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정치가 경제를 밀어내고 국민 최대의 관심사가 됐다. 새누리당은 과거의 검투사들이 신예들에게 처절하게 밀려나는 형국이다. 민주통합당은 테이블에 둘러앉은 게이머들이 올인한 패가 까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은 우매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올 겨울 우리는 예년에 보기 드문 한파의 습격을 받았다. 북극 제트기류의 이상 흐름으로 틈이 생겨 빠져 나온 한파 때문이란다. 기후의 이상 현상이 분명하다. 이상 기후는 인류의 삶의 질을 바꾸는 것은 물론 생존마저 위협 받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그래도 우리에게 올 겨울은 예년처럼 움츠러들기만 하는 계절은 아니었다.

그다지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정치가 우리의 관심을 끌면서 가만 놔두지 않았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정치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50년간 최대 관심사 이었던 경제가 정치에 그 자리를 내준 것이다. 경제 지표로는 점점 부자나라가 되고 있다는데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이유를 정치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3류정치’를 ‘부자 나라’의 국민 생활 파탄의 주범으로 지목한 것이다.

과거의 정치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커지자 위협을 느낀 정치권은 마치 경기를 일으킨 듯 요동치고 있다. 개혁에 준하는 변화와 다가오는 총선·대선을 한 번에 치러내야 하는 우리 정치권을 눈코 뜰 새 없이 만들었다. 밤낮이나 더운밥 찬밥 가릴 여유가 없다. 추위를 핑계로 게으름을 부릴 여유는 더욱 없다. 덕분에 당분간이지만 국민들로부터 계속 정치판에 머물러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고 관심과 애정까지도 얻고 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 이만한 성과를 거두었으니 정치권으로서는 대 성공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추위 속에서 얻은 수확이 우수와 함께 풀린 날씨처럼 흐물흐물 해진다면 모든 것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변화하겠다던 그 큰 목소리, 큰 움직임이 요란하기만 하고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돌아간다면 국민은 그들을 버린다. 예정된 수순이다. 지금은 새로 지은 짐에서 ‘공천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언제 방을 빼야 할지 모르는 신세라는 얘기다.

새누리당은 마치 검투장과 같은 분위기다. 왕년의 1류 검투사들(친이계)이 그들보다 훨씬 힘이 세져서 돌아와 관리권을 차지한 과거의 패장들(친박계)로부터 “목숨이라도 건지려면 창과 방패를 내던지고 은퇴 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정치적 실패를 부정할 수 없는 형편인데다 비리까지 속속 드러나고 있으니 왕년의 1류 검투사들은 으르렁 거리기만 할 뿐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으니 딱하다.

국민경선과 전략 공천이라는 두 가지 카드로 잔치를 벌이는 민주통합당은 테이블에 앉은 모든 게이머들이 ‘올인’하고서 패가 까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포커판 분위기다.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주최 측이나 초빙된 공천심사위원, 공천 신청자들 모두가 공개되는 카드에 의해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된다. 선수부터 감독, 심판 등 모두가 ‘구단주’인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그들의 연봉과 잔류 여부를 결정 한다. 포커 판에는 한명의 승자가 있지만 모두 이기거나 모두 지는 결과만 있다는 점만 다르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과거와 같은 패거리 정치가 아니다. 정파의 이익을 위해 당리당략만 앞세우는 비생산적 정치를 마감하라는 주문이다. 두 당은 지금 과연 패거리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펼칠 의지가 있는지 확신이 안긴다. 계속 ‘패거리’를 유지 하겠다는 모습만 보인다. 친 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이 그렇고 ‘한 지붕 몇 가족’이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데다 ‘이화여대그룹’이라는 새로운 ‘패거리’의 등장도 우려된다.

‘스펙’과 말솜씨, 조직력과 돈, 인맥만 보고 판을 짜는 것도 경계한다. 강용석과 같은 인물을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자기편 안 챙겼다고 강짜 놓는 모습도 흉하다. 이화여대 졸업하고 4선의 중진이라는 이유로 중책을 맡은 의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오가며 비례대표를 했다. 새로운 정치의 중심인물로는 글쎄다. 국민은 결코 우매하지 않다.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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