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어느 정권보다 타락하고 비민주적인 정권을 탄생시킨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가.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원인은 사리사욕만 가득하고 정치력은 없는 민주통합당에 있다. 역사 발전을 가져올 새로운 정당이 요구된다”

총선이 끝났다. 법정 선거운동 기간은 13일에 불과 하지만 총선 정국은 지난해 10월 재·보궐 선거가 끝나고부터 사실상 시작 됐다. 온 나라가 150여 일 동안 ‘총선앓이’를 했다.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간판만 바꾸고, 민주당은 민주통합당으로 몸집을 불려 ‘맞짱’을 떴다. 게임의 시작은 새누리당의 참패 분위기였다. 민주통합당의 일방적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연이어 터진 비리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물론 정치권 전체의 분위기가 그랬다.

정치는 ‘생물’이라 결과를 알 수 없다고는 하지만 새누리당의 승리라는 19대 총선의 결과는 민주주의 의식을 가진 모든 이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실정을 하면 다음 선거에서 그 책임을 묻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타락하고 비민주적인 정권을 탄생시킨 당에 과반을 넘기는 의석을 안긴 대한민국은 과연 민주주의 국가 인가,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되돌아보아야 한다.

거의 절망적 상태에 까지 빠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수밖에 없던 새누리당을 환호하게 한 것은 민주통합당이다. 압도적 승리를 헌납했다. 승리를 위해서는 꼭 갖춰야 할 두 가지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째는 무원칙한 공천이다. ‘노이사’(노무현계·이화여대계·486계) 로 표현되는 계파 챙기기 공천에 따른 잡음으로 국민의 실망을 샀다. 공천이 당선인 지역에 특정인을 공천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며 시간을 끌다 결국 엉뚱한 사람에게 공천을 줄 수밖에 없었을 정도의 ‘개판’ 공천을 했다.

결정적인 원인은 전략의 부재다. 사사건건 새누리당에 밀렸다. 이슈로 들고 나선 FTA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도 새누리당의 논리에 밀렸다. 막판에 터진 김용민의 막말 파문에는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해 어쩔 줄을 모르고 헤매는 정당을 국민이 어떻게 믿겠는가. 냉정하게 따져보면 FTA와 강정마을은 이슈화해서 득볼 것이 없는 사안들이다. 새누리당 측이 ‘얼씨구나’ 할 사안들이다.

‘MB 실정’이라는 새누리당으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안만으로도 적을 궤멸 시킬 수 있었는데 쓸데없는 사안들을 이슈화해서 새누리당 측에 홍보 기회만 제공한 셈이다. 총리실의 사찰 파문은 새누리당을 초토화 할 수도 있는 초강력 신무기 였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장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비민주적인 독재정권의 유산인 ‘사찰’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김용민의 ‘막말’ 이라는 ‘건’도 되지 않는 공격에 밀려 쩔쩔 매는 모습은 한심 했다.

‘막말’은 8년 전 치기어린 서른 살 청년 김용민이 개그맨과 함께 낄낄 거리면서 짓거린 장난 이었다. 8년 후 그 청년은 우리 사회에 큰 영향력을 지닌 유명인사로 성장 했다. 무에 그리 잘못 했다고 ‘사찰’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게 하는가. 그 정도 대응논리도 내놓지 못하는 정당에 국정을 맡길 국민은 없다. 한마디로 한명숙의 민주통합호(號)는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졌다.

지역 구도와 보수대 진보의 대결이라는 대한민국 3류정치의 고질적 병폐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막을 내린 이번 총선은 역사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결과다. 오히려 민주주의의 후퇴가 우려된다. 이제 과제는 연말의 대통령 선거다. 이대로라면 박근혜 대세론의 현실화가 예상 된다. 새누리당을 대신할 정치적 역량을 가진 정치 세력이 절실히 요구 된다. 1%의 부자와 ‘이대로가 좋다’는 보수 진영에 의해서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선거도 아닌 이런 선거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안철수 교수가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 선거다운 선거를 해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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