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시스템으로 팀을 1류로 이끈다. 대한민국의 ‘하드웨어’는 선진국 수준이다. ‘소프트 웨어’인 운영 시스템의 후진성으로 인해 선진국 진입을 못하고 있다. 국가 운영 시스템은 정치가 좌우 한다. 안철수 사태와 대규모 정전 사태가 정치를 1류로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 했다. 파장은 엄청나다. 한마디로 나라 전체가 엉망이 된다. 공장들은 순식간에 수십∼수백억원의 손실을 입는다.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갇히고, 신호등 꺼진 교차로는 교통 혼잡을 부른다. 가정집이나 영업장, 기업 등 불편과 손해를 입지 않는 곳이 없다. 교통 혼잡으로 길바닥에서 태우는 자동차의 기름이 아깝다. 영업 못해 발을 동동 굴리는 영세 업자들의 모습도 안타깝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넘보는 나라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아니, 용서가 안된다. 원인은 엉터리 수요 예측이란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부터다. 전력 공급 예비율이 15%가 돼야 안정권이라는데 현재 4.1%에 불과하다. 게다가 발전소 건설을 못하거나 취소돼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전력 공급 시스템의 총체적 결함이다. 발전소를 지으려면 최소한 4-5년이 필요하다. 앞으로 4-5년은 대규모 정전, 혹은 전국 동시 정전의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한다.

‘선진국’과 ‘국격’을 입에 달고 살아온 대한민국이 부끄럽다. 대규모 원전 사태로 전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일본도 올여름 큰 불편 없이 보냈다. 수요 예측과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했기 때문에 가능 했다. 한국의 대규모 정전 사태를 보면서 ‘별 수 없는 후진국’ 이라고 손가락질을 했단다. 손가락질 할만 하다. 손가락질 당할만 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전력 대책의 후진성이 나라 자체의 후진성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축구 팬들은 국내 K 리그 보다 해외 빅리그에 열광 한다. 나도 박지성이 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광팬’이다. 비록 최근 박지성의 출장 모습을 보기 힘들어 아쉽기도 하지만 ‘맨유’의 경기는 꼭 챙겨 본다. 이유는 한마디로 재미가 있어서다. 특히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한다. 호날두와 테베즈 같은 특급 ‘스타’ 들을 내보내고 값비싼 선수들을 영입하지 않고서도 리그 우승을 해내는 용병술이라니!

퍼거슨 감독은 올해 또다시 놀라움을 선사 하고 있다. 기라성 같은 노장들을 2선으로 배치하고 젊은 선수들로 5연승을 질주 하고 있다. 평균 24.1세의 팀이 5 경기에서 21골을 뽑아 냈다. 새내기들이 경기당 4.2골을 뽑아내고 있으니 가히 경이롭다. 감독으로서 퍼거슨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퍼거슨의 ‘비결’은 시쳇말로 ‘하드웨어’ 가 아니라 ‘소프트 웨어’에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유명하고 몸값이 비싼 선수가 아닌 용병술로 팀을 1류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운영도 축구 팀의 운영과 다르지 않다. ‘하드웨어’가 다소 미비하다 해도 ‘소프트 웨어’가 훌륭하면 1류가 될 수 있다. 지도자에 따라 나라가 선진국도 되고 후진국도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오랜만에 고국을 찾은 교포들은 초일류국 미국보다 화려한 조국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을 선진국 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하드웨어’는 훌륭하지만 전력 운영을 비롯한 모든 국가운영 시스템, 즉 ‘소프트 웨어’가 후진국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경제는 1류, 정치는 3류”라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말에 거의 모든 국민은 공감하고 있다. 1류 경제에 정치까지 1류이면 선진국임에 틀림 없다. 아직 선진국이 못된 것은 정치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치 인데 정치가 3류이니 어찌 선진국이 될 수 있겠는가.

대형 비리 사건마다 권력 핵심 인사들이 개입돼 있고, 인사청문회에 나서는 인사들마다 흠집 투성이인 나라다. 오죽 정치인들이 시원찮았으면 안철수에 환호할까. 안철수 사태와 대규모 정전 사태가 우리 정치를 1류로 만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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