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사)한농연 전남연합회 감사, 대추귀말자연학교 교장

현실의 모습 속에 비치는 나의 모습은 덫에 걸려 옴짝 못하는 비둘기다.
대한민국 국민의 99%가 반대하는 한미FTA는 이제 국회비준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이 비준을 위해 모든 사력을 다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의도를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그 이유를 이해하기 정말 어렵다. 미국 내에서조차 이 협정의 문제점에 대한 경고가 끊이질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밀어붙이는 것은 1% 자본가들의 경제논리에 발목을 잡힌 경제적 현실이 가장 큰 원인이 될 듯싶다.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자본주의를 쫓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지구촌 시장 경제정책에 무슨 문제가 있기에 우리는 이처럼 반대하고 있는 것인가? 문제가 있다면 그럼 대안은 있는 것인가? 그 대안이 실제 우리 영광과 같은 작은 지역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저런 문제의식 때문에 요즘 잠 못 이루는 날이 많다. 더구나 자본만이 절대강자가 되어버린 현시대에 나 역시 자본의 노예가 되어 그 뒤를 쫓아 따라 살면서 자본의 집적과 횡포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고 비판하는 나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허나 현실은 꽉 막힌 담에 캄캄한 어두움뿐일지라도 그 어두움 뒤에 있는 새벽의 미명을 준비하는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할 것이기에 잠 못 이루는 밤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리라!
우리를 암울하게 하는 자본의 횡포를 정확히 인식하는 일이 우선이다
우리농업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보다 영농규모가 100배 더 큰 미국, 20~30배가 더 큰 EU, 우리보다 생산비가 1/5 아니 1/10밖에 안 되는 중국과 맞장을 떠야하는 형국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약자를 보호해야한다’, ‘경쟁력을 갖춘 다음에 ~’란 소리를 외쳐봐야 돈 가진 자들에게는 울리는 꽹과리에 불과하다. 그리고선 ‘경쟁력 제고 대책을 세울테니 염려 말라’는 당근으로 99% 약자들을 현혹하고 윽박지르고 있다. 우리에게 제시된 대책의 면면을 보면 ‘새발의 피’인데도 가진 자들은 이 정도 해줬으니 이젠 빗장을 풀라고 난리다. FTA가 체결되면 자동차나 반도체 같은 생산품을 만드는 기업들에겐 나름대로 희소식이 되겠지만 농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질 게 명백하다. UR에 이어 FTA, EU 등 자본시장의 블록화로 ‘자본의’‘자본에 의한’‘자본을 위한’ 세계 경제 정책은 그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런 질주에 따른 위험성과 한계 때문에 대대적인 경제사조의 흐름에 변혁을 가해야한다고 지금까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주창해온 학자들 안에서조차 비판적 흐름이 일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이런 폐해 때문에 다국가간 협약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렇게 한국과 미국의 한울타리 경제블록을 외치는 저들은 당장의 이익에 혈안이 되어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의 부족과 일단 자기 자신의 이익만 채우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희망 없는 곳에 선 농업인! 결국 이 난국을 헤쳐 나아갈 주인이다!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는 사람 없는 이 암울하고 낙담스러운 현실이 저주스럽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문제는 우리농업, 우리농정이 이런 형국이 되어 흘러가도 농민이외에는 이 나라 농업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자들이 절대부족하다는 것이다. 당장에 공무원에게 손해가 있겠는가? 농협임직원에게 손해가 있겠는가? 철새 정치인들은 당리당략에 따라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어제의 적이 오늘엔 동지가 되는 판이니 그들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답답한 사람이 샘 판다’고 농민들이 직접 나서서 농업농정의 흐름을 바꿀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래를 노래할 자들은 오늘의 역경을 딛고 일어설 때 진정 그 열매를 먹을 자격이 있는 법!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설계하고 개혁하는데 떨쳐 일어서서 진정한 농업농촌의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내가 될 때 지금의 환란은 변하여 언젠가 보람의 노래로 돌아올 날이 있을 것이다.
농민들을 품목별 조직화와 전문성 확보는 우리농업․농민에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이제 그 방법론에 대해 몇 가지 고민을 같이 해보기로 하자. 개방화된 사회 속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적정규모의 생산량과 품질의 탁월성을 담보하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입 달린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이다. 그런데 이것이 잘 안된다. 왜? 아직도 배가 부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다시 출발해야할 시점이다. 단위농협들도 이런 흐름에 맞춰 품목별 경제사업팀을 구성하고 영광군 농업을 품목별로 재편성해야 할 것이다. 이 막중하고 중차대한 일을 맡아 주관해야 할 팀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조직을 구성한 뒤 농민은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전량 ‘품목 회사나 유통회사 법인’에 위탁 판매하도록 하면 전문성과 규모생산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이는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물러설 수 없는 시대적 요청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농외소득을 높이기 위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 농촌체류 및 체험형 관광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
시장의 개방으로 농업소득만으로는 농업인들의 소득을 보전할 수 없게 되었다. 농외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계절형, 시간제 취업을 지역의 사업체들과 협조해서 그 방법과 아이디어를 모으고 적극적인 정책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 농한기 때나 농업만으로는 소득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역은 농촌관광이나 학교교육의 실천 장소로 농촌을 활용하는 등 소득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영광농업인들만이라도 직간접 지불제의 근거와 기준을 도시노동자 평균소득으로 정하고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예산과 조례를 만들자!
논농업이나 밭농업 직불제의 지불근거와 기준이 지금까지는 피해보상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개념을 통한 피해보상은 ‘본전’에도 턱없이 모자랄 뿐 아니라 늘어나는 국민들의 소득수준엔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형편이다. 유럽처럼 우리농업도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으면서 농업농촌에 대한 직접지불을 늘려갈 수 있도록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국민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영광군만이라도 농업인들에게 직간접직불제의 지불근거와 기준을 도시노동자 평균소득에 두고 그 부족차액을 보전해 줄 수 있는 정책을 군 자체적으로 시행한다면 아마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귀농귀촌자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를 본격적으로 다룰 농업농촌특별위원회 설치를 주장한다!
다른 시군지자체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연목구어(緣木求魚)라고 할 것이 뻔하다. 어디에서 이런 것을 실현해볼 수 있는 예산이 나겠느냐며 뒤로 나자빠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영광엔 아직도 쓸 데를 못 정해 낮잠 자고 있는 영광농업을 위한 102억원의 예산이 남아있지 않은가? 그 예산은 분명 농업인들을 위한 몫이라고 군민들은 다 이해하고 있으며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예산을 효과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적극 모색해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아직도 이쪽 눈치보고 저쪽 쳐다보고 할 시간이 이젠 없다. 결단을 내릴 시간이다. 군수님께서도 이런 상황인식을 충분히 하실 것으로 믿는다. 시간을 놓쳐 후에 역사 앞에 지탄받지 않는 지도자가 되어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