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출판기념회가 정치판의 관행이 돼버렸다. 책의 격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불·탈법 선거운동이 분명하다, 정치판이 이 같은 불·탈법에 대한 의식이 없는 사람들로 꽉 찼다. 국민은 과연 이들에게 계속 투자를 해야 하는가. 법이 법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농단돼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다. 책에서 지식과 지혜를 배우라는 가르침이다. 현명한 사람일수록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을 보면 헛소리가 아님이 분명하다. 어떤 유형의 책이든 그 속에는 저자의 지식과 경륜, 철학이나 창의성이 담겨 있다. 책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인지는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일수록 잘 안다. 교육열이 높은 나라답게 책을 대하는 ‘예의’도 깎듯 했다. 간수도 깔끔하게 할 뿐 아니라 책을 함부로 넘어 다니지도 못하게 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책에도 ‘격’이 있다. ‘무늬만 책’인 책도 많다. 당연히 읽지 않아야 한다. 사람으로 치면 형사 처분에 해당하는 폐기 처분 대상이다. 못된 것만 보여주어 못된 짓을 하게하고 정신을 썩게 만드니 당연한 처분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대접할 가치가 있는 책과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야 할 책이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책도 있다. 그야말로 애매한 존재다.

정치에 뽀짝거리는 사람들이 그들의 이름으로 내는 책들 가운데 애매한 것들이 많다. 책다운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출판기념회를 하기 위한 책들이다. 아무리 정독을 해봐야 자기자랑 뿐이다. 책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아까운 것들이 태반이다. 그런데 책다운 책을 쓰는 분들의 출판기념회는 드물어도 애매한 책을 ‘만든’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많기도 하고 거창하다.

책이 책으로서 세상에 태어난 것을 기념하고 축하해야 할 기념회가 정치 지망생, 혹은 정치인들의 입신출세를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 사람들을 모아 선거운동을 하기는 해야겠는데 선거법상 다른 방법이 없으니 ‘출판기념회’란 명분으로 사람들을 모아 선거운동을 한다. 말이 출판기념회지 사실상 불법 선거운동 이다. 소중하고 ‘깍듯이’ 대접 받아야 할 책이 법망을 피해가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 유감스럽다.

불법, 혹은 탈법의 현장인 그들의 출판기념회는 주변 사람들을 애매하게 만든다. 책답지도 않은 책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잘나가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불·탈법의 현장은 대부분 인산인해다. 책은 없고 사람만 있다. 책의 내용은 없고 ‘저자’ 자랑만 넘쳐 난다. ‘용비어천가’를 듣고 보기 위해 사람들은 ‘억지춘향’이 된다. 기꺼이 찾아가는 축하의 자리가 아니라 민폐의 현장인 셈이다.

정치에 뽀짝거리는 사람들에게 출판기념회는 정치판에 입문하는 통과의례처럼 돼버렸다. 정치판의 관행이 된 것이다. 별로 좋은 관행은 아니다. 무엇보다 책이 그들의 불·탈법에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은 분명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이 사람을 찍어 주시오”, “저를 밀어 주시오” 하는 노골적인 선거운동을 하는 정치 집회를 금하고 있다. 집회의 실제 내용은 선거법 위반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법을 만드는 국회가 출판기념회라는 명분으로 법망을 피해가는 ‘요령’을 부리는 사람들로 꽉 찬 셈이다. 과연 국회가 국회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들고 민생을 돌보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인가. 그들에게 적잖은 국민의 혈세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 정치하겠다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그들이 관행처럼 해오고 있는 출판기념회가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고 사실상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의식조차 없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정치판에 무엇을 기대 하겠는가. 아는 사이에 모르는 척 할 수 없어 찾아 가기는 하드라도 과연 그들에게 정치를 맡길 것인가는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 정치인들에 의해 농단되는 정치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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