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한·미 FTA 날치기 비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지난 22일, 여,야의 합의처리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팽개친 체 한나라당 단독으로 기습 상정되어 날치기 통과되었다.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써 국민의 대표들이 모여 국정을 논의하고 입법을 해야 할 신성한 국회의사당에서 죽기살기식 몸싸움과 날치기가 횡행하고 전기톱, 쇠망치 폭력에 이어 최루가스까지 난무하면서 국제적인 조소꺼리와 함께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국정농단(國政壟斷)의 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이 되어 2012년도 예산안 심의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회 의사일정이 중단된 상태이며 야당은 반 FTA투쟁을 선언하고 시민단체와 함께 장외로 나가 경찰의 물대포와 맞서고 있다.

국민의 지지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부자감세나 사학법 처럼 다수 국민의 뜻과는 동떨어진 법을 입안하는 것도 부족했는지 국민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날치기를 예사로 여김으로써 기존의 정당정치에 회의를 느낀 국민들이 신당과 새로운 정치인을 갈구하는 현실, 이것이 2011년 말 한국정치의 현주소이다.

기회를 잃어버린 국회

이번 한·미 FTA 비준안 처리는, 그동안 여, 야가 큰 법안이 있을 때마다 물리적으로 충돌해왔던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2010년 말, 여당의 예산안 단독 강행 처리 후 위기의식을 느낀 여, 야의 정치인들은 몸싸움, 즉 물리적 충동을 방지하자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 후 최근까지 국회정원 3분의 1에 달하는 90여명의 여,야 의원들이 이 모임에 서명을 함으로써 반신반의를 하면서도 선량들의 양식을 믿었던 우리는 변화의 몸부림에 조금은 기대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마찬가지였다.

날치기 처리를 반대하며 단식을 하던 모 의원의 염원은 빛을 바랬으며 의원직을 걸고 날치기를 막겠다며 호언하던 의원들마저 결국 정당공천이라는 발목에 잡혀 막장정치에 합류하고 말았다.

본인의 소신은 접고 몸싸움과 날치기라는 구태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이해를 해보려 하지만 뭔가 씁쓸한 뒷맛은 감출 수가 없다.

막장과 코미디를 오가는 국회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코미디언 이주일이 그 못 생긴 외모 덕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적이 있었다.

전두환 정권 출범과 함께 스타덤에 올랐던 이주일이 1992년 국회의원이 되자 동료 코미디언이었던 전유성은 "드디어 전직 코미디언이 국회의원이 됐다. 전직 정치인이 코미디언이 되는 세상도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바람이었을까?

이주일은 정치판을 떠날 때 "코미디 한 수 잘 배우고 갑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코믹 토크쇼로 되돌아갔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한 일화이다.

한때 강효리로 불리면서 대통령 물망에 까지 올랐던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코미디 발언도 있었다.

2003년 11월, 국회 법사위에서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 법안” 심사를 앞두고 설전을 벌이던 국회의원들을 한심스럽게 바라보던 그는 “코미디야, 코미디.”라고 했다가 의원들에게 사과를 한 적이 있었다.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 몰랐던 그는 의원들의 개탄스런 모습에 조소를 참지 못했던 것이다.

한,미 FTA는 무엇을 위해 해야 하는가?

우리처럼 농사를 천직으로 알았던 무지렁이들은 박식한 분들의 수준 높은 FTA 이론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쪽 말을 들어보면 이쪽 말이 맞는 것 같고 저쪽 말을 들어보면 저쪽 말이 맞는 것 같아 당체 헷갈릴 뿐이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분명히 알고 있다.

우리의 농업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에 우리는 결단코 한,미 FTA를 반대했던 것이다.

FTA의 피해로부터 농업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긍정적인 부분만 강조하여 조약체결을 서두르는 것은 현 정권이 우리의 국익보다는 미국의 국익을 우선한다는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코미디도 부족해 막장국회로 변해가는 국회의 모습을 언제까지 우리 국민들이 안타깝게 지켜보아야만 하는가?

이것저것 보기 싫어 한국을 떠난다는 이민자들이 부러워 보일 때가 있단다면 옹졸한 생각이라 핀잔을 듣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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