상급식을 못하겠다며 주민투표를 발의하고 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더니 급기야 시장직까지 걸었다. 승리하지 못하면 죽음을 불사 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벼랑끝 전술이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북한 정권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시민들에게 자기 의사에 찬성하지 않으면 엄청난 비용과 혼란이 수반되는 시징 선거를 다시 치르게 하겠다는 엄포다. 소속당인 한나라당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서울시 정권을 잃게될 것이라며 협박한 것이다. 북한 정권의 벼랑끝 전술과 너무나 닮았다.

그럴만도 하다. 오 시장은 벼랑끝 전술로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재선이 거의 확실한데도 ‘개혁의 상실’을 이유로 국회의원 불출마 선언을 했다.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 오시장은 2년후 서울 시장에 출마, 당선되면서 ‘거물’이 됐다. 불출마라는 벼랑끝 전술로 많은 정치 선배들을 따돌리고 일약 ‘잠룡’그룹으로 진입하는 정치적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서울 시장 재선에 성공한 그가 또다시 벼랑끝 전술을 들고 나온 데 대해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도 대통령이 되기 위한 선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스스로를 초선의원에서 서울시장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것처럼 다시 대통령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황당하기 까지 하다. 시장 선거 운동을 하면서 대선에 나가지 않고 임기를 채우겠다고 했다. 박근혜 의원의 적수가 되지 못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벼랑끝 전술로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시장직을 버리겠다고 한 것은 자기 의사에 따르지 않을 경우 약속이고 뭐고 시민들을 버리겠다는 협박이다. 부결될 경우 자기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시민들의 의사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도리다. 기어코 무상급식을 막아 ‘포퓰리즘에 맞서 싸워 이긴 용감한 정치인’이 되어 대통령직에 성큼 다가서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으로 볼수 밖에 없다. 대선 출마를 않겠다고 해놓고 대선 불출마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나 시장직을 거는 벼랑끝 전술 자체가 그의 야욕을 입증한다.

오 시장은 이제 시장직을 버릴 수밖에 없게 됐다. 전면무상급식은 결코 포퓰리즘이 아니라는 서울시민의 ‘판결’ 때문이다. 도약을 서두르다 정치 생명마저 위협 받는 처지가 됐다. 벼랑끝 전술은 자주 쓸 것이 못된다. 자칫 진짜로 벼랑끝에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오시장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북한 정권도 마찬가지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