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이 축제의 주체가 될 때 축제는 생명이 된다

김상훈/ 사)한농연 전남연합회 감사, 대추귀말 자연학교장

 

오십만 명이 다녀간 축제로 성장한 상사화 축제! 가능성을 보았다.

상사화축제가 불갑산을 중심으로 깊어가는 가을을 더 붉게 물들인지 올해로 11년이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면단위 축제로 소박하게 출발하였지만 해가 갈수록 방문자들이 늘어 이제 군에서 직접 관장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면서 올해 50여만 명이 축제에 동참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격세지감을 느낀다. 10여년이 지나면서 상사화 축제라는 고유명사를 사용하여 이웃 군들과는 차별성을 갖춘 것이나, 민관이 혼연일체가 되어 타 축제와 비교했을 때 모범적인 축제로 평가받게 된 것은 누가 알아주지도 않은 음지에서 이 축제의 성공을 위해 묵묵히 맡은 바, 자기 일에 충성했던 일꾼들의 공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이런 아름다운 수고가 지역에 좀 더 큰 자긍심과 기쁨의 열매로 되돌아오길 바라면서 상사화 축제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이제 새로운 시작과 도전의 기회로 삼아야 할 과제를 안은 상사화 축제!

지역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렇게 이야기 한다. 도대체 50여 만명이 찾는 축제와 지역민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 두번 축제를 치를 때는 “그래 그럴 수 있어. 우리 지역을 알리려면 이정도 불편은 감수해야 돼!“ 라고 말해왔는데 이젠 정도가 지나칠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역민이 자긍심을 느끼고 축제를 바라볼 수 있고 또 축제가 지역과 동반 성장해야만 진정 성공한 잔치가 되는 것이라고 이구동성 난리다. 이런 문제제기에 동감한다면 축제의 정체성을 다시한번 점검할 때가 된 것이리라. 결국 함께 사는 상생의 관계 설정이 축제의 기본정신으로 자리 잡아야 될 때다.

 

상사화 축제를 차원 높은 축제로 만들자!

타 축제와는 격조와 차원이 다른 상사화 축제가 열리는 불갑산은 그 생태 환경의 차별이 남다르다. 영광지역은 4개의 기후대가 서로 겹치는 독특한 자연 생태적 환경을 지니고 있다. 해양성 기후와 육지성 기후 그리고 온대성 기후와 난대성 기후가 만나는 교차지역인 것이다. 이런 환경 때문에 불갑산은 봄부터 가을까지 갖가지 자생화와 식생이 어우러져있는 보물과도 같은 곳이다. 이 때문에 이른 봄부터 불갑산을 찾는 전국의 야생화 사진 동우회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불갑산의 상사화 축제가 한 차원 더 높은 축제가 되지말란 법이 어디있겠는가? 이를 위해선 상사화 축제기간에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좀 더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고 다양한 식생들을 만날 수 있는 탐방로 조성, 그리고 이곳저곳에 포토존 만들기, 불갑산에서 채취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부산물을 활용한 여러 체험활동 프로그램 등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발 먹자판에 각설이타령 일색인 딴따라 잡상인들 잔치로 축제를 폄하시키지 말자. 이제야말로 대한민국 축제에 새로운 축제문화를 선도하는 상사화 축제가 되어가길 소원한다.

 

축제기간을 조정해 장기 축제(7월말 ~ 9월말)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집중해서 축제를 홍보하고 시작과 끝은 분명히 필요한 축제의 조건이라 할 것이나 상사화 7가지 종류(전북대 교수 분류) 중에 5가지가 자생하고 있는 불갑산의 상사화는 7월말부터 그 종류대로 피는 시기가 다르게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상사화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축제기간도 꽃이 피는 기간을 최대한 고려해서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진노랑상사화가 피는 7월말부터 꽃무릇이 피는 9월말까지 3개월로 축제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이렇게 될 때 불갑산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들의 방문시기 조절이 가능해지고 운영에 필요한 관리도 수월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상사화 종류별 증식방안을 강구하여 기존 석산화만 밀식되어있는 식재 구간에 다양한 종류의 상사화를 혼식하여 7월말부터 9월말까지 지속적으로 상사화를 볼 수 있도록 식재계획을 새로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식재에 필요한 상사화 구근 증식은 근처 농가들에게 키우게 해서 농촌관광 때문에 땅이 없어진 근처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것도 고려해볼만한 일이다.

 

마을 주민이 손님과 함께 주인이 되는 축제가 생명력이 있다.

축제가 축제다워지고 오래도록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역민이 축제 프로그램에 주인이 되어 참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일본에서는 축제가 되면 주변지역의 주민이 주인이 되어 축제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스스로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는 것이야말로 축제를 통해 주민이 자긍심을 갖고 축제와 그 지역을 사랑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필자 생각은 상사화와 불갑산에 얽힌 호랑이 이야기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계발해서 지역 주민 전체가 축제기간에 참여하는 방안도 좋을 것 같다. 이렇듯 주민이 주인이 되는 축제가 된다면 훨씬 더 멋진 축제가 되지 않겠는가? 이런 것이 마을문화를 계승발전 시키는 주민 주도형 축제 콘텐츠다.

 

건전한 주민 소득 향상은 축제의 당연한 귀결이다.

지난 10여 년간 관광객들의 뒤치다꺼리를 싫다소리 안하고 참아온 지역주민들에게 건전한 방법을 통한 소득 창출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역 안에서 지역특산물을 판매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조직된 생산자협의회를 좀 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성화할 필요를 느낀다. 이런 이유로 지난 축제가 끝나고 지역에서 논의되었던 대안을 소개한다. 전국 축제장 어디를 가나 주차비 내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 영광군청 소속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하여 주차 및 교통정리를 해주는 것도 한두 번 일이다. 이제 주차나 교통통제도 지역 안에서 조직을 상시화해서 자체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으며 주차비도 일정정도 받아야 할 일이다. 다른 축제장에서도 이미 시행 중인 주차비와 농산물판매권을 순환시키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이런 방법으로 주차를 위한 경비를 일정액 사용하고 나머지는 지역농산물 교환권으로 활용하면 지역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한다.

힘들게 쌓아올린 상사화 축제가 더 나은 모습으로 더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하기위해 들을 귀를 활짝 열고 더 낮은 자세로 축제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이런 자세야말로 성공한 축제를 소유할 자격을 갖춘 준비된 자라 생각한다. 이 일에 누가 먼저 나설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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