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났다. 이제 우리나라는 대선으로 이어지는 사실상의 선거 시즌에 들어선 것이다. “왜 선거운동을 하니?”어느 초등학교 어린이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학부모가 한 말이다. 선거운동 없는 선거는 어린이들에게도 통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운동이라는 말로 미루어 선거운동원들이 모여서 운동을 하면 운동회가 되는데 우리는 얼마나 정당한 운동회를 마쳤는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고스톱과 마찬가지로 선거에는 2등이 소용이 없다. 승자 독식의 원칙이 존재할 뿐이다. 선거가 과열되기 쉬운 이유 중의 하나다. 내 편이 아니면 죽기 살기로 작살을 내려고 작정을 하고 덤빈다.

월광족(月光族)이란 말이 있다. 영국에서는 ‘달 속에 사나이(man in the moon)’라 한다. 20세기 초 영국 선거에도 돈으로 유권자를 매수하고자 일용직 선거운동원을 고용해 유권자 집을 찾아다니면서 금품을 돌리는 일이 있었다. 백주 대낮에 하기에는 부끄러운 일이라 달뜨는 밤을 이용해 돌아다닌다 해서 달 속의 사나이, 곧 월광족이라 한 것이다. 밤에 유권자의 집에 돈을 갖다 주는 사람을 뜻한다. 우리나라에는 한술 떠 떠서 선거 때면 대낮에 활보하는 일광족(日光族)이 있다고 한다. 선거는 게임이다. 경거망동해서 자충수를 두면 패배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상대방이 악수를 두면 힘 안들이고 승자가 될 수도 있다. 예전 국회의원 후보가 짝이 맞지 않는 고무신을 돌리고 상대당에서 준 것이라고 소문을 퍼뜨리는 해프닝도 벌리고, 어떤 정당은 사랑방 파티라고 밤마다 막걸리 파티를 열어주던 1960년대의 선거가 생각난다. 많이 깨끗해지고 돈 안 드는 선거라고 하지만 법이 문제가 아니고 사람이 문제다. 그리고 후보자도 문제가 있지만 유권자에게도 문제가 있다. 선거철이 되면 자기에게 유리한 쪽이 어딘가 찾아서 줄서기에 바쁘고 은근히 무엇을 바라는 미끼를 던진다. 유권자가 바로서야 정치가 바로서고 정치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선거는 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가? 경우에 따라서는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선거도 있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는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구경만 하는 운동회가 아니고 나도 직접 참여하는 운동회이기 때문이다. 선거가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후보자들이 페어플레이를 펼쳐야 하고 응원도 질서 있게 해야 한다. 몇몇 줄서기를 좋아하는 선거꾼들과 이판사판으로 죽기 살기로 덤비는 막가파가 없어야 한다. 후보자들은 조용한 다수의 구경꾼들이 소리 없이 보내는 응원의 힘이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쩌면 이미 자기가 응원할 선수를 점찍어 놓고 투표일만 기다리고 있는 유권자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이미 4월 11일 운동회는 끝났다. 패자가 승자에게 축하를 보낼 수 있어야 하고 시민들 사이에도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선거를 통해서 시민들의 성숙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새로운 하루, 새로운 한 주, 새로운 시기를 즐겁게 시작하는 좋은 방법중의 하나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게 만드는 가족, 동료, 일을 생각하거나 원하는대로 무엇인가를 성취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한 주의 시작'과 함께 아침을 시작하는 모든 분들께 행복한 미소와 기분 좋은 상상이 함께 하는 멋진 시간들이 되시길 바라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당신'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당신'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1.3cm의 권력”인 투표용지가 말해주는 권력이다.

당신이 수많은 촛불에 둘러싸여 있든 단 하나의 촛불만이 당신을 비추든 당신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당신이 두 팔로 세상을 걸어가든 당신이 두 발로 세상을 걸어가든 당신이 사는 곳이 높은 곳이든 낮은 곳이든 당신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단 한 명만이 당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든 모든 이가 당신의 소리에 공명하든 당신이 고개를 들고 크게 외치든 당신이 고개를 숙이고 힘없이 침묵하든 당신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자판기 커피 한 잔이 유일한 휴식인 당신에게 이른 새벽 또 다른 일터를 찾아나서야 하는 당신에게 88만 원을 벌어서 55만 원을 저축해야 하는 당신에게 손끝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당신에게 주어진 가로 10cm 세로 22.1cm 똑같이 갖는 한 칸 1.3cm의 권력(투표용지 한 칸의 크기), 당신의 소망, 당신의 믿음, 당신의 책임, 당신의 권리가 담겨 있다. 누구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그것은 본인의 자유 의지이자 진지한 의견이다.

21세기는 문화시민을 말하는 시대다. 이제 총선은 끝났고 12월 대선을 향해 바쁜 정치일정을 소화해야하는 우리네들에게 덕의 줄로써 살아온 사람이 공복(公僕)으로 뽑히는 선거의 미학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