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장모님 방석

남미의 안데스 산맥에는 장모님 방석이라 불리는 선인장이 자라고 있다.

메마른 모레 흙과 바위투성이인 황무지 바닥에 낮게 붙은 채로 둥글고 넓게 자라는 이 식물은 마치 둥근 방석모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현지인들은 이를 두고 장모님 방석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장모님의 사위 사랑을 빗대었다거나 혹은 장모님께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방석을 내어드리고 싶다는 사위의 효성스런 마음에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라는 속단은 금물이다.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름과는 달리 이 식물은 날카로운 가시를 뒤집어쓰고 있는 가시 선인장이다.

손에 찔리면 피가 날만큼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한 이 선인장에 장모님방석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유래를 보면 조금은 황당하기도 하다.

딸을 시집보내고 마음이 놓이질 않았던 장모님이 시시때때로 신혼집을 드나들며 간섭을 하거나 잔소리를 해대는 게 미워 붙여진 이름이란다.

우리 속담에 가시방석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자리에 앉아있기가 거북한 것에 비유한 속담인데,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남미의 원주민들도 장모님과의 불편한 관계를 들어 가시방석으로 비유하고 있는 것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위는 어려운 백년손님임이 분명하나 보다.

며느리 화장지

며느리 미징게(화장실에서 뒷처리하는 휴지를 이르는 전라도의 사투리 속어 -편집자 주-)라는 넝쿨 식물이 있다.

우리나라의 야산과 집 사방 공터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환삼덩쿨을 이르는 속명인데 가시박덩쿨과 함께 외국으로부터 전래 된 외래식물이다.

일명 껄껄이풀이라고도 불리는 이 식물은 왕성한 번식력으로 토종식물의 영역을 무차별적으로 잠식해가고 있다.

삼과에 속하는 덩쿨성 1년초인 환산덩쿨은 다른 식물을 휘감아 말라죽게 함으로써 식물계의 베스로 불리고 있을만큼 그 피해가 큰 것으로 보고되었다.

특히 질긴 줄기와 함께 잎에는 억센 잔가시가 붙어 있어서 손이나 얼굴에 닿으면 심하게 긁히거나 상처를 입게 되어 몹시 가렵다.

지난날 화장실 문화가 후진국 수준에 머물렀던 우리에게 요즘 일반 가정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두루마리 화장지는 가진자들의 오만함이자 사치품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마른 풀잎이나 지푸라기 사용을 거쳐 거름종이를 비벼서 뒤처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서민들의 화장실 이용 방법이었으며 한참 후에 나온 신문지는 부잣집에서나 사용하는 고급이였다.

이 무렵 며느리가 미웠던 시어머니들이 이 환삼덩쿨을 며느리 화장지로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우스갯 소리를 퍼뜨린 데서 붙여진 이름이 며느리 미징게라는 것이다.

우리의 정 많은 시어머니들이, 피부가 단단한 성인이 스쳐도 심하게 긁힐만큼 억센 넝쿨을 며느리에게 화장지로 사용하도록 했을 리는 만무하다.

사랑하는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겼다는 서운함에 시어머니들이 사랑방에 둘러앉아 푸념삼아 만들어낸 말이었던 것이다.

며느리에 대한 미움이 많았다는 증거도 되겠지만 역으로 우리 시어머니들의 시대상을 대변하는 해학적 유머라고 할 수도 있겠다.

명절 증후군과 명절이혼

추석연휴가 지났다.

몇 년 만에 한 번 꼴로 찾아온다는 9월 추석으로 인해 오곡백과가 풍성한 한가위가 되진 못했지만 부모님을 찾아뵙고 조상 묘소에 성묘를 했으며 모처럼 고향지기들과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화기애애한 풍경은 여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화목해야할 명절 뒷 끝에 이혼이 급증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보도다.

이혼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개개인의 사정이야 충분히 이해를 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꼭 이혼까지 갔어야 했는가에 대해선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정을 나누면서 화목하고 즐거워야 할 명절이 언제부턴가 명절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고역(苦役)으로 변했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일이 조금 힘들고 고단할 때에는 장모님 방석이나 며느리 화장지 같은 해학적 앙갚음(?)으로 미운 마음을 달랬던 선인들의 지혜를 배월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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