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나쁜사람들

“나쁜 사람들 중 일부는 겉으로 보기엔 매우 매력적이다.

그들은 친절하게 도움을 베푸는 사람처럼 보이고, 때로는 영웅으로까지 간주되며, 그들이 행한 훌륭한 일로 인해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실제 모습은 다르다.

자기 생각과 이익에만 골몰해 있고, 계획을 꾸미고, 헛소문을 퍼뜨리기 좋아하며, 자기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은 누구든 기필코 파멸시킨다.

그들은 영리한 행동 때문에 영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짓말쟁이의 면모를 지닌 신화나 민담에 자주 등장하는 사기꾼이나 책략가와 비슷하다.”

작가 그레이엄 스콧의 저서 ‘나쁜 사람들’ 중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인용한 글이다.

세상에는 선을 가장한 참 나쁜 사람들이 있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악한 마음을 위장한 체 기회만 노리는 사악한 무리들이다.

똑같은 물이라도 소가 먹으면 우유를 만들어내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 했던가?

나쁜 사람들을 위한 기도

밀교(密敎)의 경전(經典)인 대일경(大日經)에는 “분노(忿怒)는 불과 같아 남을 태우기 전에 마른나무 같은 제 몸을 먼저 태운다. 잠깐 동안의 노여움이지만 무량겁(無量劫-무한히 긴 시간)의 선근(善根-좋은 과보를 낳게 하는 착한 일)을 불사를 수도 있다.”라고 설파하고 있다.

인도의 승려 법구(法救)가 엮은 법구경에도 “욕(辱)을 참아 분(忿)을 이기고 선(善)으로 악(惡)을 이겨라. 보시(普施)를 하여 인색(吝嗇)을 이기고 지성(至誠)으로 거짓을 이기라”고 했다.

분을 참지 못하고 맞대응을 한다면 그 분노가 상대방에게 전해지기도 전에 먼저 자신이 쌓은 선심(善心)마저 태워 없앨 수 있다는 뜻이다.

자기 자신 하나 다스리지 못하면서 남의 마음을 이기려 해서는 안된다는 성인들의 교훈이라지만 속세를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에겐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남에게서 받은 상처는 모래에 새기고 받은 은혜는 대리석에 새기라는 격언도 그렇다.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상처는 두고두고 마음 속 깊이 새겨 곱씹고 되씹고 하게 되지만 받은 은혜는 바닷가 모래에 새김으로써 파도에 씻겨간 뒤에는 잊어버리고 살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

생각을 바꾸자

살아있는 바닷고기는 짠물을 먹고 살지만 소금에 절인 고기처럼 짠맛을 내지는 않는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설령 짠 것이 몸속에 들어왔다고 해도 짠 그대로를 뿜어내는 것이 아니라 깊이 숙성시키고 달여 단맛을 낸다는 뜻이다.

풀은 짓밟히거나 상처를 입었을 때도 성을 내거나 분을 토하지 않고 오히려 향기를 내뿜으며 살아있는 조개는 몸속에 들어 온 모래조차 내 뱉지 않고 고통을 참고 견디며 삭히고 삭혀 아름다운 진주를 만들어 낸다.

건강한 생명체는 자기가 받은 아픔을 삭히고 정화시켜 오히려 아름다운 결정(結晶)으로 승화를 시킨단다면 책속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얘기라고 역정을 듣게 될까?

화나게 하는 사람들

바야흐로 정치시즌을 맞아 요즘 참으로 화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을 짓는 잣대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반문한다면 딱히 할 말을 잃게 되지만 우리 보통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언론을 통해 종종 보도가 되곤 한다.

몸담았던 조직을 배신한다거나 내부 비밀을 폭로하고, 애써 현행법을 어김으로써 자원(?)해서 감옥에 가는 것이 큰 영예가 되어버린 사회, 그리하여 그 유명세를 빌미삼아 정치권이나 기웃거리는 속칭 나쁜 모리배들을 우리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더 문제인 것은 일부 정치세력들이 자신들의 선명성을 부각시킨다는 미명아래 이런 사람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거나 부추겨 선전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권력으로부터 핍박을 받는다는 이미지를 덧씌워 상대방 공격용 도구로 이용하려는 세력이나 이것을 정치입문의 발판으로 삼기위해 역이용하는 사람 모두가 한번쯤은 반성을 해봐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조직에 부조리가 있어도 절대 순종하며 고발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한번 튀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의도적으로 조직을 배신한다거나, 한 때는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 몸담았다가 자신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내부기밀을 폭로함으로써 조직에 폐를 끼치는 일이 정말로 정치권의 영입경쟁이 될 만큼 명예스러운 일인지는 깊이 생각을 해봐야 할 일이다.

자칫 사회적인 병폐가 되어 서로가 믿지 못하고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삭막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되는 까닭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