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나라 일본의 노인일자리 정책 -하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전남의 심각성은 더 하다. 영광도 정부 주도의 노인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본지는 국내외 노인일자리 사업 우수지역 사례와 전략을 분석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정부·기업·지역사회 적극적 지원 시스템

65세 정년연장 및 연금제도 개혁

일본은 고령자 취업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1986년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만들어 보조금 등 각종 지원을 제도화했다. 고령자 고용에 적극적인 기업들을 매년 선발해 상도 주고 있다. 고령자고용개발협회 등 각종 기관·민간단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재 일본 기업의 61%는 법적인 정년(60세)을 넘어 65세까지 일하도록 허용하는 ‘연장근무제도’를 시행 중이다. 후생노동성은 노인 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연금제도를 개혁했다. 과거에는 연금수령 연령인 60세를 넘어서도 취업하고 있으면 65세까지는 연금수령액이 20% 이상 줄었다. 그러나 개혁안은 취업한 60세 이상 노인이 61세까지 연금을 받지 않을 경우 나중에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25년까지는 연금수령 보류 연령을 65세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일본의 직업능력개발대책은 1969년 직업능력개발촉진법에 의거하여 실시되고 있다. 이 법에 의거하여 노동대신(노동성 장관)은 직업능력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각 도도부현(都道府縣)에서도 해당 지역에서 행해지는 직업능력개발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현재 노동성이 실시하고 있는 직업능력 개발체제는 길어진 직업생활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고령화와 기술혁신·정보화의 진전에 대응한 직업능력개발대책 등 2개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고령자 직업능력개발 대책 추진

고령화에 대응한 직업능력개발 대책은 기업에 의한 직업능력개발 촉진과 노동자 스스로의 자기개발 촉진, 공공직업훈련의 추진이라는 세 가지 흐름으로 추진되는 평생 직업능력 개발시스템을 형성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국가와 지자체는 고령자취업 제도를 통하여 기업이나 개인이 자발적으로 직업능력개발을 촉진하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직업훈련학교나 전수학교 등과 같은 공공직업 훈련기관을 통해 직업능력을 개발하고 있다.

대책은 정보제공과 조성제도가 중심이다. 직업능력개발에 관한 정보제공, 조언 지도 등의 사업으로 각 도도부현(都道府縣)의 직업능력개발협회를 설치해 직업능력개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 기업이 나름대로의 생애 직업능력개발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조성제도는 노동자의 채용에서 퇴직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통해 적극적인 직업능력개발이 이루어지도록 사업주에게 생애능력개발급부금을 조성토록 한다.

이 제도는 직장내 직업능력개발 계획에 따라 능력개발급부금, 자기계발조성급부금, 기능평가촉진급부금 등으로 구성됐다. 고령자에게 정년퇴직후의 전직이나 자기의 능력에 맞는 직장으로의 전직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령자의 재취직을 지원하는데 유효하게 활용한다.

 

법인·협동조합 등 다양한 추진체 활동

실버인재센터 사업협회 동경지부

전국실버인재센터 사업협회 동경지부는 200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설립돼 현재 동경도 62개 시·촌에 설립 되었다. 회원은 8만7,000여명(58곳)이며 연간 330억엔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지자체로부터 일거리를 위탁 받아 고령 회원들에게 일자리를 나눠주고 회원들에게 보수를 분배해 주는 공익법인이다. 쉽게 말해 노인들을 위한 구직센터다. 주요업무는 취업정보 수집 및 제공, 회원의 취업상담 및 취업 기회제공, 회원활동에 필요한 장소 제공, 고령자 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강습회의 개최, 지역과의 교류사업 등이다. 정부에서 매년 70만엔 정도 보조금을 지원 받지만 자립은 어려운 실정이다.

고령자 일자리 알선(실버인재센터의 경우) 비율은 공공 40%, 민간 60% 정도로 공공 분야는 자전거 주차장 관리, 학교 및 공원관리 등이 많으며, 민간은 농번기 일손돕기, 단순 데이터 입력 등이 많다.

지역과 밀착된 일자리사업으론 역전의 자전거 관리가 가장 많다. 도시에서는 빌딩 청소용역, 가사 도우미 등이 있다.

동경도는 고령자취업센터를 중심으로 고령자 취업 정책을 종합적이고 일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고령자에게 구체적인 취업알선, 취업상담, 인재개발, 취업정보제공, 중소기업에 대한 상담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취업상담은 5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여 취업에 관한 사항을 비롯해 법률, 연금에 관한 전문상담, 취업 선택을 위한 적성평가, 체력 상담 등을 한다. 도내에 ‘고연령자취업상담소’라는 지소를 설치해 가까운 지역에서 고령자 취업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고령자 취업센터에서 취업정보 시스템을 통해 지소인 상담소에 정보를 제공하면 상담소는 취업 상담 및 일자리 개척, 취업 후 지도를 한다.

 

일본 고령자생활협동조합 활발

고령자협동조합은 1994년 고령자들 스스로 설립해 2000년 법인 인가를 받았다. 초기에는 지자체로부터 일감을 받아 사업을 시작한 뒤 조직이 활성화되자, 사업단에서 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조합은 일본 47개 지역중 33곳에 설립돼 있다. 각 조합의 지역복지사업소까지 합하면 200곳에 이른다. 각지의 조합들은 모두 연합회에 소속돼 있지만 적용 법이 없어 이중 26곳은 홈헬퍼 서비스 등 사업 확대를 위해 생활협동조합으로 법인 등록했다.

조합원은 맞벌이부부 등의 어린이 돌보기(베이비시터),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실, 폐비닐 및 농약병 수거, 낚시터 및 유원지 청소, 공제와 손해보험 대리점, 차량판매, 심부름센터, 대리운전, 주유원, 종합운동장 및 체육관의 행사 후 청소업무, 택배업, 인쇄출판업, 결혼주례업, 학원특강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처음엔 고령자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함께 어울리기 위한 친목단체로 출발했지만 자원봉사 및 소득 사업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단체로 성격이 점차 바뀌면서 조합으로 발전하게 됐다. 조합비로 운영되는 사업소득은 회원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특히, 조합은 조합원으로 가입된 고령자들이 필요할 때마다 서로 협동해 도와주는 것이 원칙이다. 조합원의 연령 제한은 없지만 주로 65세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간병 등 홈헬퍼 사업을 시작하면서 최근 40·50대 여성들의 가입이 늘고 있다. 원칙적으로 조합원만이 일을 하거나 이용할 수 있지만 일본 후생성이 홈헬퍼 사업에 대해선 비조합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정부지원·침상노인 탈피가 목표

고령협동종합은 침상노인이 되지 말자, 침상노인을 만들지 말자는 표어 하에 건강한 노인으로서 즐거운 삶을 영위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침상노인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은 일에서 존재 의미를 찾아왔던 많은 퇴직노인들에게 사회적으로 일자리를 마련해 줌으로써 건강과 활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노인복지의 적극적인 표현이다.

고령자협동조합의 특징은 첫째, 고령자가 더 이상 ‘복지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생활과 사회의 ‘주체’로 등장한 협동조합이라는 점이고, 둘째, 생산이나 소비협동조합의 영역을 벗어나 자기 지역에서 ‘일, 복지, 사는 보람’을 종합적으로 추구한다.

셋째, 구성주체의 면에서 농민이나 소비자처럼 어느 한 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물자.서비스를 공급하는 사람과 공급받는 사람이 함께 조합을 구성하는 복합 협동조합이다. 넷째, ‘관료적 공공성’에 비교하여 시민 자신이 참가하고 결정하며 자율과 협동을 촉진하는 시민적 공공성을 가진다.

하지만 고령자협동조합은 고령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정부 지원 없이 스스로 출자금을 내 일자리를 창출, 소득을 얻고 봉사하는 단체다. 그러나 생활협동조합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조합원 사이에서만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어 조합 및 사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자협동조합법을 제정, 비조합원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후생성과 논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업 확대 및 시민의 행정경영 참여를 위해 공공부문 사업을 민간으로 위탁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인터뷰>

“고령사회 전국민이 함께 준비해야”

사카바야시 테츠오(55) 일본 고령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전무이사

일본고령자생활협동조합은 자신에게 이익이 없어도 공동체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 할 수 있는 정신, 어떤 행동에 앞서 이웃을 생각하고 노인들이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고령화는 점점 그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노케어(건강한 노인이 보호가 필요한 노인을 돌보는 것)’ 역시 당연시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마을 전체가 서로를 도와주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누구와 잘 지내고 있는가에 대해서 알아두고, 노인들이 서로 체크하고 서로 보살펴가는 시스템이다.

어르신들을 위한 정책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베푼다는 차원으로만 접근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의욕과 능력이 넘치는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활발한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시의 적절한 정책과 지원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고령자생활협동조합의 경우 ‘와병 생활을 하지 않는다’, ‘건강한 고령자가 좀 더 건강하게’라는 목표를 세우고 노인들의 일, 복지, 사는 보람을 활동 기조로 하여 세워졌다. 1990년대부터 관련 단체가 ‘노인이라고 누워만 있을 수 없다’며 고령자 협동조합 만들기 운동을 통해 전국 조직으로 성장했다.

특히 순수 민간조직으로서 노인이 되어서도 사회적 부담이 되지 않고 죽는 순간까지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단체이다. 고령협 회원의 연령은 20대부터 90대까지 전 세대를 초월하여 구성되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되기 때문에 고령사회를 위한 준비는 고령자만의 몫이 아닌 전국민이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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