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상생발전의 대미를 장식할 임진년을 기원하며-

강구현/ 칠산문학회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대명천지 밝음 속에 드러난 온갖 군상들의 천태만상을 뭉뚱그려서 까만 어둠속의 긴 휴식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타오르는 것이 저녁노을이라면, 그 어둠 속에 잠들어 있고 숨겨져 있었거나 갇혀있었던 모든 것들을 고요히 흔들어 깨우는 것은 여명이다. 동쪽 먼 하늘로부터 그 무한의 창에 드리워져있던 어둠의 커튼을 열어 거대한 산들의 윤곽을 잡아내고, 서서히 세상만물들의 형체를 그려내면서 오묘한 색들로 채색을 해가는 여명은 그래서 최고의 화가이며 생동(生動)과 소망(所望)의 화신(化神)이다. 뿐만 아니라 날마다 변함없이 나를 향해 손짓하며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하루, 일주일, 한달, 일년, 십년, 한 세기 등 세월의 단위가 바뀔때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그 세월을 보내고 또 맞이한다. 이는 지나온 날들보다 나아지기를 바라는 내일의 삶에 대한 소망에 다름아니다. 또 한 해를 보내고 무언가 새로운 한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맞이한 임진년의 여명 또한 해마다 그러했듯이 그런 우리들의 소망으로 불타올랐다. 한 세기를 보내며 새 천년을 맞이한 지난 2000년은 그래서 더욱 큰 의미로 맞이한 여명이었다. 그러나 그 후 11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우리들의 간절한 소망에 아랑곳 없이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우리의 실정이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교수신문에서는 그 한해의 전체적인 상황을 종합분석해서 최종 결론을 내리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는데 새천년의 여명이 밝아온 이후 지난 11년간의 사자성어가 그 것을 대변해주고 있다. 그 10년의 사자성어를 정리해보면,

2001년: 오리무중(五里霧中)-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의 해.

2002년: 이합집산(離合集散)-권력을 향한 정치인들의 추태.

2003년: 우왕좌왕(右往左往)-정책의 혼선으로 인해 사회 각 분야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갈 곳을 잃음.

20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원칙에 상관 없이 당리당략을 위해 같은 무리와 작당하여 상대를 공격.

2005년: 상화하택(上火下澤)-나라의 운영을 방치하고 서로 불과 물이 되어 갈등.

2006년: 밀운불우(密雲不雨)-지도자의 리더십 부재로 짙은 구름은 덮였으 나 비가 오지 않은 형국으로 각계 각층의 불만 고조.

2007년: 자기기인(自欺欺人)-남을 속이고 자신까지 속이는 도덕 불감증.

2008년: 호질기의(護疾忌醫)-병을 숨기면서 의사에게 보이지 않듯 자신들 의 과오를 알면

서도 국민들의 충고를 듣지 않는 정치권.

2009년: 방기곡경(旁岐曲徑)-바른 길을 가지 않고 그릇된 수단으로 억지를 부림.

2010년: 장두노미(藏頭露尾)-진실을 감추려고만 한 정부의 모습.

2011년: 엄이도종(掩耳盜鐘)-독단적 정책강행을 위해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지도자가 자신의 귀를 막음으로 국민과의 소통 결핍.

이 11년 세월을 종합해보면 아직도 우리나라는 백년 세월이 흘러도 물이 맑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세상이 바뀌고 발전적 변화를 위해서는 다수의 상대적 약자에게 양보를 강요 해서는 안된다. 그들에게 그 양보란 고통스런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며 그 희생은 죽음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우위를 점하고 있거나 권력의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만 양보를 하면, 아니 양보가 아니더라도 좋다. 그 맘보스급 욕심을 조금만 버린다면 우리 사회와 국가는 지난 11년간의 그런 오점들을 말끔히 해소 하고 새롭게 상생발전할 수 있는 길이 쉽게 열린다. 새해 첫날의 소망처럼 금년 말의 사자성어는 태평성대(太平聖代)나 금상첨화(錦上添花)까지는 아니더라도 괄목상대(刮目相對)정도만으로라도 대미를 장식할 수 있는 임진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