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신문 창간 15주년을 축하하며

김덕모 / 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역신문은 지역발전의 원동력
우선 영광신문 창간 1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지난 1997년 2월 27일 영광지역을 모태로 탄생한 군단위의 지역신문인 영광신문이 이제 영광군민에게는 물론 영광 출신 출향민들에게 사랑받는 신문으로 건실하게 성장하여 청년신문의 소임을 다하게 된 것을 언론학을 전공하는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축하하고 경의를 표하고 싶다.
신문은 발행주기에 따라 일간신문, 주간신문, 격주간신문 순간, 월간 등으로 분류되고, 배포범위에 따라 전국지, 지방지 지역신문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 주된 취재 영역에 따라 종합지, 전문지 등으로 대별되고 전문지는 또 세부 전문영역에 따라 경제지를 비롯 여러 영역의 신문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분류에 따르면 창간 25주년을 맞이한 <영광신문>은 주간 지역신문으로 영광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포괄하는 종합지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찍이 미국의 언론학자로 <여론>이라는 저서를 남긴 월터 리프만은 신문을 ‘우리들이 세상을 내대보는 창문’이라 규정한 바 있으며 신문은 민주주의의 필수요체인 국민의 여론형성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고 갈파한 바 있다. 이러한 리프만의 통찰력을 빌린다면 영광신문은 곧 영광 군민과 출향민은 물론 영광지역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영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영광의 지역현안은 무엇이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무엇인가를 모색해 볼 수 있는 영광지역의 파수꾼이자 여론형성의 주체라는 점에서 대단히 큰 의의가 있다.
참여정부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로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지적한 바 있으며 바람직한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이 골고루 잘 사는 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지역신문은 지역발전의 견인차라며 지역신문을 육성하고 발전하는 국가정책을 펼쳤다. 창간 25년을 맞는 영광신문은 국가 균형발전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지역신문 발전 지원정책의 일환으로 참여정부에서 시작한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우선 지원대상 신문으로 수년째 선정되는 등 정부위원회로 부터 그 역할과 소임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지역신문들은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과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런 맥락에서 영광신문 역시 창간 25년을 맞은 현 시점에서 창간 당시의 초심을 되새기고, 본연의 역할을 더욱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차원에서 지역신문의 역할과 소임을 성찰해 보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 생각한다.
지역신문의 역할과 소임.
지역신문의 기능과 역할은 매스 미디어의 기능과 역할이라는 큰 틀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스 미디어의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라스웰(H, Lasswell)은 환경감시 기능, 상관조정 기능, 문화유산 전달 기능을 제시하였으며, 여기에 라이트(C. wright)는 오락기능을, 맥퀘일(D. McQuail)은 동원기능을 추가하였다. 첫째, 환경감시 기능이란 사회 구성원들에게 외부 환경과의 접촉을 가능하게 하고 이에 적응시키는 것으로서, 이는 곧 뉴스 보도 기능이다. 현대 사회에 있어서 사회 구성원들은 매스 미디어를 통해 외부 환경과 간접적으로 접촉하고 적응하게 된다. 둘째, 상관 조정 기능이란 신문 또는 방송의 사설, 논평 및 해설의 기능을 일컫는다. 이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정보의 의미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해설함으로서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선택되고 강조된 정보 또는 뉴스는 국민의 여론 형성을 위한 쟁점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이처럼 매스 미디어가 여론 형성의 쟁점을 설정하는 기능을 의제설정(agenda setting) 기능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언론은 사회 환경에 대한 감시자 또는 감시견(watch dog)이며, 권력에 대한 비판자라는 점이다. 즉 언론은 사회적 목탁으로서 사회 환경과 권력에 대한 감시자이자 비판자로서의 역할에 항상 충실하여야만 한다. 셋째, 문화유산 전달 기능이란 매스 미디어의 사회화 기능으로서, 인간들은 지식과 정보의 습득, 그리고 경험 등의 사회적 교육을 통해 자신을 삶을 영위해나가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교육의 가장 중요하고 광범위한 통로로서 매스 미디어가 이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은 사회 규범 또는 가치관을 내면화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게 되고 사회적 결속을 다지게 된다. 넷째, 오락 기능으로서 매스 미디어는 대중문화와 함께 오락을 제공하고 있다. 즉 매스 미디어는 복잡다기한 현대 사회에서 휴식과 오락의 기능을 통해 과도한 경쟁과 노동에 지친 사람들에게 기분 전환과 정신적 위안을 제공함으로써 노동력 재생산에 기여하고 있다. 다섯째, 맥퀘일에 의하면 어떠한 사회일지라도 매스 미디어는 국가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특정의 중요한 가치나 행동 유형을 장려하리라고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회는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매스 미디어의 동원 기능은 정치, 경제 성장, 전쟁, 사회 발전 등의 영역에서 사회의 도달 목표를 선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신문은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행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능은 시민들의 알권리를 충족해주고 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여론형성 과정에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 할 수 있다. 이처럼 신문의 역할이 중차대하기에 신문은 언제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세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이를 저널리즘의 본령이라 한다. 신문이 객관적이려면 보도사안에 대해 정확한 보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성은 확인을 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직접 보았는지, 직접 들었는지, 이해가 상충하는 문제에 있어 이해 당사자들 양자의 입장을 경청해 보았는지, 기사 작성시 인용은 정확히 했는지 등을 체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공정성도 마찬가지다. 언론의 보도가 공정하려면 일방적으로 한편의 입장만을 대변하지는 않았는지, 기사의 취재와 작성 시에 기자의 편견이 개입되지 않았는지, 고도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요구한다고 하겠다.
흔히 언론을 제4의 권력이니,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니, 무관의 제왕이니, 사회를 밝히는 빛과 소금이니 다양한 명칭으로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잇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영광신문>도 자신에게 부여된 소명을 다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4.11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영광신문은 소지역주의나 정파를 초월하여 지역을 대표하고 민생과 국가발전을 위해 일할 훌륭한 국회의원이 선출될 수 있도록 공정한 심판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간혹 지역신문들이 본연의 역할과 소임을 망각한 체 선수로 특정 후보와 함께 뛰는 바람에 빈축을 사는 일이 적지 않았던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신문의 활성화 방안
종편도입, 미디어렙체제 등장, SNS미디어의 본격화 등 미디어 빅뱅 시대를 맞이하여 신문산업은 전면적인 위기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고 지역신문의 어려움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를 다소나마 주려보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미국의 신문회생법의 취지를 살려, 신문구독료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신문구독료에 대한 소득공제, ‘지역신문지원특별법’의 일반법 전환 등의 정책적 조치를 통한 지속적인 지역신문 지원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역신문 내부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자구 노력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1)지역성의 구현이다.
지역성은 지역사회의 필요와 이익에 부응하는 활동을 포괄하며 다양한 측면으로 나타난다. 즉, 정치적 측면에서 민주적인 지방자치의 실현으로, 경제적 측면에서 지역경제의 활성화로, 사회적 측면에서 지역사회의 통합과 합의의 창출로, 그리고 문화적 측면에서 지역문화의 전승과 창달 등이 그것이다. 때문에 지역성은 공공성의 구성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지역신문이 지역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생활밀착, 지역밀착 보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역밀착 보도는 지역신문의 전통이 강한 미국 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신문의 모델이 되었다고 하는 일본 신문, 서구적 전통의 노르웨이 지방신문들이 자사의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해 많은 성공을 거뒀음이 단적으로 증명한다.
특히 지역밀착 보도는 독자의 실생활에 직접 필요한 생활정보를 담고 있어, 개인과 지역사회의 기회비용(시간, 금전 등)의 발생을 억제하는 독자의 피부에 와 닿는 유용한 정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지역밀착 보도 활성화는 지방자치 시대의 정착을 위한 중요한 방편이자 주민참여를 이끌어 내는 참여언론 내지는 공공저널리즘의 실현이라는 입장에서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2) 컨텐츠 활용성의 강화; 멀티플 저널리즘 시대에 대비하는 노력이다.
전통적인 언론시장은 신문이나 방송과 같이 독립된 매체형태에 따라 분할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은 각각의 독자적인 시장을 모두 통합함으로써 하나의 매체만을 위해 뉴스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가 다매체에 뉴스를 유통시키는 멀티플 저널리즘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직면한 신문은 뉴스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러한 멀티플저널리즘의 실현을 위해서는 뉴스룸을 통합할 필요가 있으며 통합된 멀티플 뉴스룸은 적은 비용으로 다수의 매체를 동시에 만족하는 뉴스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뉴스룸의 정보를 공유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의 한 차원이며, 원 소스 멀티유스(OSMU)의 전형으로 컨텐츠의 효용성을 극대화한 온-오프라인 통합전략이라 할 수 있다. 지역신문도 이러한 원소스 멀티 유스전략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3) 웹 2.0시대의 시민저널리즘 반영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기자’의 시대는 가고, 새로운 1인 미디어 도구인 블로그가 선풍을 일으키고있다. <오마이 뉴스>의 ‘시민기자’가 1세대 시민저널리즘의 시대를 열었다면, 블로그는 웹 2.0시대의 2세대 시민저널리즘을 열었다. 이미 다음(DAUM)블로거 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블로거만 수만 명이 넘었고, 대표적인 메타사이트인 올블로그에 등록된 블로그도 18만 개에 육박하고 있다. 지역신문 기자들의 훈련된 취재역량과 블로거 저널리즘이 결합함으로써 기존의 ‘시민기자’가 보여준 1세대 시민저널리즘을 훨씬 뛰어넘는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낼 수 있다. 블로그는 기존의 홈페이지나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1인 미디어 도구로 그 효용성이 입증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블로그가 가진 매체파워를 지역신문이 흡수하고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블로그와 지역신문의 연대와 협력, 결합을 통해 지역사회의 여론시장을 주도, 새로운 미디어의 모델을 탐색하고 실험하면서 변화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이와 더불어 SNS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여 모바일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활성화 방안이 될 수 있다.
모쪼록 창간 15년을 맞은 <영광신문>이 독자에 사랑받는 신문으로 지역사회를 환희 밝히는 등불 같은 언론으로 굳건히 자리잡아 가기를 바란다.
<학력>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졸업(정치학박사)
<주요경력>
(현) 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호남발전연구원 부원장, 커뮤니케이션학부장, 홍보실장, 방송국주간 등 역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한국언론연구원 연구위원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