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국민들의 속내를 눈치 챈 정치권의 재편이 요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민들의 눈치는 더 빠르다. 제살길 찾느라 요란을 떠는 줄 다 안다.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을 변화라고 착각하면 파멸 이다. 3류 정치의 빌미를 제공한 지역 구도의 타파는 국민의 몫이다”

지난 60년간 경제적으로는 정말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농업 이외에는 ‘산업’ 자체가 없던 나라가 어느덧 산업사회를 넘어 지식정보사회로 진입 했고, 복지국가를 꿈꾸고 있다. 헐벗고 굶주리며 외국의 원조를 받다가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됐다는 자랑스런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치는 ‘3류’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도 국민들은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보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민주화’가 됐으니 정치도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정치는 끝내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폭력․날치기․비리 등의 구태를 답습하다 ‘안철수 펀치’를 맞았다. 안 교수가 등장하자마자 국민들은 기존 정당들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치권 진입 여부를 확실히 밝히지도 않은 안 교수를 차기 대통령 ‘0순위'로 꼽으며 그에게 환호 하고 있다. 그가 정치 입문을 선언 한다면 그가 소속된 정당은 내년 총선에서 압승할 것을 의심하는 국민이 없을 정도다.

우리 정치판은 아직 정치에 정식 입문조차 하지 않은 안철수 교수 한사람에 의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뿌리가 50∼60년 된 당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눈치들은 빨라서 정말 ‘확’바뀌지 않으면 당이나 정치인 개인이나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은 알아차린 것 같다. ‘쇄신’ ‘재창당’ ‘통합’ 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눈치는 정치인들만 빠른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더 빠르다. 변화하자는 목소리는 크고 몸짓은 요란하지만 제살 길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한나라당을 보자. ‘쇄신’ 운운 하더니 선관위 홈 페이지 공격 사건이 터지자 ‘재창당’ 수준으로 수위가 높아졌다. ‘뒷북’으로 일관하던 박근혜 의원이 결국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모양이다. 박 의원에게 기대서라도 살아남겠다는 몸부림이다.

7년전 위기에 몰린 당을 ‘천막당사’ 라는 꼼수로 구원한 박 의원이 지리멸렬 상태에 빠진 당을 또다시 살려낼 수 있다고 보는 모양 이다. 착각 이다. “역사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 교수의 일갈에 난파선 꼴이 되고서도 18년간이나 독재 정치를 한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치를 하고 있는 박 의원에게 구원을 맡기겠다는 발상 자체가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싶다는 발상이다. 국민들은 결코 이같은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다.

민주당도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70%를 내주고라도 통합해야 한다”는 DJ의 유훈을 DJ의 적자를 자임하는 박지원 의원이 앞장서서 막았다. 그 결과 20세기의 유물인 폭력 전당대회가 21세기에 재현 됐다. ‘변화’나 ‘역사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긴 당이 무에 그리 자랑스럽다고 통합에 어깃장을 놓는단 말인가. DJ의 유훈이고 뭐고 ‘지분’을 챙겨 제살 길을 찾겠다는 무리들의 소행인 것을 국민들은 다 안다.

경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불안이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다. 정치가 불안하면 경제도 불안해진다. 흔들리는 정치권이 안정 돼야 경제 불안도 줄어든다. 재편에 나선 정치권이 하루빨리 안정돼야 한다. 제 살길 보다는 국가와 국민의 살길을 찾는 정치인과 정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게 돼 있다. 국민은 정치판의 옥석을 구분해 내는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다. 만약 성에 차지 않으면 안 교수에게 “이래도 나서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안 교수에게 대통령 출마를 권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영․호남에서 편안하게 ‘해먹는’ 지역구도의 타파는 국민의 몫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 시켜 당리당략에 얽매이는 정치, 권력만 있고 책임은 없는 3류정치의 빌미를 제공한 책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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