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국회는 나라 안에서 한가락 하는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런데 과거의 정치는 국민의 불만과 불신을 샀다. 국회의원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바쁘게 비치는 것은 그들이 교통정리에 바쁘기 때문은 아닌가. 과거 불합격 정치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운 기성 정치인은 없다”

전남매일신문. 전두환 정권의 5·18 이후 1도(道)1사(社) 언론정책으로 광주일보의 전신인 전남일보와 통폐합 됐다. 사주이자 사장인 심상우는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정당 후보로 광주에서 국회의원에 당선 됐다. 전두환과 함께 버마 아웅산에 갔다가 북측의 폭탄 테러로 숨진 고 심상우 의원의 여의도 입성 소감을 간단히 소개 한다. “어느 한 사람 만만한 사람이 없더라. 어떤 X은 학벌을 따라갈 수 없고, 어떤 X은 돈으로 따라갈 수 없다. 인물로 한등 하는 X, 이것도 저것도 별볼일 없는 X은 노름을 잘하거나 싸움을 잘 해 못 해보겠더라”.

그렇다. 대한민국 국회에는 어느 시절에나 나라안에서 한가락 하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국민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지 못했다. 독재니 군사정권이니 하는 이유도 있었다지만 민주화 이후의 국회도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했다. 왜 잘난 사람들로만 채워진 국회가, 정치판이 국민들의 불만을 샀는가. 국회의원이 국회의원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잔소리지만 국회는 입법 기관이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 기본 임무다. 그러라고 의원 1인당 4급 보좌관 2명을 비롯, 7명의 보좌진을 두고 인턴 2명까지 제공 받는다. 의원 세비에다 보좌진 급료를 더하고 사무실을 제공 받고, 운영비 등을 포함하면 연간 5억여원 정도의 나랏돈, 즉 국민의 세금을 쓴다. 법을 만드는 일 말고도 국정감사니 뭐니 해서 하는 일이 막중하니 이런 정도 쓰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의원들 스스로가 자기들이 쓸 수 있는 경비를 지출할 법을 만들었을 터이니 오죽 꼼꼼히 챙겼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또한 국민이 모르는 다양한 특혜도 누리고 있을 터다. 문제는 이같이 만만치 않은 예산을 들이고 특혜를 누리면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국민적 불만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 생활에 필요한 법안 하나를 놓고는 여야간 합의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동네 슈퍼에서도 간단한 상비약은 팔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 표류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의원들 관련 법안은 언제 발의되고 합의하여 통과 됐는지 아는 국민도 알려주는 보도도 없다. 한해 나라 살림을 해야 하는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넘기는 것은 상식이 돼버렸다. 국민 생활이나 나라 운영에 필요한 법을 만드는 일, 국정감사 등의 이유로 의원들이 바쁜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국민들 눈에는 모든 국회의원들이 바쁘게 활동(?)하는 것으로 비친다. 서울과 지역구를 뻔질나게 왔다 갔다 하는 의원님들을 감히 만날 엄두를 내지도 못한다. 선거 때나 겨우 얼굴도 보고 손까지 잡을 수 있다. 국회의원 노릇을 제대로 하지도 못해온 그들은 왜 그처럼 바쁜가. 각종 행사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고 이런 저런 사안들을 교통정리(?)하느라 바쁜 것이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것은 다음 선거를 대비한 것이고, 교통정리는 지역이나 나라의 이익 사업을 배분하는 것이리라.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의원 개인이나 조직의 이익을 추구하는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정치를 잘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바쁘게 움직인다는 것은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한다는 의혹을 살 충분한 이유가 된다. 국민들이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나서는 까닭이다.

정치인은 교통경찰이 아니다. 교통정리 보다는 민생 법에 충실해야 한다. 표 보다는 국민의 실생활을 챙겨야 한다. 과거 국회의원을 한 정치인들은 자성과 그에 따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나는 예외다”고 목청을 높이는 의원이 국민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아마 뻔뻔하게 비칠 것이다. 호남에서 DJ의 낙점을 받아 힘안들이고 20년간 국회의원을 했으면서 6선 도전을 선언하며 국회의장을 하겠다는 정치인에게 과거 정치에 대한 책임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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