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국민경선은 정치권이 독식 했던 정치권력을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게임의 룰’이다. 지역구도 정치를 이어가려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박수를 받을 기회는 있다. 대폭적인 물갈이 공천을 하는 것이 ‘길’이다”

지난해 모 방송국의 ‘나는 가수다’라는 음악 프로그램에 푹 빠졌다. 축구 경기 외에는 생전 처음으로 챙겨서 본 프로그램 이었다. 그간 TV 화면은 온통 소위 아이돌 그룹의 현란한 춤과 어느나라 언어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사의 노랫말로 채워졌다. 기성세대들이 대부분 채널을 돌려 외면한 것은 어쩌면 당연 했다. 그 ‘기성세대’들을 다시 끌어들인 것이 ‘나가수’다.

‘나가수’ 출연자들은 정말 죽을힘을 다해 오랜만에 주어진 무대를 채웠다. 그리고 감동을 선사 했다. 어깨를 들썩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흥을 돋우었고 감동의 눈물을 자아냈다. 기성세대는 ‘노래’를 다시 찾았고 변방으로 밀려 외면당했던 가수들은 일약 ‘스타’로 재도약 했다. 그렇다고 아이돌 그룹이 밀려난 것도 아니다. 아이돌 그룹은 지구촌 젊은이들을 열광 시켰다. ‘K팝’ 시장의 ‘세계화’에 성공하며 ‘한류’ 전파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나가수’뿐 아니라 서바이벌(살아남기) 형식의 프로그램들은 모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서바이벌 게임의 유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를 맞춰 정치판에도 서바이벌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오는 4월 치러질 총선은 여야 모두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를 내세운다. 정치권의 강자들이 독식 했던 정치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게임의 룰’이다. ‘전략 공천’이란 ‘룰’이 사라지지 않아 정치권 강자들의 영향력을 완전히 국민에게 돌려준 것은 아니지만 가히 ‘혁명적’이다.

형식은 정치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상향식 공천이라지만 현실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유리하다. 정치 게임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인 인지도가 신인들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이다. 과거 정치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 불출마 선언, 3선 이상 소위 중진들의 취약지 출마에 국민들이 박수를 아끼지 않는 것은 국민들의 ‘물갈이’ 요구가 크다는 증거다. 정치권이 마련한 소위 정치개혁 프로그램은 국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 박수를 받을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아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 없어 공천 심사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영입한 효과를 극대화 하는 것이 ‘길’이다. 지역 구도에 기대 ‘공짜’로 금배지를 달아 온 사이비 중진들에게는 경선 참여의 기회를 주지 않아야 한다. 국민에게 선택하도록 한다는 구실로 ‘공짜’ 중진들에게 유리한 게임을 원천 봉쇄하는 것도 정치권의 책임이요 의무다.

18대를 이어 오는 동안 국회는 국민에게 실망만 안겼다. 실망만 안긴 국회의원들을 선출한 국민들 탓도 없지 않지만 모든 책임은 국민들이 그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정치권에 있다. 의도적으로 지역 구도를 만들어 밉고 싫어도 특정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야 정당들에는 아직도 국민들의 습관적 투표행태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당신들의 뜻에 따라 공천 하겠습니다” 하고 내놓은 국민경선 이라는 ‘룰’ 자체에 지속적으로 우리당 후보를 뽑아 주리라 믿는다는 메시지가 숨어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정치 수준으로 정치권에 더 이상의 요구는 무리고 더 이상의 요구를 수용할 정치권도 아니다. 이제 공은 국민들에게 넘어 왔다. 특정 정당에 투표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정치인들에게만 맡겨서는 국민이 바라는 정치는 없다. 국민 스스로 나서야 한다.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후보라도 여태까지 투표했던 반대 정당의 후보를 당선 시키는 것도 대한민국의 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한 현명한 선택이다.

이제 며칠 있으면 각 당의 후보자가 결정 된다. 그 면면을 보면 대한민국의 정치가 보인다. 차기 정권의 향배도 어는 정도 점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정당들의 공천 결과가 국민들의 실망을 안긴다면 국민들은 전혀 새로운 정치 세력과 정권을 탄생 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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