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정치권은 감기약이 수퍼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하면서도 의석을 늘리는 데는 잽쌌다. 3 김씨가 당의 ‘주인’이던 시대와 같은 행태의 공천이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의사와 반하는 행태다. 민주통합당이 내세운 도덕성과 정체성은 찾아볼 수 없다. 위기다”

19세기 초 E 게리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자기당인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분할했다. 그 모양이 도룡뇽처럼 생겼다. 반대당은 샐리맨더(salamander·도롱뇽)의 샐리 대신 게리의 이름을 붙여 ‘게리맨더’ 라고 비난 했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 하도록 자의적으로 선거구를 정하는 ‘게리맨더링’의 유래다. 저급한 정치의 대표적 산물로 여겨진다. 민주주의가 발전 할수록 금기시 되고 있다.

불행하게도 민주화된 대한민국의 정치에서 게리맨더링이 이루어 졌다. 헌데 조금 이상하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아니다. 특정 후보자의 이익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특정 정당에게 유리한 것도 아니다. 여당과 제1야당이 총선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2개의 선거구를 공중분해 시켜 버렸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고 두 정당 모두의 이익을 위한 선거구 분할이다. ‘돌연변이’게리맨더링이라고나 할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총선에 임박해서야 선거구를 획정 하면서 ‘돌연변이’를 탄생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의석을 1석 늘리는 이익을 챙겼다. 감기약 등 상비약을 동네 슈퍼에서 손쉽게 살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은 해를 넘기면서도 처리하지 못하는 ‘주제’에 자기들 이익 챙기는 데는 잽싸다는 비난을 받아 싸다. 3류정치라는 국민적 비난을 받자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법석을 떨면서 해낸 첫 ‘작품’을 보면서 절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기대를 버리지 않고 공천 과정을 지켜 봤다. ‘혹시나’는 ‘역시나’ 였다. 과거 김대중·김영삼·김종필로 대표되던 ‘3김 시대’의 공천 관행이 이어졌다. ‘3김’의 의도대로 행해지던 공천 방식 그대로다. 당권이 곧 공천권으로 이어졌다. 외부 인사로 이루어진 공천 심사위원회는 공정한 공천을 하겠다는 대외 선전용 장식품으로 전락 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 했다. 민주통합당 역시 한명숙 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지분을 챙기는 공천이 진행되고 있다.

‘3김 시대’의 정치는 3김씨가 당의 주인이었다. 3김씨의 뜻에 어긋나는 공천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들이 모든 정치인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그들의 눈 밖에 나면 가차 없이 ‘퇴출’ 됐고 눈에 들면 ‘금배지’의 주인이 됐다. 당권을 쥐면 ‘주인’이 되던 시대에 정치를 배운 사람들이어서 인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면서 당명을 바꾸고 야권을 단일화 하겠다고 당을 통합하고서도 당권을 쥐자 ‘주인’행세 하기에 여념이 없다. 정치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공천을 지켜본 국민들은 민주통합당에 더 실망한 분위기다. 타락을 부추기는 경선 방식으로 모든 예비후보들을 사실상 범법자로 만들었다. 주민들을 갈갈이 찢어 놓았다. 공동체를 분열 시키고 생명까지 앗아갔다. 갑자기 선거구가 없어진 지역의 예비후보는 생뚱맞은 지역에서 경선을 치러야 한다. 공정해야 할 경선을 지극히 불공정하게 치르라는 것이다. 이정도면 범죄행위다. 당초 내세운 도덕성과 정체성이라는 기준도 찾아볼 수가 없다.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인사를 전략 공천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오가며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인사를 공천기획단장으로 임명 했다. 누구에게 도덕성과 정체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가 있겠는가.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여론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당선 후에도 경선 과정의 불법이 드러나 의원직을 잃는 경우도 상당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호남 신당 설도 나오고 있다. 호남을 뿌리로 정통 야당의 맥을 이어오던 민주당이 통합으로 인해 그 존재감을 상실하고 열린우리당의 모습만 부각되고 있어서다. 민주통합당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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