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사)한농연 전남도연합회 감사, 대추귀말자연학교 교장

별주부전 토끼에게서 담력과 지혜를 배운다!

토끼는 눈이 크고 빨갛게 보여 겁이 많은 짐승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별주부전에 나오는 토끼는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토끼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토끼로 등장한다. 바다왕국의 거북이에게 속아 용궁에 끌려간 토끼는 자신의 간을 원하는 용궁의 신하들을 기지와 담력을 발휘해 속이고 위기를 벗어나 탈출한다. 그런데 이 내용에서 간과하고 지나쳐버릴 수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겁쟁이로 알려진 토끼의 어디에서 그런 담력이 생겨서 그런 위기상황에서 태연스럽게 자신의 간을 꺼내 말려두었다는 거짓말을 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두 번째는 그런 거짓이 용궁나라에서 먹힐 수 있다고 어떻게 판단했을까? 하는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용궁나라의 정보력 부재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를 살펴보면서 우리 영광농업의 미래와 비교해 타산지석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

 

상황이 나를 속일지라도 두려워하거나 놀라지 말자!

토끼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상황은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입장이었다. 그런데도 토끼는 주변상황을 놓치지 않고 종합하고 판단하는 침착한 상황 대처 능력이 있었다. 우리의 주변 상황은 별주부전의 토끼가 처한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미FTA 발효는 언제 실시하면 제일 국민들의 눈을 속이고 저항을 최소화할 것인지 눈치만 보고 있고, 이것도 부족해서 한중FTA 협정을 진행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국민을 위해서요, 나라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니 1%의 국민만 국민이고 나머지 99%국민은 국민의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국민에 속할 수 있는 잣대가 따로 있어 적어도 50,000불이상의 소득이 있는 자만 국민으로 본다는 내부조항이 있지 않고서야 절대다수의 고통과 한숨 위에 잘사는 자들의 부를 쌓자는 저들의 사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는 국민 축에 못 끼는 남은 자들의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아무리 나를 노엽게 하고 속일지라도 두려워하거나 놀라지 않는 침착한 대응과 준비가 절대 필요하다. 별주부전의 토끼는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담력과 지혜가 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상황판단능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 상황을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는 평정심과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긍정적 시각을 갖는 것 일게다.

그런데 요즘 영광의 농정 돌아가는 것을 보면 평정심을 갖기 힘든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농업이 영광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하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군청공무원들의 인사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고 본다. 그런데 새해 들어 실시한 군청 인사이동 실태를 보면 영광군이 영광군의 농업을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군수님은 민선6기 취임일성으로 농업 예산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약속했고 그 과정에서 4급 비서관급을 농정과장에 기용하는 가히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줌으로 농업인들에게 크나큰 위안과 격려를 주었다. 그런데 새해 인사이동에 초급 승진과장을 인사 발령하여 친환경농정과의 위상을 떨어뜨렸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어떤 이유와 변명 거리가 있다하더라도 농민들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또 농정과를 3층에서 1층으로 내려서 영광군이 얼마나 농업을 중하게 여기는지 말로만이 아니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한지가 언제인지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해 진다. 우리의 주변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스스로에게 자부심이 있고 자긍심이 있다면 결코 위기를 위기로만 여기지 않을 내적 동기가 생길 것이다. 그런데 안에서부터 사기를 꺾는 일이 계속된다면 누가 그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나를 스스로 알아가는 성찰능력과 정보력 부재는 다잡은 토끼를 놓쳐 근간을 훼손한다!

용궁나라 신하들의 정보력은 가히 유아적 수준이다. 간을 꺼내어 널어놓고 다닌다는 토끼의 잔꾀를 간파하지 못한 판단능럭 부재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상황에 대한 종합적 판단력 부족과 정보의 빈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성찰 부재가 그 근본원인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전체 공동체를 위험과 위기로 몰아넣는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이를 타개할 방법은 무엇일까? 부단한 자기개발과 함께 스스로를 준비하는 자기성찰이 성패의 열쇠라 하겠다. 내부적인 토론문화의 부재와 정보수집능력의 부재는 큰일을 앞두고 덤벙대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영광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내부적인 치열한 토론문화는 실종되고 ‘나만 옳다’라는 독재적 사고와 흑백논리로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부족하다. 농업계도 마찬가지다. 판단의 근거가 ‘정의’에서 비롯되고 개개인의 사욕보다는 전체를 위한 이익을 대변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마음이 보편화될 수 있는 마음 밭을 가꾸어 가길 소원한다. 이런 마음으로 휴면계좌로 남아있는 107억 원자력발전기금을 선용할 방법을 강구해 보자. 매년 50여억원의 벼농사 안정을 위한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모색해 보자.

상황이 비상상황이다.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이 위기를 극복해 나아가자! 안에서부터 사기를 북돋는 정책을 마련하고 농업 당사자들은 서로 서로를 격려하면서 현 비상상황을 풀어갈 방법과 실력들을 발휘해 나갈 때이다. 여기에 앞과 뒤가 어디 있으며 높고 낮음이 어디에 있겠는가? 상황인식의 공유와 대안마련이 용궁에 끌려간 토끼가 위기를 극복하고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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